‘사법행정권 남용’ 공판… 증인들 “윗선 보고 들었다” vs “위법 아니다” 진술
  • ▲ 박상언 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은 16일 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24차 공판에서 ‘윗선’에게까지 주요 보고서가 보고됐다는 사실은 대부분 다른 심의관을 통해 들었고 직접 알지는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상윤 기자
    ▲ 박상언 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은 16일 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24차 공판에서 ‘윗선’에게까지 주요 보고서가 보고됐다는 사실은 대부분 다른 심의관을 통해 들었고 직접 알지는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상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재판의 핵심 쟁점인 ‘재판 거래’를 입증할 윗선 보고 여부 등과 관련한 핵심 증인들의 증언이 엇갈려서다. 지난 두 차례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 두 명 역시 ‘윗선 보고’ 여부에 대해 다른 증언을 내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상언 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은 16일 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24차 공판에서 ‘윗선’에게까지 주요 보고서가 보고됐다는 사실은 대부분 다른 심의관을 통해 들었고 직접 알지는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2월 재판에 넘겨졌다.

    박상언 전 심의관 “윗선 보고 들었다”

    박 전 심의관은 2015년 2월~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을 지냈다. 그는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2015년 7월28일) △인터넷상 법관 익명 게시판 대외비 검토 문건(2015년 2월15일)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과 대응방안 검토 문건(2015년 4월12일) 등을 작성했다. 2015년 11월25일 박세진 전주지법 기획법관으로부터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결과를 이메일로 수신받았다.

    검찰 측은 박 전 심의관을 상대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가 관심을 가졌던 재판정보를 주고받으며 긴밀히 협력했는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소속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했는지 등을 물었다.

    특히 검찰은 박 전 심의관을 상대로 일부 보고서에 언급된 ‘CJ’라는 표현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캐물었고, 박 전 심의관은 양 전 대법원장을 지칭한 게 맞다고 말했다. ‘CJ’는 Chief Justice의 약자로 대법원장을 의미한다.

    박 전 심의관은 “2015년 4월12일 성완종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같은달 20일 국회 법사위에서 상고법원을 비공식적으로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해 작성했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임종헌 당시 차장의 지시였고 (양승태·박병대 등 윗선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지시를 받고 그대로 받아적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 문건에 대해서도 “(당시) 양 대법원장, 박 처장 등에게 보고된 게 맞는가”라는 질문에 “최종 작성해 보고한 게 아니라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측의 “임종헌 당시 차장이 이 보고서를 양 대법원장, 박 처장에게 보고했고 시진국 심의관이 임 차장으로부터 잘 보고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증인에게 이메일로 결과를 알려준 게 맞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정무적 보고서 대부분은 법원행정처 실장의 내용을 담는 방식으로 작성했다”며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문건에 대해서는) 박병대 처장이 사법부 협력 사례 아이디어를 줬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은 없어 특별히 기억에는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심의관은 2016년 3월께 작성된 전문분야연구회 개선방안 보고서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 대해 “내가 작성한 보고서 중 분량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비중이) 큰 보고서이기 때문에 (대법원장, 처장에게 보고됐다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인영 전 심의관 “주요 사건 보고… 위법 아냐”

    반면 앞선 공판에 나온 전 심의관은 윗선 지시 여부에 대해 위법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인영 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은 14일 23차 공판에 나와 국정농단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사본을 구속영장 발부 전에 박상언 전 심의관으로부터 이메일로 전달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윗선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주요 사건은 각급 법원의 보고를 받고 있어서 당시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심의관은 ‘2016년 10월4일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 관련 보고서’에 담긴 ‘매춘’ 표현을 두고 “일단 (위안부) 재판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전체적 방향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내용 중  ‘상사적 행위(매춘)’에서 이 괄호에 있는 (매춘이라는) 표현만 말하는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게 자꾸 말하는 거 같다”며 울먹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