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사교과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사람들 
     
      '민중사관' 패거리와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의 본래의 논점을 흐리는 수법을 쓰고 있다.

     본래의 논점은 현행 교과서들의 내용이 참이 아니라 거짓이기 때문에,
    그리고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긍정(肯定)이 아니라 부정(否定)이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 논자들은 이런 콘텐츠의 문제는 뒤로 밀쳐 버리고
    "국정화는 안 된다" "친일과 유신 교과서를 만들자는 것이다" "양측이 다 이념편향이기 때문에
    이념 싸움으로 가선 안 된다" 어쩌고 하는 식으로 논점이탈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딴전 피우기'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문제의 핵심을 다시 한 번 짚어보자.
  
 정경희 영산대학교 교수가 집필하고 비봉출판사가 펴낸
<한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자료로 써서 예를 들어보자.
그 책 343 쪽에는 <친북 성향의 증대>라는 소제목이 붙은 대목이 나온다.
  
 "금성사 교과서의 경우 건국 후 1987년 6월 항쟁에 이르는
약 40년간의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 '독재'라는 표현을 모두 13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 대해서는 '독재'라는 표현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
  
  "7차 이후의 대부분의 교과서는 김정일 체제에 대해
'독재'나 '세습' 체제라는 표현은커녕, 김정일의 권력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이 내놓은 주장 그대로 '후계체제'라 부르고 있다.
2010 검정 교과서 가운데 '부자세습'이라고 서술하는 교과서는 단 하나뿐이고,
나머지 5종은 모두 '후계체제'가 확립되었다는 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335쪽에는 또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대목이 나온다.
  
  "대한민국 건국에 관해 가장 부정적인 기술을 하고 있는
7차 금성사 교과서의 사례를 보자.
(1) 통일정부의 건설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과 여러 정치세력들의 반대 속에서
1948년 5월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우기 위한 총선거가 실시되었다.
(3) 남한에서 단독정부의 움직임이 표면화되자 북한도 정부수립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상 검인정 교과서들의 서술들은 한 마디로, 말짱 새빨간 거짓말이다.
 
 '독재'의 왕(王)할아범은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 천황제' 체제다.
대한민국 67년사에 등장했던 권력남용과 권위주의 현상은 거기 비하면 약과 중 약과다.
이걸 뒤집어 남쪽이 더 '독재'인 양 보이게 한 금성사 교과서는
그래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체제의 본질인 '세습 천황제' 체제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채,
그저 막연히 '후계체제'라면서 북한식으로 불러주는 것도
참이 아닌 거짓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통일정부 건설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의 반대 속에서..." 운운 한 대목,
그리고 "남한이 단독정부로 먼저 가니까 북한도 그 뒤를 따라왔다'는 투의 대목도 순 거짓말이다.
  
 단독정권을 먼저 세운 건 북쪽이었다.
북쪽에선 대한민국 건국 움직임이 있기 훨씬 전에 이미
'인민위원회'라는 실질적 혁명독재 권력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남쪽 반(半)만이나마 공산당 혁명에 들어가지 않으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운 것이다.
이에 반대한 것은 공산주의자들과 그에 합세한 자들뿐이었지, 전 국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교과서랍시고 있다는 게 이런 거짓말을
아이들에게 세뇌하고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군소리, 잡소리가 필요 없다.

거짓 국사책을 당장 치우고 참된 국사책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데 이걸 하기 싫으니까 논점을 자꾸 엉뚱한 데로 끌고 가는 것이다.
 
 국정화냐 아니냐는 수단방법 상의 문제에 불과하다.
이게 마치 논쟁의 시발점이었다는 양 몰고 가는 건
그래서 본질(거짓을 바로잡자는 것)을 흐리는 수작일 뿐이다.
  
  '친일'과 '유신' 교과서를 만들려는 음모다 어쩌고 지껄이는 것도
지나가던 전 세계의 소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릴 노릇이다.
아니, 미친X 아닌 다음에야 그 어떤 X이 제 이름을 내걸고
"대일본제국 좋아요"라고 쓸 것인가?
그리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유신 좋아요"라고 쓸 것인가?
어디 자청해서 얻어터질 일 이라도 있나, 그런 소리를 하게?
누가 아기를 갖겠다고 하니까 대뜸 멱살을 쥐고
 "너 악마 새끼 낳으려고 그러는 거지?"라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다.
 
 "거짓 말 교과서는 안 된다. 현행 검인정 국사교과서들은 민중사관에 기초해
대한민국을 물 먹이려는 '교과서 아닌 독극물'이다, 당장 바꿔쳐야 한다"라고 누가 말하니까
어떤 논자들은 또 그에 대해 "그러는 너도 이념편향이다. 너는 우편향이다. 좌편향이나
오십보백보다"라고 양비론을 펴고 나선다. 
 
 그럼 거짓말 교과서에 대해 "저건 안 된다. 당장 갈아치워야 한다"라고 외치며
화를 내지 말고 그냥 가만있어야 되겠네?
설령 비판을 하더라도 절대 음성을 높이지 말고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소곤소곤
"저기요~슨상님,저 좀 보시라구요 네? 이런 말씀 드리기란 참으로 죄송하고 황송하옵니다만,
그 교과서 썩 잘 된 것이기는 하지만 아주 요만큼만 수정해 주실 의향이 혹시 없으신지요?"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 우편향 소리를 안 들으려나?
하지만 그렇겐 못 하겠다.
화를 머리끝까지 내면서 악 좀 써야겠다, 어쩔래? 
 
 교과서 다시 쓰자는 사람들이 바라는 건
좌편향 대신 우편향(우편향이 뭔진 모르지만) 하자는 게 아니라
역사의 빛과 그림자, 공(功)과 과(過)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드러내달라는 것이다.
그렇게만 해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성공 스토리는 여실하게 드러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충정을 왜곡해서 뭐, 우편향?
그럼 그렇게 말하는 쪽 입장은 뭔가? '기계적 '중간'인가?
그래서 '중간'임을 자처하면서 시비에서 슬쩍 빠져 '안전빵'이나 때리면서
 "거짓말 교과서만은 일단 끝내야 한다"는 쪽에도 감자를 먹이고 있는 것이랄 수도 있다.
 
 어쩌면 예컨대 '식민지근대화론' 같은 걸 우편향으로 보아 미리 배척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검인정 국사교과서를 배척하는 논자들이 좌편향 교과서 대신
'식민지근대화론' 교과서를 만들어 가르치자고 주장하고 있는가?
 지금 누가 그런 주장을 펴고 있는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리고 교과서를 어느 누가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기에,  
논의과정에서 그런 우려는 충분히 걸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쓸데없는 소리 그만들 하고
문제의 본질, 사안(事案)의 출발점, 진짜 논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 마디로, 거짓말 국사책 노(No), 참말 국사책 예스(yes)가 그것이다.
공연한 논점이탈일랑  집어치우고.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