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19차 공판… '증인 출석' 시진국 판사 "수석부장회의 보고, 관행적 업무"
  •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6일 19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6일 19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재판에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서 현직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시 판사가 세번째다.

    시진국 부장판사는 26일 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1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세번째 현직 판사 증인… 시 판사, 윗선 개입 '글쎄'

    시 부장판사는 6월 26일, 7월 5일 잡혔던 증인신문기일에는 '재판상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임종헌(60·16기)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지시로 주요 보고서들을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보고서 작성에 ‘윗선’이 개입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2월부터 약 2년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당시 △상고법원 입법 추진 위한 BH(청와대) 설득·대응 전략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홍보방안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관련 △2015년 전국 수석부장회의 논의 결과 보고 △이정현 의원님 면담 결과 보고 △정국 운영에 대한 사법부 협력 사례 등의 보고서들을 작성·최종 취합했다.

    검찰·피고인 측은 시 부장판사를 상대로 보고서 작성에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의 지시 같은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신문했다.

    시 부장판사는 ‘상고법원 입법 추진 BH 설득방안 보고서’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임 전 기조실장으로부터 ‘대법원장에게 이를 보고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작성된 보고서가 실제로 위법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실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 청와대 등 전방위적으로 노력했으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증언이었다.

    '상고법원 추진 보고됐나' 질문에 "위법 아냐" 

    시 부장판사는 '임 전 기조실장은 상고법원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음에도 통과되지 않는 난관에 부딪혔고 그 원인을 청와대의 심한 반대라고 본 게 맞느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그렇게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서 상고법원 설득하려는 방안이 있었던건 맞지만, 그 방안은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 이유는 나중에 임 전 기조실장이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원에 대한 불신이 강해서 다른 인사를 통해 설득하자고 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시 부장판사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외교부 문건을 대체로 인용했다고도 진술했다. “임 전 기조실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소송 현황 등 보고서들을 건네며 이를 반영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게 맞느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강제징용 청구권 문제에 대한 외교부 입장 등을 대체로 인용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증인이) 강제징용 보고서를 작성하고 임 전 기조실장에게 보고한 뒤, 박 전 처장과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직접 보고하거나 혹은 임 전 기조실장이 이들에게 보고했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 있냐”는 검찰 측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전국 수석부장회의 보고 통상적 업무”

    일부 보고서 작성 등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의 통상적 업무였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측은 “‘2015년 전국 수석부장회의 논의 결과 보고’를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처장 보고를 염두에 두고 작성한 게 맞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시 부장판사는 “항상 하는 업무였던 것 같다”며 “법원장 수석부장회의는 큰 행사여서 현장에서 어떤 내용 있었는지 (아는 것은) 당연한 업무였고 내용 받아서 임 전 기조실장에게 보고하고 거기까지가 심의관 역할이었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앤장 변호사 사무실에서 확보한 검찰의 압수물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아니다'라고 봤다. 이 압수물들은 피고인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정부와 재판거래를 한 혐의’와 관련된 증거들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이들 증거가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다음 기일은 8월 5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