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연 "정책실장실 만족시키지 못할 것" 내부 문건… 보고 대로 연구소 폐쇄돼
  • ▲ 대외경제연구원의 지난해 11월 2일 청와대 보고자료 일부분. ⓒ김종석 의원실
    ▲ 대외경제연구원의 지난해 11월 2일 청와대 보고자료 일부분. ⓒ김종석 의원실
    '한반도 싱크탱크'로 알려진 한미연구소(USKI)가 문재인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폐쇄된 가운데, 폐쇄 과정에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수뇌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미연구소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대학원(SAIS) 산하기관으로 지난 2006년 '6·25 참전용사' 출신인 돈 오버도퍼 교수가 세웠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정부가 제출한 '대외경제연구원 개혁을 골자로 한 내부문건'을 분석했다. 그리고 25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김종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일 대외경제연구원 내부문건에는 당시 홍일표 정책실장실 행정관(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연구원 관계자 보고에 "정책실장이 알고 싶은 것은 큰 틀에서 워싱턴에서 한국의 이익을 제고할 싱크탱크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한미연구소로부터 명백히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보고가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이 내부문건은 '청와대가 요청하지 않았으나 대외경제연구원이 먼저 (개혁 보고서를) 보고했다'는 지금까지의 청와대 입장과 다른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월 7일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에서 먼저 (보고를) 요청한 게 아니라 대외경제연구원에서 '보고하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석 의원은 이와 관련 "상식적으로 봐도 국책연구원 직원이 겨우 예산 20억자리 연구소 개혁 문제를 보고하러 자진해서 '청와대를 찾아왔다'는 게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당시 보고는 홍일표 행정관뿐 아니라, 이태호 통상비서관과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 등 청와대 주요 관계자 다수에게도 이뤄졌다. 대외경제원구원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태호 통상비서관은 연구원 관계자 보고에 "이번 보고 자료로는 정책실장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역시 청와대가 정권 출범 후 한미연구소 폐쇄에 대한 관심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개혁방안 첫 머리가 '소장 교체'

    아울러 보고서 자료 목차를 보면, 개혁방안 첫 머리는 '소장 교체' 내용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금년말 해고는 반발이 우려되고 '한국 정부 개입으로 교체됐다'는 부정적 여론이 돌 우려가 있다. 소장 교체 의견이 담긴 공식서한을 전달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향후 한미연구소 폐쇄 과정을 살펴보면 보고서대로 이뤄졌다. 보고가 이뤄진 후 일주일이 지난 지난해 11월 15일, 한미연구소에 공식 서한이 전달됐다. 그리고 지난 3월 연구소 자체를 폐쇄하고 한국학 연구기능만 남기는 방식으로 소장 교체가 이뤄졌다.

    김종석 의원은 "한미연구소 폐쇄 과정은 과정 전반에 걸쳐 정권 수뇌부가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깊숙이 개입됐음이 드러났다"며 "국익 손상을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공공외교안보 자산을 증발시킨 것은 전형적인 직권남용과 권력남용에 해당된다. 현 정권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고 재차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