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단독조치”

    이 모든 민감한 조치가 국민의 시선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국민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으리라 기대할 것이다.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1.
북핵(北核)·경제 위기 앞에서 나온 대통령 담화는 절절했다. “일촉즉발의 위기”를 말하며 정치권을 질타했다. “월남이 패망할 때 지식인들은 귀를 닫고 있었고 국민들은 현실정치에 무관심이었고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20대 국회는 최소한 19대보다는 나아야 한다. 사리사욕, 당리당략을 버리고 국민에 희망을 주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선 “동물국회였는데, 지금은 식물국회가 됐다.(···) (국회가) 동물 아니면 식물이 되는 수준밖에 안 되는가. 선진화법을 소화할 능력이 없다”고도 했다.  

요컨대 19대 국회는 사리사욕(私利私慾), 당리당략(黨利黨略)만 챙기며 선진화법을 소화할 능력이 없는 수준(水準) 낮은 의회란 말이다. 하는 꼴이 나라 망할 때 모리배 같다는 비유다. 나아가 “위기상황의 돌파구를 찾게 할 유일한 대안은 국민 여러분”이라며 “앞장서서 나서달라”“국민이 나서줄 수밖에 없다”“국회의 기능을 바로잡는 일부터 해야”“진실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야 국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 거칠지만,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속내를 그대로 투영한 말이다. 

북한이 싫어할 얘기도 쏟아냈다. 對北확성기 방송을 말하며 “전체주의(全體主義) 체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은 진실의 힘”“북한정권의 기만적이고 무모한 행태”등을 비판한 뒤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 조치”“북한의 태도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제재”“가장 강력한 대북 결의안”을 주장했다.  

2.
경제·노동 관련 법안에 대한 지적은 대국민 호소에 가깝다. 기대됐던 북핵 관련 강단(剛斷)은 나오지 않았다. 北核폐기를 위해 대통령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국제사회 대응”과 “중국의 필요한 역할”,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다. 지금까지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효과를 낼지 의문인 조치다. UN안보리는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3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추가적인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對北제재 결의 제2094호를 내놓았지만 북한의 변화는 없었다. 북한은 웬만한 제재엔 겁조차 먹지 않는다. 중국도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이기적 공식을 적용해 북한의 젖줄을 끊지 않는다. 정부가 노력을 한다고 하지만, 소형화·경량화·다종화된 北核의 실전배치(實戰配置)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또 다시 시간만 보내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3.
朴대통령 발언에 복선(伏線)은 보인다. 개성공단 관련,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폐쇄 여부는 “북한에 달렸다”말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얻는 한 해 평균 수입은 8,600만 달러, 우리 돈 1,031억 원에 달한다. 개혁·개방이 아니라 핵폭탄 체제의 뒷돈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통령 발언에 본질적 비판은 없지만, ‘북한이 사고 치면 개성공단도 폐쇄할 수 있다’는 결기가 비췬다.  

“단독 대북(對北)조치”도 말했다. 기자의 질문에 朴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단독 對北조치도 몇 가지 있다”고 한 것이다. 사전적으론, 한국의 비대칭 전략인 선전공작(propaganda), 정치공작(political action) 등이 단독 對北조치에 포함될 수 있다. 민통선 안에서 풍선·드론·전단탄·무인항공기(UAV)를 사용해 전단과 물자를 날리는 물포작전(物布作戰)을 비롯해 고성능 전광판(電光板) 설치, 북한 전역에 라디오와 TV 전파를 동시에 송출할 수 있는 차세대 기동중계기 코만도 솔로(EC-130J) 활용, FM자유의 소리 방송의 AM 전환 등 다양하다. 친한(親韓)인사를 포섭(recruiting)하거나 영향공작원(agent of influence)을 만드는 공작도 들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한국의 단독조치는 국정원 주도로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전개된다. 국민에 알리기 어렵고 알려도 정쟁의 소재로 변한다.  

대통령의 애국심을 믿고 싶은 국민들은 이 모든 민감한 조치가 국민의 시선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국민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으리라 기대할 것이다. 북한과 남한 내 친북을 속이기 위해서 국민도 속이기 있다고 믿어볼 것이다. 이런 노력은 보이지 않지만 열매와 과실을 맺는다. 그 첫 번째는 북한의 동요(動搖)일 것이고 그 끝은 사악한 정권의 붕괴(崩壞)다.  

이런 열매, 저런 과실 없이 대통령 임기 5년이 끝나게 된다면 허망한 일이다. 허망할 뿐 아니라 절망적 국면을 맞는다. 핵폭탄에 인질이 된 조국의 초라한 미래요, 朴대통령이 언급한 월남이나 1997년 IMF 위기로 몰락할지도 모르는 끔찍한 악몽일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국민은 더욱 단독조치의 은밀한 전개를 믿고 싶은 마음인지 모른다.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