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4남 정한근, 한보 부도나자 1998년 해외도피… 검찰 "혐의 더 있다" 공소변경 시사
-
‘세금 체납액 1위’인 고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아들 한근(54) 씨의 첫 재판이 기소된 지 11년 만에 열렸다. 정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자금 300억원가량을 횡령해 국외로 빼돌린 혐의로 2008년 기소됐다.서울중앙지법 제32형사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508호 법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정씨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한보사태' 후 회삿돈 300억 빼돌려 1998년 해외로 도주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 자금 약 300억원을 횡령, 스위스 비밀계좌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이 회사는 가스전 개발을 위해 1996년 2월 세워졌다. 이후 1997년 1월 한보그룹이 부도사태를 맞았다. 그러자 정씨는 자신의 재산 체납·압류를 우려해 동아시아가스의 주식 일부를 매각하면서 그 규모를 축소신고하는 방식으로 300억여 원의 재산을 빼돌렸다.정씨는 이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1998년 6월 해외로 도주했다. 이에 법원이 한 달 뒤인 7월 발부한 구속영장은 집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2008년 9월 정씨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10년) 만료 직전, 정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검찰은 기소 11년 만에 처음 열린 정씨 재판에서 기소된 혐의 외에 세 건도 추가 수사 중이라하며 공소장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검찰은 “입증계획서에서도 말했듯이 1998년 6월 정씨가 수사를 받다 해외도피한 사건도 병합 기소하려고 한다”며 “공범 일부가 정씨 모르게 횡령·편취한 금액도 있는데, 이를 (공소장의) 정씨가 빼돌린 전체 금액에서 뺄 가능성이 있어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2000년 이후 (동아시아가스의) 잔여지분 7.5%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씨에 대한 공범 여부도 문제가 있어 수사 중이고, 이 부분도 병합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총 세 건에 대해 추가 기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검찰은 약 2주 뒤 공소장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검찰 "추가 혐의 나와... 공소장 변경할 수도"정씨 측은 “재판부 말대로 워낙 오래된 사건이고 이후 여러 사정이 있는 데다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며 “공소장이 변경되는 사정에 따라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8월21일 오전 10시다.국세청이 지난해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의 체납액은 약 2225억원이다. 세금을 가장 많이 내지 않은 국민 1위다. 정 전 회장을 비롯, 한보그룹 일가가 국가에 내야 할 세금 등은 3000억원 이상이다. 지난달 22일 국내로 송환된 정씨는 증여세 등 약 200억원(총 15건)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