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백원우 이어 탁현민 영입 추진… "말로는 당청 변화, 실제론 끼리끼리" 비판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DB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DB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8개월 만에 당·청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4·3보궐선거에서 ‘0승’ 성적표를 받아든 이후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런 장담은 ‘호언’에 그치리란 예상이다. 당 내부를 청와대 출신 인사로 채우기 때문이다. ‘친문(親文) 순혈주의’로 당을 정비하면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현장 분위기로 보면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과 호소가 많았다”며 “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고, 경제·민생문제에 좀 더 전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월9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라며 “앞으로 3년간 정부와 당을 어떻게 운영할지 평가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임금으론 모든 걸 해결 못해”

    이 대표는 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뜻을 표했다. 그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주로 임금인상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임금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이 앞장서서 청와대의 경제정책 기조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래 거듭된 경제 악화에도 소득주도성장‧탈원전 등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14년 59만8000명 수준이던 연간 취업자 수 증가가 지난해에는 10만3000명으로 급감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도 악화했다. 보선을 통해 민심의 이반이 드러나자, 이 대표가 청와대를 겨냥해 당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호언장담과 달리, 여당은 ‘친문 순혈주의’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출신 친문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중이다. 여당이 청와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탁현민 영입’ 이해찬 구상으로 알려져

    당장 민주당 일각에서는 탁현민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민주당 홍보위원장으로 기용하는 방안이 거론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탁 전 행정관의 당 입성은 이 대표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탁 전 행정관의 영입설은 점차 구체화할 전망이다.

    앞서 복귀설만 무성했던 양정철 전 비서관이 민주연구원장직을 수락했다. 양 전 비서관의 복귀 역시 이 대표가 크게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당으로 속속 돌아오며 친정체제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대표의 ‘당·청 관계 변화’ 예고는 ‘공수표’ 아니냐는 관측이 크다. 보선이 끝난 후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지도력에  노골적 반감이 표출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강한 여당’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8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오만한 순혈주의”라며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진보개혁세력이 통합 연대해야 하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쥐구멍을 온몸으로 막으며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자신들끼리만 하겠다는 순혈주의로 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이런 식으로) 전략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면 촛불혁명 산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는 개혁이 없는 정부로 끝날 수도 있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또 다른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 대표가 경륜이 있다 보니까 처음에 ‘올드보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청와대를 견제할 만한 내공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실상 8개월 동안 청와대에 제 목소리를 낸 게 뭐가 있었나”라며 “보선 후에 지도력이 입방아에 오르니까 갑자기 당청 관계 변화를 얘기하는 것 같은데,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을 데리고 무슨 말을 크게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