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정국엔 유리하지만 당 장악엔 '글쎄'…박근혜 정부도 내각 비중 높인 바 있지만, 당청 관계 '삐걱'
  • ▲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 임명된 이개호 의원에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 임명된 이개호 의원에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 안팎에서 이번 주 내 개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교체될 장관 후보들에 대한 하마평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 중에는 현직 의원이 다수 포함돼 있어 청와대가 인사청문회 무사통과와 당 장악력을 노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청와대는 29일 현재까지 장관 5~6명을 교체하는 2기 개각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각 대상은 교육·고용·노동·국방·환경·여성가족·산업부 등이다. 교육부 장관에는 국회 교육위 7년 경력이 있는 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거론된다. 고용부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한정애 의원이, 환경부에는 환경관리공단 이사 경력이 있는 우원식 의원의 이름이 오르고 있다.
    송영무 장관의 후임으로는 역시 군 출신인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송 장관의 경우 여권 일각서 유임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장관은 성윤모 특허청장이 유력하다는 후문이다.

    ◆ 2기 내각 구성, 현직 국회의원 비율 더 높아지나

    만일 이같은 구도로 2기 내각이 구성된다면, 교체하는 장관 중 상당수가 현직 국회의원으로 채워지게 될 전망이다. 이미 행정안전부에 김부겸 장관, 문체부에 도종환 장관, 국토부에 김현미 장관 등 내각에 여러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각을 통해 내각에서 의원이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내각에 정치인 출신들을 선호하는 일차적 이유는 이들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직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만큼 어느 정도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직후 야심 차게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내세웠으나 첫 내각을 구성하면서부터 어려움에 부닥쳤다. 5대 인사 원칙을 통과하지 못해 중소벤처기업부 등 장관 후보자들이 사퇴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전·현직 국회의원의 경우 우여곡절에도 결국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또한 정치인이 입각하면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혁정책에 속도를 붙이기에도 쉽다는 게 일반론이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아무래도 정권의 지향하는 정책적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미 경제, 특히 일자리 정책에서 성과가 도드라지지 않자 정치인 출신인 정태호를 일자리 수석을 발탁한 전례가 있다.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 역시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봐 달라"고 말했다.

    나아가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내각에 들어간 국회의원들은 청와대와 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도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최경환 의원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하는 등 비슷한 전략을 취했었다.

    ◆ 박근혜 정부도 내각 비중 높인 바 있어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우를 참고할 때 내각에 국회의원을 많이 포진하는 것이 당 장악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당·청 관계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의 경우도 이해찬 신임 당대표 당선으로 당·청 관계의 험로를 예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여러 차례 내각 구성을 하는 과정에서 정치인 출신의 비율을 높였다. 2기 내각 구성은 2014년 6월로, 세월호 참사 직후 이를 계기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컸다. 경제부총리에 최경환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희정 의원이 포함됐다.

    이후 3기 내각에서도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토부에 유일호 의원, 해수부에 유기준 의원이 각각 장관으로 내정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의 내각 중용으로 친정 체제를 구축,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 과연 당 장악력 높아질까…'글쎄'

    하지만 이후 박근혜 정부의 당·청 관계는 이같은 해석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당내에서 친박이 우세한 가운데에서도 친박계와 비박계 간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됐다. 당시 새누리당은 '30시간의 법칙'으로 요약되는 김무성 대표의 엇박자 발언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등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고, 결국 소위 '옥새 파동'이라는 공천 잡음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중진급 의원들이 내각으로 유입된 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여당 내 친 박근혜 의원들이 내각에 중용되면서 장관들은 세종시에서 부처 업무를 보느라 국회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이 무게감 있는 중진 의원이었던 만큼 당에서 내는 목소리가 줄어든 게 당·청 불협화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문재인 정부 역시 정치인 입각이 당 장악력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서 제기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신임 당대표로 이해찬 대표가 선출된 상태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8.25 전당대회에서 "당이 보이지 않는다"며 '강한 여당'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청 관계의 주도권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기 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얼마든 열려있는 상황이다. 경제지표 악화 등으로 인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이어가야 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당이 정부가 못하는 건 못했다고 지적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건강한 당·청 관계라 할 수 있다"며 "당에 남아 목소리를 내줄 중진 의원들 없어지면 쏠림과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럴 경우 당장에는 힘이 모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국정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당·청이 동반 몰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