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집권초 '협치' 언급은 파격적이란 평가…보수 야당은 반대 의사 확고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정당대표들을 초청해 대화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정당대표들을 초청해 대화한 모습. ⓒ청와대 제공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

    청와대가 '협치 내각'을 공식 브리핑에서 처음으로 거론했다. 개각을 앞두고 있던 문재인 정부가 연정에 가까운 안을 내면서 정국의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 절차가 필요하고, 야당과 협치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야당에도 입각 기회를 준다는 취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개각 문제에 대해 쉽게 결정 짓지 못하고 고려했던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이 문제"라며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자유한국 당 등 야당과 관계에서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보면서 결정짓기 위해 기다려왔는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자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 하절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농식품부의 역할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이번 주 안에 농식품부 장관 인사를 먼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당에서 요청이 왔다"는 말도 했다.

    앞서 여권에서 개각 이야기는 지난 5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언급하면서 나왔다. 당시 이 총리는 "장관들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부분 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협의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끝난 후 개각 이야기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은 채로 현재까지 밀렸다. 개각이 꾸준히 지연된 셈이다.

    이날 김 대변인은 협치내각이 본격적으로 이야기 된 시점을 "지방선거 이후"라고 언급했다. '협치 내각' 구상이 이 이같은 기류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청와대의 구상을 다소 파격적인 제안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정당책임정치를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집권 후기가 아닌 비교적 집권 초기에 야당과 협치 논의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색이 전혀 다른 자유한국당을 협치 대상으로 꼽은 것도 이례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에는 탄핵 국면 직전에 이르러서야 거국중립내각 등이 논의됐다. 여권이 최근 지지율 폭락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실제로 협치내각을 염두에 두고 있기 보다는 일종의 '협상 카드'로 내밀면서 국면을 환기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야당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협치를 거부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데다, 만일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국정이 실패할 때 책임을 나눠 질 수 있어 일종의 보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다수의 야당은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 언론사와 통화에서 "아직까지 협치 내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제안이나 설명을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 또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며 "장관 자리 나눈다고 협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협치는 정부가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데서 출발한다"며 "협치를 제안하려면 지금까지의 잘못된 국정난맥과 경제실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바른 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소득주도 성장을 철회하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라며 "지금껏 국정운영의 방향과 비전에 대해 한 번도 야당과 진지한 협의를 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위기가 도래한 지금에서야 갑자기 야당 입각 등을 말하는 것은 국면전환을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다만 집권 여당과 비교적 정치적 생각의 거리가 가까운 민주평화당은 "아직 정식 제의가 온 것은 없다"면서도 여권과 협치를 해나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