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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일주일 만에 북한 매체에 등장했다. 지난 2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했다는 소식 이후 사라졌던 김정은은 “분명 지하 벙커에 숨어 벌벌 떨고있을 것”이라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본 뒤 급하게 회의를 연 것으로 보인다.北선전매체 조선중앙방송은 28일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인민군 총정치국, 인민무력부, 인민군 총참모부, 내각 간부, 군단급 지휘관 등이 참석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방송의 보도 가운데 눈길을 끄는 점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일부 위원들을 해임 및 임명했으며, 조직 문제가 취급됐다”고 밝힌 점이다.
조선중앙방송은 해임된 사람과 새로 임명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이번 도발을 기획하고 시행한 지휘관들이 대상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로 볼 때, 이번 포격 도발을 기획하고 시행한 사람이 아니라, 평소에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군 지휘관과 노동당 고위급 인사를 숙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한 내용의 대부분은 “이번 전쟁 위기는 우리 공화국이 주도적으로 막았다”고 자화자찬하는 내용이었다.
조선중앙방송이 전한 데 따르면, 김정은은 이 회의에서 “우리가 주동적으로 남북 고위급 긴급 접촉을 열고 무력충돌로 치닫던 일촉즉발의 위기를 타개함으로써 민족의 머리 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장구름을 밀어내고 조선반도의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했다”며 자랑을 늘어놨다고 한다.
김정은은 또한 “남북 고위급 긴급 접촉에서 공동보도문이 발표된 것은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로 된다”면서 지난 25일 새벽에 나온 합의를 자신과 측근들의 공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전면전 불사’를 외치다 급하게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준 것을 의식해서인지,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민족의 운명을 걱정하고 평화를 귀중히 여기는 숭고한 이념의 승리”라고 추켜세우며,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이번 회의에서 나선시 홍수피해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고 한다. 김정은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나선시 피해복구 전투지휘 사령부를 조직하라”고 지시한 뒤 “나선 특별경제구역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통보하고,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이전에 피해 복구를 모두 마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김정은은 지난 20일, ‘준전시 상태’를 선포한 뒤에는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제55주년 선군절 행사가 열린 지난 24일에도 행사에 불참했다.
많은 한국 언론들은 이 같은 김정은의 행태를 과거 김일성이나 김정일처럼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전쟁불사’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일전 불사를 각오하자 즉시 지하 지휘시설로 숨어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