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앨범 '리:버스(Re:Birth)' 발매… "이젠 한국에서 사랑 받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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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엔카의 여왕'으로 칭송 받다 마약·사기 사건 등에 연루되면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던 가수 계은숙(57·사진)이 새 앨범 '리:버스(Re:Birth)'를 발표하고 재기에 나섰다.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신보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한 계은숙은 30여년 만에 국내에서 정규 앨범을 내게 된 소감과 더불어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얼룩졌던 지난 과거에 대한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이날 산뜻한 분홍빛 정장에 반짝이는 킬힐 구두를 신고 무대에 오른 계은숙은 "어젯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여러분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메이크업도 받고 머리도 하고 세상에서 제일 비싼 신발도 신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성격이 털털한 편이라 특별히 예뻐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지만 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은 나름 준비한다"면서 "가끔 제 눈이 처져서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실 땐 조금 슬픔이 밀려오기도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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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하는 앨범마다 빅히트를 치며 원조 한류 가수로 군림하던 계은숙은 2007년 각성제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돼 일본 법원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고 국내로 유턴했다.이때부터가 시련의 시작이었다. 일본에선 톱스타였지만 국내에선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하는 한 명의 여성 가수에 불과했다. 게다가 젊은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그에게 한국 문화는 낯설 수밖에 없었다. 또한 주위에서 바보 같다고 핀잔을 줄 정도로 순진했던 성격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기사건에 연달아 휘말리면서 노래가 아닌 각종 스캔들로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신세가 됐다. -
계은숙은 "타지에서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들에 봉착했을 때 이상한 환경이 다가왔고, 해서는 안되는 것에 손을 대고 말았다"며 조심스레 마약 전과를 거론했다.
"그때 저는 반 미쳐 있었어요. 실어증도 생겼죠. 물론 다량의 마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제가 정신적으로 마약에 의존해 시간을 빼앗긴 게 억울해요. 그래서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었어요."
그는 "앞으로는 그런 것들에 영혼을 빼앗기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일들로 아픔을 겪으신 분들을 위해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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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니까, 알지 못하는 게 죄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결코 거짓말은 안하고 살았어요. 너무 솔직해서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죠. 너무 착해서 이용당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때 제가 아직 미성숙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계은숙은 1980년 '10대 가수가요제' 신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자신이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가수 계은숙이 어떤 사람과 사랑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 쪽에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가수를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어요. 이런 모욕도 있구나 싶었죠. 스캔들이 터지면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더 이상 홀로 계신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리기가 싫어서 일본으로 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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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주례로 3살 연상의 한국인 사업가와 결혼했지만 성격 차이로 6년 만에 갈라서고 말았다. 그에게 남은 건 노래와 사업뿐이었다.
음악에 대한 욕심이 컸던 그는 소속사에서 독립, 스스로 콘서트를 준비했는데 이 과정에서 제작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순식간에 거액의 채무를 지게 됐다.
부채로 인한 재판이 이어지고 갱년기 장애까지 겹치면서 계은숙은 정신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급기야 2007년 각성제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비자기간 연장이 불가능해지면서 2008년 8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0년 3월 서울 캐피탈 호텔에서 디너 콘서트를 개최하며 고국에서의 재기를 노렸지만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사건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여론을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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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약할 수 있는 목표 같은 건 없고 그저 아프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며 "이젠 감추지 않고 여러분 앞에서 '저를 구해주세요'라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말썽꾸러기 계은숙을 위해 어려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려 합니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매를 들어 주시고, 한국에서도 사랑 받는 계은숙이 될 수 있도록 기사 안에서 저를 잘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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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