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철도공사노조에 24억 배상 판결… "배상책임 인정해야" 다수 의견
  • ▲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이하 노조)을 상대로 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이하 손배소)을 제기했다. 노조는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 합병 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을 불법 점거했다.ⓒ박성원 기자
    ▲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이하 노조)을 상대로 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이하 손배소)을 제기했다. 노조는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 합병 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을 불법 점거했다.ⓒ박성원 기자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이하 노조)을 상대로 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이하 손배소)을 제기했다. 노조가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을 불법점거하는 과정에서 기물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현대중공업은 손배소에서 승소할 수 있을까. 과거 한국철도공사(이하 철도공사)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대법원은 철도공사 손을 들어준 전례가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3일 오후 노조와 노조 간부 10명에 대한 30억원 손해배상 소장을 울산지법에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이 주장하는 총 피해액 92억원. 이 중 입증 가능한 30억원에 대해 먼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후 순차적으로 노조에 대한 추가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본질적 이유는 노조의 불법파업이다. 현대중공업노조는 회사 법인분할 반대를 이유로 지난 5월부터 약 한 달간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는 특히 주주총회를 저지할 목적으로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불법으로 점거·농성했다. 이로 인해 식당 영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마음회관 내 유리문과 CCTV(폐쇄회로) 카메라 등도 파손됐다. 노조는 주총장 점거 이후에도 물류 이동을 방해하는 등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 파업으로 80억원 이상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 현대중공업 측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노조 행위를 불법이라고 봤다. 반면 노조는 이번 소송이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이렇듯 양측 주장은 첨예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현대중공업 손해배상소송의 정당성에 힘을 보태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법원이 과거 노조 측의 불법파업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이 주목받는다. 

    "철도공사노조, 공사에 24억원 배상하라"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는 2006년 7월25일 철도공사가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철도공사 편을 들어줬다. 노조는 2003년 6월 철도청의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나흘간 파업을 벌였다. 대법원은 노조의 불법파업을 인정, 철도공사 손실 중 24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그 이유로 △찬반투표 없이 파업에 돌입한 불법파업이라는 점 △철도공사와 노조가 한 합의를 무시한 사실 등을 들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는 사용자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조·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2006년 판결은 정당하지 않은 파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노조의 직장 점거가 업무 혼란 등을 야기했다면 파업이 정당성을 잃는다는 판례도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2007년 12월28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조원들의 상고심에서 "사업장시설 점거가 업무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했다면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해석했다. 
  • ▲ 법조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사측에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윤 기자
    ▲ 법조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사측에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윤 기자
    현대중공업노조가 사측에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는 법조계의 관측이 나왔다.

    법조계 "불법파업 여부, 절차·손해 따져봐야"

    김기수 법률사무소의 이세 변호사는 "노조에 무조건의 면죄부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따라서 파업의 절차나 방법 등에 대해 관련 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당연히 회사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현대중공업 소송에서도 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 성립 가능성을 인정했다.

    김 변호사는 "회사가 노조를 봐주거나 소송에서 소극적으로 다퉈서도 안 되며, 회사가 이처럼 행동하면 이는 노조 봐주기이자 배임"이라고도 지적했다.

    허남욱 변호사는 통상 파업이 법 테두리 안에 있는지 판단할 때 기준이 4가지라고 설명한다. △주체가 노동조합이어야 하고 △목적이 근로조건 개선이어야 하며 △찬반투표와 사전조정 등 절차를 지키고 △수단과 방법에서 폭력·파괴적 행위 금지 등이다.

    허 변호사는 "대법원은 2011년 3월17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근로자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 파업이 항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면서도 "다만 파업이 회사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이뤄지거나 사업 운영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업무방해죄 '위력'에 해당해 불법파업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불법파업이 인정되는 경우 손해배상은 노동조합뿐 아니라 노조 간부들에게도 인정된다고 허 변호사는 부연했다.

    다만 익명을 요청한 김모 변호사는 "이번 소송이 노조에 대한 압박으로 볼 수 있다"며 "경영상 큰 피해를 끼쳐야 소송이 가능한 것으로, 이번 손해배상 청구는 법원에서 전액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