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트루스포럼 특강서 정부 대북 접근법에 우려 표명북한 인권유린에 눈감은 국내 분위기 비판 “한국에 진보는 없다”
  • ▲ 30일 오후 서울대 관악사 900동 가온홀에서 제24회 서울대 트루스포럼이 개최됐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30일 오후 서울대 관악사 900동 가온홀에서 제24회 서울대 트루스포럼이 개최됐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현 정부의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무관심이 너무 안타깝다. 민족 공조 분위기로는 결코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략) 북한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 북한 주민을 살리는 길이다.“

    30일 오후 서울대학교 관악사 900동 가온홀에서 ‘서울대 트루스포럼’ 주최로 '북한인권의 동향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한 전문가 특강이 열렸다. 트루스포럼(Truth Forum)은 2016년 탄핵정국 당시 서울대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만든 대학생단체다. 좌파의 선동적 대자보에 저항해 반박 대자보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까지 46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트루스포럼은 대자보 운동 외에도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조언을 드는 특강을 열고 있다. 이날은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기조 연사로 나왔다.

    행사를 준비한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는 "27일 역사적 남북회담이 진행됐지만 북한인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근 UN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에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반인륜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실질적 개선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낙담하는 사람도 많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듯 진실이 가지는 무게감은 잠자는 지성을 깨울 것이라고 믿는다"며 "북한 변화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한번 걸어본다"고 덧붙였다.

    제성호 교수는 "지구에 지옥이 있다면 바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다"며 "인권이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인데 지구상에서 인간을 동물처럼 취급하는 몇 곳의 나라 중 대표적인 곳이 북한"이라고 정의 내렸다.

  • ▲ 30일 열린 서울대 트루스포럼 주최 '북한인권 동향과 한국의 대응'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는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의 뒤로 북한 정치범수용소 현황 그림판이 보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30일 열린 서울대 트루스포럼 주최 '북한인권 동향과 한국의 대응'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는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의 뒤로 북한 정치범수용소 현황 그림판이 보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전 세계 최악 중의 최악인 북한 인권 실태

    제성호 교수는 북한 인권 실태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그 심각성을 고발했다.

    제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1950년대 후반부터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5곳의 수용소에 약 12만명이 감금돼 있다. 

    제성호 교수는 "적법 절차 없이 야밤에 주민들을 끌고 가 가두는 정치범수용소는 각종 인권침해가 이뤄지는 종합 세트장이며 이로 인해 북한은 수령독재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북한 인권상황은 세계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1941년 미국 워싱턴 D.C에 설립된 세계적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40년 넘게 지속적으로 북한을 세계 인권 최하위 등급으로 평가했다. 

    2014년 UN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인권 침해 실태를 △외국인 납치 내지 강제실종 △사상과 종교의 자유 △신분에 따른 차별 △정치범수용소 및 구금시설에서의 고문과 처형 등 6가지 범주로 분류, 372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인권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살인, 고문 등 북한 정권의 조직적 인권 유린과 외국인 납치 등 반인도적 범죄를 입증하는 탈북자들의 개별 진술이 담겨 있다. 

  • ▲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북한 인권문제는 인류 공통의 관심사”

    제성호 교수는 “북 인권문제 언급은 내정간섭”이라는 일부 좌편향 인사들의 주장을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제 교수는 "간혹 혹자는 우리가 북한인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내정간섭'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UN헌장 제1조에는 human rights, 즉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차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같은 나라의 당시 국내 정세 공통점은 내부 인권탄압이 있었다는 점"이라며 "국제적 평화는 국내적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해찬 전 총리는 2012년 한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인권법 제정은 내정간섭이자 외교적 결례"고 말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제 교수는 "창피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 ▲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 발표 후 기뻐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 발표 후 기뻐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수령독재체제와 자유민주주의 결합은 불가능 

    제성호 교수는 "인권유린과 핵은 북한독재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며 "남북이 통일로 가는데 있어 인권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코 자유민주주의 통일로 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말하는 연방제는 사회주의로 가기 위한 전략적 개념”이라고 분석하면서, 북한의 선전선동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자유ㆍ인권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치는 통일은 적화통일을 위한 중간장치를 만들기 위한 구상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리아와 같이 진정한 연방국가가 되려면 동질성있는 이념과 체제로 묶여야 한다. 반면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상극이기 때문에 동일한 연방 헌법에서 권한을 배분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코 하나의 체제가 될 수 없다.”

    제 교수의 주장은 2014년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면서 판시한 내용과 같다. 당시 헌재는 “연방은 동일한 이념과 체제를 가진 구성국 사이에서 성립될 수 있다. 남북은 연방 성립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 ▲ 전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전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방법은?

    주민에 대한 인권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을 국제사회에 회부해 단죄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제성호 교수는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UN안보리 결의, 둘째는 자유통일 이후 통일한국이 김정은을 재판에 넘기는 방법, 셋째는 북한 내부에 김씨 왕조가 아닌 또 다른 새 정권이 들어서 김씨왕조에 대한 격하 운동을 벌이는 방법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반인도적 범죄, 대량학살 등을 저지른 인물을 처벌하는 국제적 기구다. 국제형사재판소에 특정 인물을 회부하기 위해서는 UN안보리 과반수 이상의 찬성 및 5개 상임이사국(미ㆍ영ㆍ프ㆍ중ㆍ러)의 지지가 필요하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김정은을 ICC 법정에 세우는 건 어렵다.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호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 때문이다. 

    제성호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위원회 및 유엔안보리 권고 내용은 향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운동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국내에 진보는 없다”

    제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에 진보 세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느 나라든 인권과 반핵은 진보적 인사들이 주장하는 주요 현안이지만, 국내에서 속칭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북한 인권유린실태와 김정은 정권의 핵 및 미사일 도발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제 교수는 국내 진보인사들의 이런 비뚤어진 국가관과 가치관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그는 북한을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와 접근법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현 정부의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무관심이 너무 안타깝다. 민족 공조 분위기로는 결코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남북의 체제와 이념이 다르다는 점을 오히려 강조하면서 북한이 세계적 흐름을 탈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끝으로 제성호 교수는 “북한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 북한 주민을 살리는 길”이라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