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실무자회담에서도 '견해차'만 확인...수출규제 대상 1100여 개 달할 것으로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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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대한(對韓) 무역공세가 점차 거세진다. 일본이 '안보상 우호국가'를 의미하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개별품목 수출심사'를 면제해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은 향후 1100여 개에 달하는 수출품목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를 의미한다. 이는 결국 국내 전방위 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일본 측은 지난 12일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담당 실무자 간 양자협의에서 "한국을 '안보상 우호국가'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24일까지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각료회의를 거쳐 화이트리스트 삭제 여부를 공포할 예정이다. 정부는 제외 날짜를 이르면 8월15일 광복절, 늦으면 8월22일께로 예상한다.

    한일 실무자협의에도 '견해차'만 확인, 때아닌 진실공방도

    이처럼 한일 양국의 관계가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12일 개최됐던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담당 실무자회의에서도 양국은 서로 다른 견해차만 확인했다. 일본 측은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규제한 것은 적법한 수출관리"라는 주장을 명확히 했다. 또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수출과 관련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해 유사 사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품목은 국제 수출통제체제의 규제 대상으로 공급국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 사례는 언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흘러나온 '부적절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북한 등으로 수출됐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 측은 일본 측에 수출규제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측은 "그런 요청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때아닌 진실공방마저 벌어진 것이다. 한철희 산업통상자원부 동북아통상과장은 "철회 요청이 없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우리는 일본 측 조치에 유감을 표명했고, 해당 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측 주장을 재반박했다. 일본 측은 "회의록을 세세히 재확인했다. 조치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한국이 명확하게 철회를 요청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출규제 대상 1100여 품목에 달해

    현재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로 지정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프랑스 등 27개국이다. 한국이 이 리스트에서 제외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전략물자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해 거의 전 산업에서 수출규제가 강화된다. 규제 대상은 첨단 소재·전자·통신 등 1100여 품목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확산하고 장기화할 경우 한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국가 간 생산 분업화 등으로 글로벌 경제 연계성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갈등이 우리나라의 투자와 성장에 영향을 미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KB증권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추가적인 소재·부품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어 올 4분기 이후 생산·수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