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유기견까지 '보호공간 좁다'며 안락사 시켜… "개는 현행법상 물건"
  • 2000년대부터 유기견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며 '유기견의 대모'로 불리고 있는 한 여성이 지난 수년간 230마리 이상의 '구조 동물'을 단지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안락사 시켜왔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인 '케어'에서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하는 A씨는 지난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박소연(사진) 케어 대표의 지시에 따라 2015년 1월 이후 4년 가까이 230마리 이상을 안락사 시켜왔다"며 "안락사의 기준은 '치료하기 힘든 질병'이나 '순치 불가능할 정도의 공격성' 등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 '보호소 공간 부족'이었다"고 폭로했다.

    "안락사 시킨 개를 위탁·보호한 것으로 가장"

    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가 2015년부터 구조한 동물은 1100여마리에 달하는데 이들 중 745마리가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박소연 대표가)안락사한 명단을 입양 간 것으로 처리했다"며 통계 조작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A씨는 안락사가 이뤄진 이유로 '대규모 구조 활동'을 들었다. 단체 홍보 등으로 많은 개들을 구조할 경우 보호소가 과밀 상태에 이르게 되고 결국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안락사를 시키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A씨는 "박 대표가 간부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안락사를 지시·승인했다"면서 사체 처리 비용을 치료비인 것처럼 보이도록 시도하거나, 안락사한 개를 위탁 보호한 것으로 가장하는 등 안락사 은폐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박 대표는 SNS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은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최소한 구조한 동물이 입양을 못 가고 있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도 "A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심하게 아픈 개를 제외하고는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안락사 주도' 의혹을 부인해오던 박 대표는 지난 11일 <한겨레>, <셜록>, <뉴스타파> 등이 일제히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지난 2015년 초부터 2018년 9월까지, 200여 마리의 구조된 동물을 안락사 시켰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병들거나 아프지 않은 건강한 개체였다"는 내부제보자의 증언을 공개하자, 당일 오후 "소수의 안락사가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하지 않았으나 2015년경부터는 단체가 더 알려지면서 구조 요청이 쇄도했다"며 "최선을 다 해 살리고자 노력했지만, 일부 동물들은 극한 상황에서 여러 이유로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간 부족' 때문이 아니라 공격성이 심해 사람이나 동물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 전염병이나 회복 불능의 상태의 경우에만 안락사를 시켜왔다"며 "현재 보호하고 있는 동물 중에는 안락사를 해 주는 것이 나은 상황인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덩치 크고 건강한 유기견도 안락사 시켜"

    그러나 12일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박 대표는 현행법상 유실·유기동물(보호조치 중인 동물 포함)은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2011년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케어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20마리를 안락사 시킨 뒤 한 대학교 수의과대학에 '동물 실험용'으로 보낸 사실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 대표가 입양이 안 됐거나 덩치가 크고 건강한 유기견들을 안락사 시킨 사실을 확인한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박 대표가 초범이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안락사된 20마리 중엔 다른 동물보호단체와 개인으로부터 위탁비를 받고 보호 중인 동물들도 있어 박 대표가 대법원 판결(민사)에 따라 견주에게 위자료를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즈한국>에 해당 사실을 제보한 전직 '케어' 직원은 "동물도 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분위기와 주장이 있었던 만큼 견주 외에 개에게도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는데 당시 박 대표는 그럴 수 없다며 개는 현행법상 '물건'이라 주장했다​. ​저 사람이 동물애호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실에 대해 박 대표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선진국에선 안락사한 유기동물을 실험용으로 자주 사용하고, 안락사의 경우 수의사보다 동물과 가까이 지냈던 사람이 했을 때 동물이 공포를 덜 느낀다"며 "그래서 내가 안락사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시 보조금 편취 혐의로 경찰 조사 받기도"

    이외에도 박 대표는 수의사 면허 없이 유기동물을 수차례 안락사 시키거나 남양주·구리시 유기동물 보호관리 위탁사업을 도맡으며 시 보조금 편취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한국>은 "의정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박 대표는 총 184회의 허위 유기동물포획·관리대장을 각 시에 제출해 약 1950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며 "시가 위탁사업자에게 구조 유기견 한 마리당 10만~11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악용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원래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2000년부터 동물학대방지연합에서 자원봉사원으로 일하다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버려진 개들을 구조·보호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현재 2만3000여 명의 회원과 40여 명의 활동가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 단체는 연간 15억~20억여 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엔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계 최초 유기견 퍼스트 도그(First Dog)'라는 명목으로 유기견 '​​토리'​를 입양 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 출처 = '케어'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