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친북한 전술 카드의 위험성 직시해야
    = ‘사드 갈등’ 봉합을 넘어 한-중 전략적 안보 대화 필요 =

    김 ▖상 ▖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 국가 안보는 자주적 선택이 필수

    올해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며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외교·안보 의식과 북핵 불용 원칙을 강조했다는 보도이다. 특히 사드 배치에 대한 주변국과 국내 일부의 반발을 의식하여, “우리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의 주역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능동적이고 호혜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며 외교·안보에 대하여 강한 자주적·능동적 의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내부적으로도 “사드 배치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적 조치이고, 이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아니므로 대안을 제시하라”며, 현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주변국과 내부의 반발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핵심이 국가와 국민의 보호에 있고, 국가 안보는 자주적 선택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한 시점은 시기적으로도 아주 적절하고 절묘하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다 소모되었다는 박 대통령의 판단에 필자는 동의한다. 중국은 반드시 한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조급하게 우리의 패를 꺼내들 필요는 없다.

  • ▲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미-일 국방장관들.(자료사진)
    ▲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미-일 국방장관들.(자료사진)

    미-중 갈등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에게는 반격의 호재

    사드의 본질이 북핵문제에 대한 방어적 조치이고, 종말모드 X-밴드 레이더의 탐색 거리가 한반도 권역에 한정된다는 한국의 입장과, 중미관계에 있어서 핵 억제력의 불균형 조성이 더 큰 문제라는 상호 입장 차이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중국이 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실제로 사드 배치가 중국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중국 내부 전문가의 목소리는 주변으로 밀려났다. 사드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측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사안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중국은 주변국들과 영토 분쟁의 마찰을 끊임없이 지속해 왔고, 지금도 여러 곳에서 진행중이다. 특히 남지나해와 동지나해에서의 미-중 및 중-일간 갈등, 양안 관계의 냉각으로 인한 미국과의 충돌은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전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의 처리에 있어서도 미-중간에는 한 치의 양보 없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에게 한국의 사드 배치는 세 가지 측면에서 호재로 판단되었을 것이다. 첫째, 급속한 성장통으로 인한 내부적 출구 전략이 필요했던 시점에 사드 배치는 아주 좋은 화풀이 대상이라는 점이다. 언론과 관변학자들이 앞장 선 중국내 여론 몰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예상대로 중국의 인민들은 그러나 좀 거칠게 하나가 되었다.
    둘째, 미-중간의 갈등에서 늘 방어적 입장에 놓였던 중국은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중국 언론과 관변 학자들의 반한 여론 조성을 통해 중미간의 수세적 입장에서 반격과 평형을 잡기 위한 호기로 여겼을 것이다. 미국도 사드 문제에 집중하면서 남지나해와 대만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다. 전선 확대로 적의 집중력을 희석시키는 것은 중국의 오랜 전술중의 하나이다.
    셋째, 게다가 한국의 언론과 정치가 및 일부 학자들까지 중국의 여론몰이에 휘둘리는 어부지리 효과를 유발시켰다. 이로 인하여 중국은 자연스럽게 한반도 남북 등거리 전략의 쏠쏠한 재미를 즐기게 되었다.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 외무성의 등을 감싸 안으며 시선은 한국측 기자의 카메라로 향했고, 한국 언론은 자중지란과도 같은 반응으로 이에 화답(?)했다. 야당 초선 국회의원 6명의 의욕만 넘친 2박 3일의 방중은 결국 “중국기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사라졌다”는 중국 언론의 조롱을 들어야 했다.

     

    사드 갈등 부메랑 효과 : 중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 하락

    필자는 몇 차례의 토론에서 냉전의 끝에서 시작하여 수교 24년을 함께 친구로 지낸 한국에게 화풀이는 적당히 멈추어야 하며, 중국은 아래의 몇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한국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진행중인 중국의 여러 형태의 보복 역시 부메랑이 되어 중국을 역습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중간의 경제협력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구조가 아니며,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은 중국의 경제에도 상당 부분 부메랑 효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둘째, 한국은 이미 여러 차례의 경제 위기를 통해 비교적 튼튼한 경제 멘탈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중국의 가중되는 경제 보복은 한국에게 중국의 의존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구조 조정의 기회가 될 수 있고, 한국은 충분히 단시간 내에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이 필자는 오히려 한국에게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우겼다. 그렇지만 실제로도 그렇지 아니할까?
    셋째, 더욱 중요한 점은 주변국과 서구 유럽의 중국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감의 확대에 있다. 이미 몇몇 나라에서 중국과의 대규모 투자 협력 사업을 취소하거나 승인을 보류하거나 공사 취소를 통보했다는 보도는 G2의 책임대국을 천명한 중국의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뱉어내는 말들은 분명 속시원한 화풀이로는 제격이다. 그러나 중국의 여론이 격해지면 격해 질수록 한국에 대한 보복을 바라보는 주변국들과 특히 중국이 협력하고자 하는 서구 유럽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증폭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제위기의 경험이 없는 중국은 분명 함께할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드 딜레마의 새로운 고민 : 한국은 중국의 친구인가?

