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 침범’ 위험성 배제할 수 없어...교통 혼잡 심화 우려도
  • ▲ 도심 자전거전용도로망 구축 기본 구상도.ⓒ서울시 제공
    ▲ 도심 자전거전용도로망 구축 기본 구상도.ⓒ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종로1가부터 종로5가 사이 도심 한복판에 설치한 ‘자전거전용차로’를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일상화된 교통 혼잡을 고려할 때,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거세다. 평일 낮 시간에도 꽉 막힌 이 지역 도로사정을 생각한다면, 새로 개통한 자전거전용도로가 가뜩이나 답답한 차량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써도 호흡기로 침입하는 초미세먼지를 완전히 제거하기 힘든 상황에서, 차량 배기가스와 대기오염을 무릅쓰고 이 지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할 시민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의 안전사고를 이유로, 시의 정책에 고개를 가로 젓는 시민도 적지 않다.

    파리와 시카고의 사례를 참고해 자전거전용차로를 계획한 서울시는 “처음에는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자전거 이용량이 늘면 교통 혼잡 해소와 대기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8일 개통된 자전거전용차로는 종로1가에서 종로5가 사이 2.6km 구간이다. 앞서 서울시는 여의도~광화문~강남까지 연결되는 자전거전용차로를 건설,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시는 이를 위해 우선 청계천로와 마포대로에 자전거전용차로 5.3km 구간을 새로 설치하기로 하고, 예산 53억5천만원을 편성했다. 도심권 자전거전용차로 설치작업이 끝나면 서울시는 2단계로, 여의도와 강남을 연결하는 설계안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전용차로는 버스전용차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전용차로’이기 때문에 자전거 이외에 승용차, 이륜차는 통행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이륜차는 4만원, 자가용은 5만원, 승합차는 6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시는 상반기까지 자전거전용차로 이용 안내를 적극적으로 한 뒤, 7월부터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참고로 서울시가 설치한 시설물은 ‘자전거전용차로’이지 ‘전용도로’가 아니다. 전용도로는 콘크리트 칸막이 등으로 차로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다.

    도심 자전거전용차로 설치에 부정적인 이들은, 기존 차로의 폭이 좁아져 교통 혼잡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종대로~흥인지문 구간은 상습 정체 구간으로 버스전용차로 설치도 보류된 곳인데, 이 지역에 자전거전용차로가 설치되면 교통 혼잡이 극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안전사고 우려와 실효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좁은 자전거전용차로 바로 옆으로 버스와 택시 등이 달리고 있지만, 안전구조물은 빈약하다.

    서울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종로 지역의 차량 제한 속도를 기존 60㎞/h에서 50㎞/h로 낮추고, 한밤 중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자전거전용차로 전 구간에 태양광 LED 표지등을 매립했다. 교차로에는 충돌사고 방지를 목적으로 시선유도봉도 설치됐다. 그러나 차량이나 자전거 운전자가 주의를 소홀히 하는 경우, 언제든 ‘차선 침범’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일몰 후 자전거전용차로 이용제한’ 등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 우려와 도심 대기질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자전거전용차로 구상은 세금만 낭비한 천덕꾸러기 실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서울시에 신중한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교통체증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도시계획이 필요한 시점에서, 단기적이고 인기영합적인 계획만 만드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그는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