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양 전 대법원장 21차 공판… 김앤장 변호사, 양승태와 '사적' 만남 인정
  • ▲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이 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사적으로 만났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뉴시스
    ▲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이 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사적으로 만났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뉴시스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이 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사적으로 만났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다만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구체적 대화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7일 417호 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2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7시간 넘게 증언을 이어갔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2014년 김앤장의 ‘징용사건 대응팀’으로 활동했다. 1994년 양 전 대법원장(당시 기조실장)과 함께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앞서 한 변호사는 7월 12일 재판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 "양승태와 만났다"

    검찰 측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이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대법원(주심 김능환 대법관)은 2012년 5월 24일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외교부 등과 교류하면서 이를 번복하려 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한 변호사는 2013년 3월쯤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과 대화 중에 강제징용 사건은 어려운 쟁점 내재돼 있는 등 한일관계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 나왔고,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뒤집는 거라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게 맞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주심인 김능환 대법관이 판결 전에 귀띔도 안해줬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대신 대법원 소부에서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불만을 표했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도 “중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그렇게) 공감 표시를 했다”고 했다.

    2015년 5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연락을 받은 뒤로도 양 전 대법원장과 만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임 기조실장이 강제징용 재상고심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다며, 대법관들을 설득하기 위해 김앤장 측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고 했다.

    "재판 관련, 구체적으로 물은 적은 없어"

    다만 한 변호사는 임 기조실장이 말한 내용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강제징용 사건 때문이 아니라 사적 자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볼 기회가 있어서 사담을 하다 지나가는 말로 잠깐 이야기했다”며 재판 말미에는 “평소 양 전 대법원장을 존경하고 친하게 지내는 분이기 때문에 사적인 자리도 갖게 됐고 별 생각없이 (강제징용 관련한) 이야기를 한 건데, 양 전 대법원장께 몹시 송구하다”고도 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해 청와대·외교부 등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재판에 활용하려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2017년 9월까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강제징용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의 2013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다음 공판기일은 9일 오전 10시다. 재판부는 한 변호사에 대한 피고인 측 반대신문은 9월 18일 오전 10시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