    중국은 분명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로 한국에 대한 우회적인 보복을 여러 형태로 진행 중이다.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일부 중국 언론과 관변 학자들의 거침없는 표현과 과격한 선동은 이미 친구에게 지켜야 할 품격을 스스로 넘어섰다. 주변에 친구가 없다고 스스로 하소연하는 중국은 이제 한국도 친구가 아니길 바라는 것일까?
    중국의 여론은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으로 한국의 반발이나 역습이 별거 아닐 것이고, 성장한 중국의 힘으로 충분히 한국에 강경한 압력과 보복 조치로 중국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관변 학자의 일부는 필자와의 토론에서, “한국의 민간 여론을 더욱 자극하여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한국 내에서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정부 시위로 정부를 압박하게 하여 사드 배치의 철회를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연신 침을 튀긴다.
    이런 주장에 대한 필자의 논지는 다소 우화적이었지만, 상대의 거친 숨결을 멈추게 하는 효과로는 충분했다. 필자의 반박에 상대는 침묵했다.
    “학자의 제안이나 일반 네티즌의 감정섞인 생각이 별반 차이가 없다면, 무엇하러 힘들게 노력하여 박사 학위를 받고, 또 그리고 나서도 매일 오랜 시간을 연구에 치중해야 할까? 더구나 싱크탱크에 소속된 학자라면 문제 제기나 말꼬리 잡기 식의 비평 보다는, 부족하더라도 그래도 무언가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마저도 중국과 소원해 진다면, 중국은 주변에 친구가 없음을 다시금 고민해야 한다. 친구가 없으면 몸도 마음도 바라보는 것 모두 외롭게 느껴질 것이다. 세계에서 고립된 북한은 중국의 친구인가?

  • ▲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미-일 국방장관들.(자료사진)

    중국의 친북한 전술 변화의 위험성과 이면적 의미는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빌미로 북한과의 교역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증가와 북한으로부터의 철광석 및 석탄 수입 증가, 그리고 중북간의 전체 교역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의미는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적 의미이자 전술적 의미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의 토론과 칼럼을 통해 중국의 이러한 친북한 전술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한국에게는 조급증을 유발하면서 사드 철회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친북한 전술 카드는 위험하다. 중국의 ‘비핵화’ 포기, 혹은 암묵적인 북핵 지지라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게 줄 수 있다. 만일 북한의 오판으로 북한의 핵개발이 실전용에 근접할 경우, 국내 여론에 떠밀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이 현실화 될 수 있다. 결국 동북아는 ‘핵보유 그룹’의 대표적인 비핵화 실패 지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를 모를리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지금의 북-중관계의 변화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필자는 사드 배치의 결정으로 인하여 한중관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보다는 북-중관계가 어떻게 변화되는 가에 대한 관찰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버티기가 쉽지 않음을 중국이 먼저 읽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의미가 아닐까? 사드 배치를 핑계로 중국이 북한 감싸기를 서두른다는 것은 한반도 평형 전략의 일환이다. 달리 표현하면,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위기감이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관심을 두고 한반도 전략을 저울질하려는 생각일 뿐, 북한의 붕괴나 혼란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측면에서 보면, 바라던 그 끝이 보인다는 의미일까?

     

  • ▲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미-일 국방장관들.(자료사진)

    한-중 비공개 전략적 안보대화로 ‘제2차 빅딜’을 준비하라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불만으로 만약 중국이 한국에 대해 정치·외교·경제적 보복을 키울수록 양국이 갖는 부담과 후유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중 양국의 사드 딜레마가 길어지면 질수록 이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빅딜 카드의 크기는 후유증 이상으로 커야만 한다. 출구 전략의 유무형 비용 부담이 크면 클 수록 한-중 양국의 손해만 커질 뿐이다.
    게다가 한-중의 사드 갈등 해소를 위한 협상 시점은 멀지 않았다. 9월초 중국 항주 G20 정상회담,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중국이 야심차게 주도하는 여러 가지 활동은 모두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 역시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중 협력의 필요성으로 이번 사드 갈등을 봉합시킨다 하더라도 피동적 구도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안보영역에서 늘 외부의 요소에 의해 피동적일 수밖에 없었던 두 나라가 피동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제2차 빅딜’을 준비하는 것이고, 그 시작은 ‘비공개 전략적 안보대화’에 있다.

    ‘제1차 빅딜’인 ‘한-중수교’는 지금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냉전시대에 오랜 물밑 교류로 이루었다. 한중은 ‘빅딜’을 추진하기 위한 충분한 ‘선행 학습’을 했다. ‘한-중 비공개 전략적 안보대화’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미-중 전략적 안보대화’의 큰 틀을 짜는 초석이기도 하다. 또한 이것은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통일준비를 시작하기 위한 우리의 긍정적 태도이다.
    한-중은 세계 외교사에 오랜 동안 회자될 과거 24년간의 성공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이제 경제·사회·문화와 정치·외교분야에 이어서 안보분야에
    대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성숙시킬 시점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