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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국민의당 원내지도부에 "비공식적 제안"을 전제로 내각 추천권을 포함한 연정(聯政)을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사이의 '보수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집권 급진세력도 이에 대한 대항을 명목으로 세 결집을 시도하는 양상으로 해석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찾아가 국회에서의 이른바 '개혁입법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차기 내각 구성 때 장관 추천권도 줄 수 있다"고 연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제안을 전달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비공식적 제안"이라며 "국민의당 분위기를 알아봐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제안이 실제로 실현 의지가 담긴 진정성 있는 제안인지, 아니면 단순히 국민의당을 흔들어 분열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인지의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로부터 '비공식적 제안'을 보고받은 안철수 대표가 당내 중진의원들과 이를 상의했을 때도 비슷한 의견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중진의원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면 민주당이 원내 1당의 지위를 빼앗기고 하반기 국회의장도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연정을 제안해온 것 같다"고 바라본 반면, 또다른 중진의원들은 "진의가 무엇인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정(聯政) 제안과 같은 무게감 있는 정치적 제안이 '비공식적'이라는 전제를 달고 비밀리에 전달된 것 자체가 좀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다.
"국민의당 분위기를 알아봐달라"고 했다가, 이것이 언론에 누설되자 강훈식 원내대변인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에서 '치고빠지기' '떠보기'의 냄새가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제 하에서의 연정이란 낯선 것이긴 하지만, 실현된다면 모델은 지난 1997년에 성립한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 간의 DJP연합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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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DJP연합은 1997년 11월 4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서면으로 된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또 합의문에는 "국무총리는 자민련에서 배출하며, 경제 5부처 장관의 임명권은 총리가 갖는다"라는 내용도 명시됐다.
애매모호한 '추천권'이라는 제안을 구두로 전달할 게 아니라, 연정을 하려면 정책공조 등을 포함한 연정합의문을 작성하고 분배 대상인 내각부처도 어디인지를 명료하게 하는 방식으로 정정당당히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실질적·명시적 내각 분배가 없는, 몰래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연정 제안은 필연적으로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격앙된 반응들이 쏟아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하는 것은 되는 것 없이 혼란스럽지만, 일관성이 있는 게 있다면 협치·연정으로 말장난을 하는 것"이라며 "장난질을 멈춰라"라고 간파했다.
아울러 "의사도 없이 '떠보기'로 국민의당을 흔들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며 "우리 안에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장진영 최고위원도 "최근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연장 제안의 진의가 어디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며 "아무 내용도 없는 '떠보기' 전술인데 왜 우리 당이 놀아나야 하느냐"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중진의원들은 연정 제안을 말도 꺼내지 말라고 입단속을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누구를 통해 이 소식이 밖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의 '떠보기'에 이은 '흘리기' 2단 콤보 공격이 아닌지 의심했다.
안철수 대표도 회의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내각 추천권을 준다는 것은) 대통령만 이야기할 수 있지 어느 누구도 그걸 말할 자격은 없어서, (우원식 원내대표의 제안은)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논의가 됐다는 식으로 (언론에) 이야기가 된 것은 아마 민주당 쪽 같다"고 의구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