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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혼전 양상이던 당권 경쟁 구도가 서서히 좁혀지는 모양새다. 당 대표 후보 등록 마감일(21일)을 사흘 앞둔 18일 박범계·김진표에 이어 송영길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해 친문(친 문재인) 성향 의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 장관은 전날 오전 국회 제헌절 행사에 참석할 땐 "개각이 돼야 움직일 수 있다"고 여지를 열어뒀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이 없자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먼저 불출마를 밝혀 대통령께 드린 부담을 스스로 결자해지하고자 한다"며 "장관으로서 직에 머무는 날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범 친문계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친문 성향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촛불혁명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를 끝까지 지키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켰던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자세로 당의 대표가 된다면 명실상부한 민주당 정부가 되도록 만들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신한반도 경제구상과 신북방, 신남방 정책을 뒷받침하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차기 당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갖게 돼 '미래 권력'이 된다.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인물보다는 친문 성향에 국정 협조를 잘 이뤄낼 후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투명해지는 이해찬 출마설… 박영선은 출마 포기
김 장관 불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 안팎의 시선은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을 향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유력 후보로 꼽힌 이해찬 의원은 불출마 쪽에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7선의 이 의원이 '추대' 형식으로 등판하길 원했지만, 이미 당내 친노·친문 성향 의원들이 출마 의지를 밝혀 경쟁전에 뛰어들기에는 부담이 작용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20~21일 후보 등록기간 마감을 사흘 앞두고도 이 의원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편 송영길 의원과 함께 출마를 저울질했던 범 친문계 박영선 의원은 도전 의사를 접었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가지를 넓게 드리워야 할 때가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백년정당의 깊은 뿌리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저는 이번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정치 입문 이후 지금까지 저는 '경제민주화'와 '검찰개혁'을 끊임없이 주창해왔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이 일에 좀 더 몰입하고자 한다"고 했다.
남은 주자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당내에서는 최재성·이종걸·김두관 의원이 출마 의지를 밝힌 상태다. 최재성 의원은 김진표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으로 '86그룹'에 분류되는 설훈·이인영 의원은 19일 결론을 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설 의원의 출판기념회 개최일인 20일 전까지 단일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각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