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5월 29일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계명아트센터에는 뮤지컬 '위키드'를 보려는 관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뉴데일리
    ▲ 지난 5월 29일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계명아트센터에는 뮤지컬 '위키드'를 보려는 관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뉴데일리
    [View & View] 그야말로 초록마녀 열풍이다. 서울 공연에 앞서 대구에서 5주간 첫 지방공연을 올린 뮤지컬 '위키드'가 '신드롬'이란 단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진수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보통 국내 지방공연의 경우 짧은 기간에 간소화된 무대로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한달간 장기 공연을 하는 대구는 세트와 무대 메커니즘, 17인조 오케스트라 등 전 세계 동일하게 운영되는 프로덕션의 스케일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는 서울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높은 인프라와 문화적 소비를 지닌 '뮤지컬 도시' 대구이기에 가능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14년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평균 객석 수가 서울 18.0, 대구 17.5석이다. 3위인 9.5석의 대전보다 약 두 배가 많다.

    예매처 판매 기준 오픈 당일에만 6100매를 기록한 '위키드' 대구 공연은 종전 '오페라의 유령'(2010)이 세운 5300매를 경신하며 지방 공연 사상 최고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미국, 호주 등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새로운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운 '위키드'의 흥행 마법이 대구에서도 통한 것이다.
  • ▲ 관객들이 뮤지컬 '위키드'와 관련된 공연 기념 상품(MD)들을 구경하고 있다.ⓒ뉴데일리
    ▲ 관객들이 뮤지컬 '위키드'와 관련된 공연 기념 상품(MD)들을 구경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연장인 계명아트센터는 개막 이래 대구는 물론 구미, 포항, 울산, 마산 등 주변지역에서 몰린 관객들로 매회 만원을 이뤘다. 이들은 '위키드' 프로그램 북과 함께 공연 기념 상품(MD)를 사거나, 포토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대구의 한 40대 미혼여성은 "한국어 초연 때 서울에서 관람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위키드'는 무조건 봐야 하는 공연"이라며 "매년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 참여할 정도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위키드' 같은 작품이 지방에서 오랫동안 자주 공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5년 출간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 10월 미국 거쉰 극장(Gershwin Theatre)에서 초연해 지금까지도 공연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라이선스 초연과 2013년 한국어 초연에서 이미 9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자랑하며 관객과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특히, 브로드웨이 극장가 관련 협회인 '브로드웨이리그' 집계 결과 초연부터 2016년 3월 15일까지 누적 입장권 판매 수익이 10억5만5천62달러(한화기준 약 1조1940억원)를 달성했다.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에 이어 세 번째로 16년 만에 10억달러를 돌파한 '라이온 킹'보다 3.5년을 단축시키며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다.

  • ▲ 뮤지컬 '위키드' 포토존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관객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뉴데일리
    ▲ 뮤지컬 '위키드' 포토존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관객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뉴데일리
    이토록 관객들이 뮤지컬 '위키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100년 동안 사랑받아 온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전혀 다르게 재해석해 선악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예측불허 전개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야기는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초록색으로 태어난 엘파바와 철없는 금발미녀 글린다를 중심으로 그들의 꿈과 우정, 사랑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 인기 많은 착한 마녀 글린다는 사실 허영심 많은 공주병 환자에 야심가였고, 사악한 서쪽마녀로 알려진 엘파바는 약자의 편에 서서 오즈의 마법사 권력에 맞서 싸우다 악인으로 오해받게 되는 인물로 둔갑시켰다.

    '위키드'는 단순히 '오즈의 마법사'를 패러디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선과 악이라는 이중적 잣대를 벗어난 사회적 메시지, 두 마녀의 매혹적인 캐릭터, 권력이 갖는 달콤함과 외로움, 철학적 의미를 내재한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한다. 이에 평생 한번도 극장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은 사람도 극장으로 불러들이면서 '8 to 80', 8세부터 80세까지 사랑 받는다는 '위키드의 법칙'을 만들어냈다.

    뮤지컬은 영화나 연극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티켓 가격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접하기 쉽지 않다. '위키드'처럼 대규모 극장에서 공연되는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위키드' 대구공연의 가장 좋은 VIP석은 14만 원이며, 제일 저렴한 B석은 6만 원이다. 그럼에도 비싼 값을 지불하고 관람하는 이유는 뭘까. 

    1남1녀를 두고 있는 30대 주부 A씨는 "지방은 서울보다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 공연장을 찾았다"며 즐거워했다.
  • ▲ 뮤지컬 '위키드' 포토존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관객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뉴데일리
    한 작품을 여러 차례 재관람하는 회전문 관객들을 양산한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위키드' 제작사 측은 2012, 2013, 2014, 2016 공연 유료 티켓 소지자에 한해 1인 2매 20%의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나아가 2회 이상 유료 관람한 관객만 가입할 수 있는 'OZIAN CAFE(오지안 카페)'를 별도로 운영해 선예매, 단체관람, 기념품 증정 등의 다양한 혜택과 공연 정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위키드'는 환상적인 세계를 구현한 놀라운 무대 연출과 40억 가치를 가진 350여벌의 화려한 의상이 돋보이는 뮤지컬이다. 단 한번의 암전도 없는 54번의 무대 체인징, 594번의 무대 큐,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초대형 타임드래곤 등은 관객들에게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기막힌 장면들을 연속으로 보여준다.

    그래미상 베스트앨범상을 수상한 작사·작곡가 스티븐 슈왈츠의 'Popular', 'Defying Gravity' 등 22곡의 주옥같은 음악은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또, 배우들의 유쾌한 유머가 녹아 있는 감성연기와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 앙상블의 조화가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완성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뮤지컬 '위키드'는 19일 대구 공연을 마친 후 7월 12일부터 8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서울 관객들을 만난다. 대구에 이어 엘파바 역에 박혜나-차지연, 글린다 역에 정선아-아이비가 열연한다. 지난 시즌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혜나-정선아와 올해 새롭게 합류한 탄탄한 실력의 차지연-아이비 등 네 사람의 케미는 각기 색깔은 다르지만 폭발력 있는 완벽한 무대로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단 7주 공연으로 기간이 길지 않으니 놓치지 말기를.
  • ▲ 뮤지컬 '위키드' 포토존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관객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뉴데일리

  • ▲ 뮤지컬 '위키드' 포토존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관객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뉴데일리
    [사진=클립서비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