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애국당 개명" 보도 근거 없어…누군가 '박근혜' 팔아 자기정치 하는 듯
  • ‘우리공화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대한애국당의 결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으로, 박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직접 새 당명을 써서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논란을 일으켰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 나아가 '우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문제는 영어의 몸인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우리공화당 측에 이런 의사를 전달했느냐는 점.  ‘교감 경로’를 둘러싼 우리공화당 측의 진술마저 엇갈려 의구심이 증폭됐다. 

    우리공화당이 박 전 대통령과 교감할 수 있는 통로는 3가지로 압축된다. △조원진‧홍문종 공동대표가 직접 박 전 대통령을 만나거나 △서신을 통해 접촉하거나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면회를 허용하는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교신하는 방법 등이다. 

    우선 조‧홍 공동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났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된 후 유 변호사 외에는 면회를 일절 거부한다. “조‧홍 공동대표도 여러 차례 면회 신청을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게 복수 정치권 관계자의 공통된 증언이다. 

    그렇다면 편지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교감이 이뤄졌을까. 우선 조‧홍 공동대표가 지속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사실로 파악된다. 조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본지와 인터뷰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매주 A4 용지로 빡빡하게 3~4장씩 써서 보낸다. 정국이나 당 상황을 보고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회신’이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조 공동대표는 본지에 “지금은 유 변호사를 통해 교감한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 전 세(勢) 규합을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지 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으냐'고 묻자 조 공동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이 있을 것이다. 신당 창당 후 나와 홍 공동대표의 면회를 받는다든지, 편지로 하든지.... 아무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조 공동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의 답장을 받은 적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본지에 “박 전 대통령이 새 당명을 직접 써줬다는 <문화일보> 25일자 보도는 오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해당 언론사에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서신을 통한 박 전 대통령과 교감은 없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가능한 경우의 수는 유영하 변호사뿐이다. 현재 박 전 대통령과 유일하게 면회가 가능한 사람은 유 변호사 한 명. 복수의 우리공화당 관계자에 따르면 유 변호사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친박계 또는 대한애국당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다만 이번 당명 결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의사를 유 변호사가 전달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우리공화당 내부 관계자들의 진술마저 엇갈린다. 

    우리공화당의 한 관계자는 “유 변호사를 통해 들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경로는 조‧홍 공동대표만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가 전달 경로는 아닌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공화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조‧홍 공동대표가 유 변호사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선관위에서 ‘신공화당’은 안 된다더라”고 전하자, 박 전 대통령이 “그럼 '우리공화당’으로 하세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본지는 당사자인 유 변호사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그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을 우리공화당에 전달한 것이 사실이냐"라고 물었으나 ‘수신 확인’만 될 뿐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대한애국당은 24일 ‘우리공화당’으로의 당명 변경을 공식화했다. 당시 조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당명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당명을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