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새벽 한·러 정상회담…"푸틴, 이번이 세 번째 지각" 외교 결례 논란
  •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사카 리가로얄 호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사카 리가로얄 호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2시간가량 기다리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회담이 끝나고 우리 측은 러시아 측으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지 못해 '외교 결례' 논란이 일 전망이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해법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간 정상회담은 이번이 5번째로, 직전 회담은 작년 11월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계기였다. 

    한·러 정상회담은 당초 28일 오후 10시45분에 푸틴 대통령의 숙소인 오사카 리가로얄 호텔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2시간 가까이 지각하면서 29일 오전 0시36분부터 1시29분까지 사상 초유의 '새벽 정상회담'으로 열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러 정상회담 전 열린 프랑스와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당초 28일 오후 10시 15분부터 10시 45분까지 30분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오후 10시 55분부터 29일 오전 0시 20분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러프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40분 늦어진데다 회담 시간도 당초 30분보다 많은 1시간 25분 동안 이어지면서 한러 정상회담이 2시간 늦춰진 것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우리 측 숙소에서 대기하다 실제 회담 시작 11분 전인 0시25분쯤 러시아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오사카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2시간 가까이 늦은 것에 대해 러시아 측의 사과가 있었냐'는 질문에 "오늘 상황에 대해서 러시아 측과 저희하고 계속 긴밀히 소통을 했다. 상황이 불가피하게 계속 늦어지고 있고, 회담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쪽에서 계속 양해를 구해왔다"면서도 "회담장에서 추가로 러시아의 사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장에 2시간 늦게 나타난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존경하는 대통령님, 오늘 다시 이렇게 만나 뵙게 된 데 대해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 이 회담에서 이런 쌍방의 실무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를 비롯한 서로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을 다 토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알고 계시다시피 저는 이제 지난달 4월 말에 북한 지도자와 만난 것을 고려하면 또 유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며 "그 회담의 저의 인상을 공유하고, 또 정세를 전반적으로 이제 토의하고자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님과 다섯 번째 만남인데, 만나는 횟수만큼 한러 관계가 발전하고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국 간 교류 협력이 다방면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4월 파트루쉐프 서기가 방한한 데 이어 지난 달 문희상 국회의장과 또 이번 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교역량도 지난해 248억 달러로 전년도 대비 31% 증가했고, 특히 올해 1/4분기에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한국이 러시아 1위 교역국으로 올라선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사후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완전한 비핵화 달성 원칙과 이를 위한 남북. 북미 대화 진전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힌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또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교환으로 대화의 모멘텀이 다시 높아졌다"며 "이러한 긍정적 모멘텀을 살릴 수 있도록 러시아, 중국과도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을 마친 오전 1시30분쯤 참모들에게 "사상 초유의 심야 정상회담인가요"라며 "허허" 웃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지각 대장'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각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계기에 이뤄진 첫번째 한러 정상회담에서 34분 지각했다. 또 작년 6월 2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52분 늦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