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사드(THAAD)에 동물국회까지! 이례적 비판 발언 배경은?
  • ▲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 2016년 1월 13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춘추관)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이 진행된 1시간 40여분 간 격정적인 발언을 쏟아내다가도 이내 답답한 듯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다.

    "중국은 그동안 누차에 걸쳐 북핵 불용의지를 공언해왔습니다. 그런 강력한 의지가 실제 필요한 조치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5~6번째 추가 핵실험도 막을 수 없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도 담보될 수 없다는 점을 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입니다. 앞으로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서있습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당사자인 정치권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반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월남이 패망할 때 지식인들은 귀를 닫고 있었고, 국민들은 현실정치에 무관심했고,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국가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국민들의 어려움은 커질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타깃은 중국과 국회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이 현실화했음에도 미동조차 없는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한반도 초유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밥그릇 사수에 골몰하고 있는 정치권을 정면 겨냥했다.

    중국과 국회에 대한 실망감을 거침없이 토로한 박근혜 대통령이다.

    - 공포의 균형을 위해서 우리도 어떤 방식으로든 핵을 가져야 한다, 사드(THAAD)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신문 이지운 기자)

    박 대통령: 사드와 관련해 한-미 사드(THAAD)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核)과 미사일 위협, 이런 것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오로지 기준은 그것입니다.

    짧고 단호했다.

    '굴기(倔起)'를 꿈꾸는 중국의 거센 압박 탓에 망설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순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역습(逆襲)이다. 북핵(北核) 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시진핑 주석(習近平)이 4차 핵실험에도 북한을 감싸고 돌고 있다. '역대 최상의 한중 관계'를 자평해오던 박 대통령이 큰 배신감을 느꼈을 수 있다.

    중국에게 사드는 치명적이다. 2,000㎞ 탐지가 가능하다. 북한 전역은 물론 상하이 톈진 다롄 등 중국 동부 지역 군사적 움직임까지 감시가 가능하다.

    중국은 핵전력이 고스란히 드러날까 노심초사다. 한국을 얕잡아보던 시진핑 주석에게 날린 경고의 메시지다. 명(明)-청(淸)에 조공을 바치던 과거의 조선이 아니다. 청와대 내에서 침이 튀도록 친중(親中)론을 설파하던 이들도 목이 달아날 처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중국에 태도 변화를 요구한 박 대통령은 곧바로 한-미 양국의 방위협력을 언급했다.

    "한-미 양국은 미국의 전략 자산 추가 전개와 확장억제력을 포함한 연합 방위력 강화를 통해 북한의 도발 의지 자체를 무력화시켜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발언의 시작은 중국, 끝은 미국이다.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중국이 지금껏 공언해 온 대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리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 ▲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안보를 외면한 국회를 향해서는 강공(強攻)을, 눈앞에 닥친 위기에 불안한 국민들에게는 절절한 호소를 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을 높은 어조로 비판했다. 1월 임시국회에서도 민생(民生) 경제법안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기에, 보다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 경제법안들을 일일히 거론하며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서비스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2배나 되고, 의료․관광․금융 등 청년들이 선망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대 6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무려 1,474일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도 기업들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법이지만,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대응이 더 늦어지면, 우리 경제는 성장모멘텀을 영영 잃어버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지난 12월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7단체와 24개 업종 단체가 국회를 방문하여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경제단체가 모두 함께 법 통과 촉구 성명을 내고 국회로 달러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은 지금 절박하다는 것입니다. 만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된다면 왜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와 업종단체들이 먼저 나서서 대기업도 법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겠습니까?

    최근 국회를 통과한 관광진흥법이 올 3월 시행되면 열여덟 개의 호텔이 바로 설립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고, 추가 수요도 8개가 더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당초 예상한 8천억원과 1만 5천개를 훨씬 넘어설 전망입니다.

    관광호텔 규제 하나를 푼 효과가 이 정도이니 서비스산업 전체를 새롭게 탈바꿈시킨다면 2030년까지 일자리가 최대 69만개 늘어난다는 추정도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료해외진출지원법은 국회통과 직후인 12월부터 바로 관계부처와 10여개 민간병원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우리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이나 외국인 환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실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올 6월 시행되는 이 법이 완전히 정착되면 연간 3조원의 부가가치와 5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지난 7월 관련 법이 통과되어 준비 중인 크라우드 펀딩도 200여개가 넘는 회사와 신사업 아이디어들이 당장 1월 25일 시행과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 하나의 통과로 향후 3년간 약 1,180여개 업체가 2,714억원 가량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달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국회에서의 법 통과 이후 즉시 발생하는 효과들을 보면서,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신속한 국회통과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시간 동안의 손실 또한 국민들의 아픈 몫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법안들을 통과 시켜주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1,474일째 발목, 경제 7단체와 24개 업종 단체가 촉구, 일자리가 최대 69만개 증가, 연간 3조원의 부가가치' 등 구체적인 숫자까지 모두 제시했을 정도다.

    경제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국회를 향한 불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자회견 중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질문에는 '예전엔 동물국회, 지금은 식물국회'라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서로 양보하고, 국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이렇게 조화롭게 가야 되는데 동물국회가 아니면 식물국회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수준이라면 선진화법을 소화할 능력이 안 되는 결과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숨을 푹 내쉬는 모습도 보였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야당과 손을 잡은 정의화 국회의장을 겨냥한 직격탄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리당략을 위해서 악용을 하는 그런 정치권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법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을 마쳤다. 관련 질답이 끝났음에도 선거와 금뱃지에 눈이 먼 국회에 대한 깊은 불신(不信)이 회견장을 맴돌았다.

     

  • ▲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골이 난 모양이다. 수차례에 걸쳐 국회를 달래보기도 하고, 다급한 목소리로 다그쳐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포기한 듯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길을 택했다. 욕을 먹을 때 먹더라도, 어떻게든 경제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를 움직이는 정치권도 아닙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국민 여러분들입니다. 우리 가족과 자식들과 미래후손들을 위해 여러분께서 앞장서서 나서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동참할 것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정치권이 국민들의 안위와 삶을 위해 지금 이 순간 국회의 기능을 바로잡는 일부터 하는 것입니다. 개혁은 사람들만 바꾼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가 국민들을 위한 일에 나서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정쟁을 내려놓고 힘을 합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런 정치 문화를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국민 여러분이 한데 힘을 모은다면, 우리 앞의 거센 도전도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저의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욕을 먹어도, 매일 잠을 자지 못해도,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어떤 비난과 성토도 받아들일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 주시고, 힘을 모아주신다면, 반드시 개혁의 열매가 국민 여러분께 돌아가는 한 해를 만들겠습니다. 다 함께 힘을 모아서 변화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갑시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얘기를 꺼낼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심판론이 묻어났다.

    개인의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을 버리고 오로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모여야 한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판단이다.

    '19대 국회의원들은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빠져 국민과 나라를 걱정하지 않아,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강경한 인식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여기서 나온다.

    구태정치의 물갈이. 박근혜 대통령의 직설화법은 비단 야당 만이 아니라 여당에까지도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마비와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다. 선거구 획정은 물론, 주요 민생(民生) 경제법안이 올스톱돼 있는 국회의 현실이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잘난 국해(國害)의원들이다.

    "국회에서 통과를 시켜주지 않으니 국민께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말을 비난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할 정치권이다.

    한국의 뒤통수를 친 중국, 국민의 뒤통수를 친 국회. '과연 누가 나을까'라고 묻는 스스로에게 한심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