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과 ‘더불어’ 폭주하는 DJ·盧의 후예들

    여 명 /前한국대학생포럼 회장

  •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북한의 5차 핵실험 관련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추대표는 “(북한) 핵이 점점 더 고삐풀린 괴물처럼 돼가는 건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풍정책'으로 간 결과”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가 궁지로 내몰리는 상황을 만드는 큰 실수를 했다”고 밝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수백만명의 아사자를 낸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기. 다 죽어가던 북한을 기사회생시키고 결과적으로 핵개발로 이어진 ‘퍼주기’ 햇볕정책에 대해 반성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는 우리나라 비상사태시 의전서열 8위다. 바꿔 말하면 한국의 외교·안보·치안에서 8번째로 중요한 위치와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과거 자신들의 전비(前非)는 눈감은 채 적국의 치명적 도발을 우리정부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지원 의원은 한 술 더 떴다. 북한이 5차 핵실험 직후 우리 국가원수를 향해 ‘가만히 앉아 뒈질날만 기다리라’ 라는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이 와중에도 북핵을 방어할 수 있는 지구상 최상위급 방어무기 체계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 배치 반대 당론을 재차 밝혔다.

    추미애 대표가 누구인가? 판사·TK 출신 민주당 정치인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사람이다. 그녀 역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당선 후 ‘(김대중) 총재님을 만난 후 한 번도 당적을 바꾼적이 없다’며 DJ의 유지를 충실히 받들것을 다짐했다. DJ의 얼굴이 인쇄된 포스터를 전국적으로 내걸며 당의 선명성을 한껏 강조하고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박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요직의 요직을 거치며 정권 최핵심 실세로서 햇볕정책의 충직한 전도사였다. 특히 박위원장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특사 자격으로 북측을 만나 5,000억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중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국가안보가 초비상사태를 맞아 누란의 위기가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임에도, 제1야당·제2야당의 대표들이 그 무슨 성화 밟기를 거부하는 신자들 흉내 내듯 주군의 유지만 받들고 있다. 이른바 ‘햇볕정책’이 무엇인가? 대북 유화정책으로, 북한정권이 적화통일의 야욕이라는 두터운 외투를 스스로 벗게 해 남북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겠다는 순진한 발상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란 특사를 통해 현금 1조원을 전달해야 회담을 따낼 수 있는 ‘돈으로 산 평화’였다. 북한에 온갖 물자를 공급해주면서도 북측 휴전선 앞 1개 대대 철수 요구도 못한 ‘굴욕 외교’였다. 박지원 당시 특사가 건넨 현재 가치 1조원의 행방은 구태여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추대표의 발언처럼 현재 우리 정부가 햇볕정책을 안 해서 북핵 실험 도발이 일어난 것이라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이 서로를 형님·아우라 칭하던 시절 제 2연평해전은 어떻게 일어난 것이며 왜 우리 해군장병들이 차가운 바닷 속에 수장돼야 했는지 추대표 입으로 설명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정권에게 있어서 ‘핵’이란 권력의 정수다. 포기하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체계가 무너져버린다. 쫒겨난 독재자의 말로가 어떤 모습인지는 우리 모두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북핵 개발의 성패는 북한이라는 ‘국가’의 생존이 아닌 김정은의 생명줄과 직결된다.

    북한정권은 늘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하다가 뒤로는 급작스레 무력도발을 일삼아왔다. 생각해보자. 김정은의 정치생명은 박근혜 대통령보다도, 시진핑 주석보다도 그리고 힐러리든 트럼프든 다음 미국 대통령보다도 길다. 버티기만 하면 되는데 왜 핵을 포기하고 왜 개혁개방을 하는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추대표와 박위원장은 이번 북핵실험 도발관련 경솔하게 쏟아낸 발언들을 통해 통일에 대한 비젼이 없다는 것을 전국민에게 들키고 말았다. 실패한 햇볕정책의 예에서 알 수 있다시피 분단위의 평화는 사상누각이다. 결코 지속될 수 없으며 듣기 좋은 개살구다. 안 되는 것을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다보니 많은 비용이 소모됐었다. 지도자라면 현상 유지가 아닌 현상 극복과 해결의 리더쉽을 보여줘야 한다. 2016년이다. 더 이상 햇볕정책의 망령이 우리 정치와 안보를 떠돌게 해서는 안 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그들이 부르짖는 것처럼 현 정권의 대안세력이라면, 이제는 북한 체제의 이중성과 폭력성을 바로봐야 한다. 현재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대북관으로 정권을 잡는다면 우리 국민들을 죽음의 길로 밀어 넣는 역사적 범죄를 저지를 것이 자명하다. 분단이래 최악의 국가안보 위기상황이다. 당파를 넘어 여야의 지도자들에게 위기관리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