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체류 장기화 가능성 배제 못해...경찰, “검거 방안 고심 중”
  • ▲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 조선닷컴
    ▲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 조선닷컴

    22일째 조계사에 숨어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측의 퇴거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한 위원장이 오는 19일로 예정된 3차 민중총궐기 집회까지 조계사에 머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은 7일 오전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시켜 “당분간 조계사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조계종 화쟁위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한상균 위원장을 만나 “조계사에서 나가 줄 것”을 요청했으나, 한 위원장은 7일 민주노총 관계자가 대신 읽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계사 측의 ‘퇴거 요청’을 거부했다.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 측의 퇴거 요청을 거부한 명분은 노동개혁 입법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음을 깊은 아량으로 품어주시길 바랄 뿐”이라며,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노동개악이 중단되면 조계종 화쟁위원회 도법스님과 함께 출두하겠다”며, 불교 신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아가 그는 “절대로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 않겠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명예를 걸고 국민께 공개적으로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 측의 퇴거 요청을 거부하면서, 그가 19일 예정된 3차 민중총궐기 대회까지 ‘중생 코스플레이’를 계속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의 조계사 체류가 더 길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의 조건으로 ‘노동개악 중단’을 내건 만큼, 노동개혁 법률안들이 국회를 통과하는 경우, 이를 구실 삼아 자진 출두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 강신명 경찰청장. ⓒ 조선닷컴
    ▲ 강신명 경찰청장. ⓒ 조선닷컴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의 퇴거 요청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면서, 경찰의 적극적인 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의 실기(失期)를 우려하는 이들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행범이 ‘양심적 민주 투사’로 둔갑할 수도 있다며, 경찰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상균 위원장 검거와 관련돼, “조계사 경내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신명 청장은 7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영장이 2번이나 발부된 사람이 법 집행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뭐하고 있느냐는 국민적 비난과 우려가 커지고 있어, 경찰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강신명 청장은 “한상균 위원장 검거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강신명 청장은 다각적인 방안이 무엇을 뜻하느냐는 질문에, “조계사 쪽에 공식적으로 영장집행을 하겠다고 요청한다든지, 물밑으로 조율을 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강 청장은 “조계종과 민주노총이 한 위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며, “논의 결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경찰의 선택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청장은, 경찰이 직접 조계사 안으로 들어가 한상균 위원장을 검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최악의 순간에는 진입해야 한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강신명 청장은 “(조계사로 들어가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경찰도 단계를 밟아서 진입 명분을 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영장집행은 ‘마지막 수단’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 ▲ 지난달 14일 벌어진 광화문 폭동 당시 시위대에 의해 파손된 경찰버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달 14일 벌어진 광화문 폭동 당시 시위대에 의해 파손된 경찰버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편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균 위원장 사건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심리를 중단했다.

    재판부는 지난 2일 5차 공판기일을 열고, “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사건을 추정(연기)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한상균 위원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3차례나 나오지 않았다며, 지난 10월 구인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한상균 위원장은 이후에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5월 24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가 끝난 뒤,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청와대로의 행진을 강행했다.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을 이날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올해 5월 1일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한상균 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도 지난달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뒤, 조계사로 피신했다. 경찰은 이날 벌어진 ‘광화문 폭동’을, 한상균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가 기획·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