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평가 비교도 ‘괴롭힘’... 고용노동부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 ▲ 고용노동부는 타인에 대한 뒷담화도 기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고 설명한다.ⓒ사진=고용노동부
    ▲ 고용노동부는 타인에 대한 뒷담화도 기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고 설명한다.ⓒ사진=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시행됐다. 업계에서는 ‘괴롭힘’이라는 구체적 행위가 무엇인지, 인사평가에 따른 제재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등 개념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본지는 사소한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특히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유형을 알아봤다.

    우선 직장 내 괴롭힘 의미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항, 제76조의 3항에 담겼다. 이 조항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본다.

    여기서 ‘업무상 적정범위’와 ‘정신적 고통’ 등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아래 다섯 가지 사항 등을 준수해야 한다고 고용노동부는 설명한다.

    ① 직원들 간의 업무평가 비교하면 ‘모욕’

    국가인권위에서 나온 사례 중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 실질적 인사권자인 상사 A씨가 매일 직원들 앞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두 명을 비교했다. A씨가 업무평가를 하면서 두 명의 업무 스타일을 비교하며 “얘를 자를까? 아니다. 쟤를 자르자”고 말한 것이다. 이 상사는 결국 한 명에 대해서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 

    ② “술자리 마련하라” 강요도 괴롭힘

    선배가 후배에게 술자리를 마련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괴롭히는 행동에 포함된다. B씨는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 “술자리를 만들어라” “왜 아직 날짜를 못 잡았느냐” “사유서를 써 와라” “성과급의 30%는 선배를 접대하는 것이다” 등의 말을 후배에게 반복해서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③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 휴직 전과 같은 업무 해야  

    회사 임원 C씨가 육아휴직 뒤 복직한 직원 D씨를 퇴출시킬 목적으로 보조업무만 시키고 따돌림을 주도했다면 이 역시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된다. 
  • ▲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해석에 있어서
    ▲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해석에 있어서 "피해자와 비슷한 입장의 일반·보편적 입장이 가장 기본"이라고 설명했다.ⓒ사진=고용노동부
    남녀고용평등법상 D씨는 육아휴직 전과 같은 업무 혹은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 C씨는 그러나 D씨에게 보조업무만 주고 책상을 치우는 등의 단순업무를 지시했다. 다른 직원들에게 D씨를 따돌림하도록 지시하거나 D씨를 비하·모욕하는 발언을 하는 행위도 했다. D씨는 결국 우울증을 앓고 퇴사했다.

    ④ 타인에 대한 뒷담화도 괴롭힘에 속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뒷담화’도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 다만 업무적 이유로 직장 직속상사·책임자 등이 해당 직원에게 직접 비판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외에 업무관련성이 없는 다른 사람들끼리 해당 직원의 문제점을 소문내고 다니는 것은 문제가 된다. “뒷담화를 듣는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고용노동부는 설명한다.

    ⑤ 비속어 사용도 자제해야

    상사가 후배에게 비속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사가 지나가는 말로, 즉 ‘실수’로 말했다는 느낌을 다수가 이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욕을 말했다는 것만으로 그대로 (괴롭힘이) 성립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업무상 적정범위는 넘었다고 본다”고 설명한다. 가급적 업무를 처리하며 비속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에서다.

    단체 채팅방에서 유독 한 사람을 겨냥한 모욕적 언사도 괴롭힘에 속한다. 기업이 정기적으로 실적표를 작성해 왔고 유독 한 직원의 실적이 열등한 경우 ‘잘 좀 하자’ 정도의 공개적 발언은 업무상 적정범위에 속한다. 그러나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지속적으로 공개적 면박을 가한다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이영기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사무관은 “상대방 관점에서 생각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법 해석에서) 피해자와 비슷한 처지의 일반적·보편적 입장이 가장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지난 1월15일 신설됐다. 이들 조항은 괴롭힘 행위를 금지하고, 직장 내에서 괴롭힘이 발생하면 신고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처벌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