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동 최고위원에 이용득 유력… 민노총 "노동소위에서 이정미도 빼더니" 반발 커질듯
  •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출신 이용득 의원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저임금·고용 문제를 두고 당내에서 '기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권 여당 대표가 대한민국 양대 노조 중 한쪽 편을 들어준 것이, 다른 한쪽의 반발을 초래해 향후 부정적 부메랑으로 돌아올 '자충수'가 된다는 지적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에 노동계가 참여하는 '민생경제연석회의'를 설치할 방침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 본격 시행되면서 경영난을 호소하는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고충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다. 당대표 직속으로 설치되는 민생경제연석회의는 사회적 대화 형식으로 운영된다. 노동계 대표 최고위원으로 유력한 이용득 의원이 해당 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그는 한노총 위원장을 두 번(2004~2008년, 2011~2012년) 역임했다.

    원내대표는 민노총, 최고위원은 한노총

    이용득 의원은 향후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인 홍영표 원내대표의 노동 정책 추진에 각을 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홍 원내대표의 전력을 알고도 이용득 의원을 앉히려는 데 대해, 그가 밝힌 '탕평 인사'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탕평과 적재적소에 기초한 당직 인선을 잘 준비해서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출신이 달라도 서로 잘 협의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민노총이 민주당에 대해 강한 반발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동 법안 개정 등을 다루는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을 배제키로 한 가운데, 민주노총은 28일 "정부 집권 여당의 노골적인 노동계 패싱(passing)"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 정의당 이정미 의원. ⓒ뉴데일리 DB
    ▲ 정의당 이정미 의원. ⓒ뉴데일리 DB

    남정수 민노총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만한 거대 양당이 짬짜미로 눈엣가시 같은 이정미 의원을 솎아낸 것"이라며 이정미 의원의 소위 참여 보장을 요구했다. 민노총은 정의당과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노조 출신 정의당 국회의원 지지 성명을 벌이는 등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정의당 4만명 당원 중 1만명 이상이 민주노조 조합원이다.

    이정미 의원은 이날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배제 논란에 대해 "그동안 제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논의라든가, 근로시간 단축 문제와 관련해서 노동존중 방향으로 입법을 끌고 가려고 하는 것에 대한 이견을 차단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노총 출신 한정애 전 최고위원은 지난 5월 최저임금제에 상여금과 복리후생금을 포함하는 개혁안을 통과시키자, 민노총의 큰 반발을 샀다. 향후 바통을 이어받을 이용득 최고위원과도 비슷한 갈등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경우다.

    민노총-한노총 갈등 구조, 어떻게 풀어갈까?

    투쟁 성격이 강한 민노총은 한노총을 '어용 노조'로 보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계 만찬 회동을 주재할 때 민노총은 청와대의 노사정위원장 배석, 사전 동의 없는 산별노조 및 사업장 개별 초청 등을 이유로 끝내 불참하기도 했다.

  •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5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국회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5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국회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이용득 낙점을 놓고 이해찬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1강'을 굳히기 위해 노동계 지지선언 소식을 전하며 대세론 부각에 주력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등 한국노총 소속 7개 산별 연맹과 전국노동위원회 부위원장들이 자신에 대한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투표에 참여할 당원에 노동정책 대의원(530여명) 및 정책당원(7500여명)의 비중이 크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이들 노조는 지난 15일 열린 전국노동위원회 주관 '당대표 후보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이해찬 후보가 지난 2011년 민주통합당 창당 당시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이끈 바 있다"면서 "노동존중의 창당 정신을 살리고 노동이 경제라는 가치를 지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지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이해찬 당시 후보는 "세 후보 중 유일하게 노동부문 최고위원을 지명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한노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은 이해찬 체제의 민주당이 민노총의 차가운 시선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지에 쏠리게 됐다. 대표와 최고위원 사이에 놓여있는 홍영표 원내대표는 민노총의 입장에서 자유롭지 않아 '샌드위치' 신세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법 개정의 책임을 지라며 그의 사퇴를 촉구했을 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면담을 갖고 "개정안으로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는 민노총 주장이 맞는다면, 법안도 폐기하고 원내대표 직도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해찬 대표가 한노총과의 결속을 강화할수록, '진퇴양난'에 몰린 홍 원내대표의 결단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당내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새 지도부는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당직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