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와 불륜’ 홍상수 감독 이혼 소송 14일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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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내용 중 일부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청구하려면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이 외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경우를 제시했다. 이들 사유가 없다면 이혼 청구가 어렵다는 의미다.홍상수(59) 영화감독이 2016년 11월 부인을 상대로 청구한 이혼소송 1심 선고가 오는 14일로 예정되면서, 이 조항이 주목받는다. 홍 감독은 2015년 배우 김민희 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고 알려졌다. ‘김씨를 사랑해 혼인생활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홍 감독이 2017년 한 언론 시사회에서 한 주장이다. 이를 뒤집으면 ‘사랑하지 않아 혼인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면 이혼할 수 있다’로도 해석된다.홍 감독의 주장은 이혼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법부는 혼인생활을 파탄낸 책임이 있는 사람(유책·有責)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보통 ‘유책주의'를 인정한다고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파탄(破綻)주의’다. 혼인생활이 유지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면,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이혼을 허용하자는 주의다.사법부 판단은… 유책주의 VS 파탄주의유책주의를 인정한 대법원의 최근 판례는 약 4년 전에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9월15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사건(2013므568)’에 대해 “유책주의를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그 이유로 △유책주의를 채택한 민법 제840조 규정 △파탄주의가 도덕성과 신뢰를 중시하는 원칙(신의칙) 등에 어긋난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또 대법원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혼인생활 파탄에 책임이 없는 여성이 이혼 후 생계를 이어 나가는 데 불이익을 입게 될 위험이 있다”며 “간통죄가 2015년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됐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법률이 금지한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봤다.대법원은 다만 유책주의의 문제를 인정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부부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 강제가 이혼을 청구한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지 먼저 가려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더했다. 당시 대법관 13명 중 6명(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이 유책주의에 반대했다. 이는 과거 사법부의 견해에서 파탄주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움직였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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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법원은 1993년 4월23일 선고한 사건(92므1078), 2010년 12월9일 사건(2009므844) 등에 대해 “혼인 파탄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1부는 2010년 사건을 판단할 때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는 점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민법상 유책주의를 인정한 판단에서 파탄주의로의 기조 변화가 감지된 셈이다.“홍 감독 이혼 못할 것… 결국 파탄주의로 가야”법조계에서는 이번 홍 감독에 대한 선고에서도 사법부가 유책주의를 인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선고와 별개로 사법부가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이혼 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파탄주의가 한 표 차이로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대법원 판례가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홍 감독의 1심 선고도 유책주의, 홍 감독의 이혼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이 변호사는 장기적으로 파탄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책주의의 부작용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사람 마음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가’가 유책주의의 본질적 문제”라며 “실제로 다양한 경우를 보면 이혼할 때까지 5~10년씩 소송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소송 과정상의 정신적 고충, 소송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로 유책주의 악용 가능성을 들었다. 이 변호사는 “유책주의를 주장할 때 드는 논거가 보통 (이혼소송을 당한) 여성 등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논거의 문제점은 이혼하지 않으면 혼인 파탄에 책임 없는 배우자가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등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론적으로 선진국처럼 파탄주의를 도입하되 상대방에게 충분한 위자료와 재산분할과 양육비 등 보상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법무법인 ‘이경’ 최진녕 변호사 역시 “홍 감독의 청구는 기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책주의로 보면 이혼 파탄의 책임이 홍 감독에게 있고, 예외적 파탄주의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최 변호사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부부 간의 실질적,경제적 평등이 이뤄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파탄주의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도 “아직도 축출이혼(경제권을 가진 사람이 상대를 쫓아내듯 하는 이혼)에 따른 폐해가 적지 않아 완전히 파탄주의로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