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마스크, 청정기, 측정기 ‘구입 행진’…구매자들 “마스크는 한국의 일상” 설명도
  • ▲ 중국 샤오미가 판매하는 '스마트 마스크' 1세대. 최근에는 2세대도 나왔다. ⓒ오픈마켓 11번가 게재 홍보사진 캡쳐.
    ▲ 중국 샤오미가 판매하는 '스마트 마스크' 1세대. 최근에는 2세대도 나왔다. ⓒ오픈마켓 11번가 게재 홍보사진 캡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중국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해에서의 인공강우, 군 내무반과 각급 학교 공기청정기 비치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근본적인 원인 제거가 아니지 않으냐”는 지적이 포털 뉴스 댓글란을 가득 채웠다.

    사람들은 수 년 전부터 미세먼지와 싸움에서 ‘각자도생’했다. 많은 국민이 국내 오픈마켓이나 아마존·이베이·타오바오·알리 익스프레스 등에서 미세먼지에 대응할 제품을 구입한다. 실내용 공기청정기, 차량용 공기청정기, 공기청정 기능 마스크,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 등이 그 품목이다. 상품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사람들은 “미세먼지가 최악인 중국에서 인기를 끈 상품이라고 하니 믿을 만하지 않겠느냐”며 중국산 제품을 구입한다.

    “마스크는 한국의 일상” 샤오미 공기청정 마스크


    국내에서 공기청정기가 처음 출시됐을 때 1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과 “이게 필요하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중국발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이 ‘흡연실’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공기청정기 구입이 증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영국제 다이슨 등이 판매하는 공기청정기 가격은 수십 만원을 넘었다. 지금은 오픈마켓 11번가·G마켓·옥션 등에서는 10만원대 공기청정기를 판매한다. 중국산 공기청정기, ‘가격 대 성능 최고’라는 샤오미(小米)가 들어오면서 가격 파괴가 일어났다. 불과 10만원대 초반의 공기청정기가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이후 샤오미보다 더 싼 중국산 공기청정기도 시장에 진입했다. 위닉스 등 국내 중견기업, SK매직 등 렌탈업체들도 공기청정기사업에 뛰어 들었다. 이제 국산 브랜드 공기청정기 가격은 10만 원대 후반 수준이다.

    최근 샤오미가 국내에 내놓은 상품은 ‘공기청정 마스크’다. 해외직구 소비자들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공기청정 마스크’는 간단한 기술을 응용한 상품이다. 부드러운 소재의 마스크를 만들고, 안쪽에 P.M 2.5를 걸러낼 수 있는 필터를 붙인 뒤 작은 환풍기를 돌려 내·외부 공기를 강제순환시키는 구조다.
  • ▲ 중국 샤오미의 미세먼지 측정기. ⓒ이베이 판매상품 이미지 캡쳐
    ▲ 중국 샤오미의 미세먼지 측정기. ⓒ이베이 판매상품 이미지 캡쳐
    그동안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KF99 또는 KF95 마스크만 사던 사람들은 2만 원이 넘는 샤오미 마스크에 관심을 가졌다. 샤오미 마스크의 사용 리뷰에는 “미세먼지 나쁨이 일상인 한국에서 이제 마스크는 일상용품이 됐다”는 설명이 붙었다.

    휴대용 미세먼지측정기 해외직구 늘어


    미세먼지 때문에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 가운데 하나가 휴대용 미세먼지측정기다. 원래 미세먼지측정기는 산업용 또는 연구용이다. 공사현장이나 공장에서 분진 발생 측정, 아파트 등 공사현장에서 준공 전 포름알데히드 수치 측정, 기상관측소에서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 측정에 사용했다. 가격도 최소 수십 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뒤부터 휴대용 미세먼지측정기를 해외에서 직구입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베이·아마존·타오바오 등에서 파는 휴대용 미세먼지측정기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오염도, 기온과 습도 등만 측정할 수 있다. 휴대용 미세먼지측정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를 전문적으로 수입해 파는 회사도 생겼다. 물론 제품은 중국산 제품들이었다.

    중국산 휴대용 미세먼지측정기가 인기상품이 되자 국내 중소업체는 물론 미국 3M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11번가 등에서 팔리는 휴대용 미세먼지측정기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샤오미의 ‘스마트미’와 3M의 미세먼지측정기, 칼더의 공기질측정기다. 뒤를 이어 휴마아이·코아레스·아이지오 등 중소기업들이 만드는 제품도 있다.

    이 중에서도 샤오미의 ‘스마트미’는 미세먼지(P.M 2.5)만 측정할 수 있지만 3만~4만원에 불과한 가격과 작은 크기 때문에 판매량이 가장 많다. 3M 제품은 샤오미보다 비싸다. 국내 업체들이 판매하는 측정기는 대부분 ‘메이드 인 차이나’다. 소비자들은 중국의 대기오염에서 이미 성능을 검증했을 것이고, 그나마 ‘브랜드’ 제품이라고 생각해서 샤오미 측정기를 찾는다.

    차량용, 유모차용 공기청정기도 등장…중국 배만 불리는 미세먼지

  • ▲ 지난 5일 청와대에서 관계장관들에게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보고받는 문재인 대통령. 그 대책이 6일 나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일 청와대에서 관계장관들에게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보고받는 문재인 대통령. 그 대책이 6일 나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말부터는 차량용 공기청정기와 유모차용 공기청정기, 목에 걸고 다니는 개인용 공기청정기도 인기다. 가격은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실내 공기청정기와 달리 이미 공기필터가 있는 차량에서 쓰는 공기청정기, 트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유모차용 또는 개인용 공기청정기의 성능은 검증이 쉽지 않다. 그래도 사람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불안하다며 관련 제품을 찾는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5일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6일에는 청와대가 정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을 지시했다”며 몇 가지 내용을 소개했다. 중국과 서해에서 인공강우 추진 외에 청와대 직원들의 차량 사용 중단, 중국과 미세먼지 예보 시스템 공동 구축, 노후 석탄 사용 발전소 조기폐쇄 검토 등이다. 문 대통령은 지시를 내리면서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포털 뉴스에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린다. 중국이 미세먼지와 대응상품으로 한국인을 두 번 울림에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이 원인이므로 강력히 항의하겠다”는 말을 입밖에 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