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와 불륜’ 홍상수 감독 이혼 소송 14일 선고
  •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5년 혼인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는 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뉴데일리 DB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5년 혼인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는 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뉴데일리 DB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내용 중 일부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청구하려면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이 외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경우를 제시했다. 이들 사유가 없다면 이혼 청구가 어렵다는 의미다.  

    홍상수(59) 영화감독이 2016년 11월 부인을 상대로 청구한 이혼소송 1심 선고가 오는 14일로 예정되면서, 이 조항이 주목받는다. 홍 감독은 2015년 배우 김민희 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고 알려졌다. ‘김씨를 사랑해 혼인생활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홍 감독이 2017년 한 언론 시사회에서 한 주장이다. 이를 뒤집으면 ‘사랑하지 않아 혼인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면 이혼할 수 있다’로도 해석된다. 

    홍 감독의 주장은 이혼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법부는 혼인생활을 파탄낸 책임이 있는 사람(유책·有責)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보통 ‘유책주의'를 인정한다고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파탄(破綻)주의’다. 혼인생활이 유지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면,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이혼을 허용하자는 주의다. 

    사법부 판단은… 유책주의 VS 파탄주의 

    유책주의를 인정한 대법원의 최근 판례는 약 4년 전에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9월15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사건(2013므568)’에 대해 “유책주의를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유책주의를 채택한 민법 제840조 규정 △파탄주의가 도덕성과 신뢰를 중시하는 원칙(신의칙) 등에 어긋난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또 대법원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혼인생활 파탄에 책임이 없는 여성이 이혼 후 생계를 이어 나가는 데 불이익을 입게 될 위험이 있다”며 “간통죄가 2015년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됐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법률이 금지한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다만 유책주의의 문제를 인정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부부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 강제가 이혼을 청구한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지 먼저 가려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더했다. 당시 대법관 13명 중 6명(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이 유책주의에 반대했다. 이는 과거 사법부의 견해에서 파탄주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움직였음을 보여준다. 
  • ▲ 지난 2016년 부인을 상대로 한 홍상수(사진) 감독의 이혼 청구 소송에 대해 오는 14일 법원이 첫 판단을 내린다.ⓒ뉴시스
    ▲ 지난 2016년 부인을 상대로 한 홍상수(사진) 감독의 이혼 청구 소송에 대해 오는 14일 법원이 첫 판단을 내린다.ⓒ뉴시스
    앞서 대법원은 1993년 4월23일 선고한 사건(92므1078), 2010년 12월9일 사건(2009므844) 등에 대해 “혼인 파탄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1부는 2010년 사건을 판단할 때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는 점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민법상 유책주의를 인정한 판단에서 파탄주의로의 기조 변화가 감지된 셈이다.

    “홍 감독 이혼 못할 것… 결국 파탄주의로 가야”

    법조계에서는 이번 홍 감독에 대한 선고에서도 사법부가 유책주의를 인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선고와 별개로 사법부가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혼 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파탄주의가 한 표 차이로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대법원 판례가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홍 감독의 1심 선고도 유책주의, 홍 감독의 이혼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장기적으로 파탄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책주의의 부작용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사람 마음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가’가 유책주의의 본질적  문제”라며 “실제로 다양한 경우를 보면 이혼할 때까지 5~10년씩 소송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소송 과정상의 정신적 고충, 소송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로 유책주의 악용 가능성을 들었다. 이 변호사는 “유책주의를 주장할 때 드는 논거가 보통 (이혼소송을 당한) 여성 등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논거의 문제점은 이혼하지 않으면 혼인 파탄에 책임 없는 배우자가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등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론적으로 선진국처럼 파탄주의를 도입하되 상대방에게 충분한 위자료와 재산분할과 양육비 등 보상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법무법인 ‘이경’ 최진녕 변호사 역시 “홍 감독의 청구는 기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책주의로 보면 이혼 파탄의 책임이 홍 감독에게 있고, 예외적 파탄주의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부부 간의 실질적,경제적 평등이 이뤄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파탄주의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도 “아직도 축출이혼(경제권을 가진 사람이 상대를 쫓아내듯 하는 이혼)에 따른 폐해가 적지 않아 완전히 파탄주의로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