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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문화평론가
취임 전후 박근혜 대통령이 구사했던 언어 중 가장 통렬하고 효과만점이었던 게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달라”발언이었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의 작심발언은 속이 다 후련했다.
결정적으로 누추하기 짝이 없던 한국정치판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당장 국회법안 통해 국회독재를 굳히려했던 여의도 국회엔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중동 독감 메르스를 가지고 난리법석이던 선동언론의 악다구니도 주춤해졌으니
이 또한 다행이다. 자연스럽게 대통령 지지율도 뛰어올랐으니 배신의 정치 심판론은
의미있는 이니셔티브가 분명했다.
이게 바로 작은 정치가 아니고‘대통령의 큰 정치’인데, 요 며칠 새 상황은 또 다시 주춤하는 조정국면이다. 배신자로 낙인찍혔던 원내대표 유승민은 자진사퇴는커녕 버티기로 돌아섰다.
곱게 물러설 위인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렇게 되면 당초 예상과 또 달라진다.
임기 중반 이후 적극적 통치를 위한 대통령의 큰 포석이 자칫 무의미해질 판이다.
우리 관심은 이걸 계기로 국민의 에너지에 불을 붙이는 큰 리더십을 다시 세울까 하는 점이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박근혜 정부가 효율성의 위기, 신뢰의 위기에 대한 우려를 지우고
어떻게 위대한 성공으로 갈 수 있을까가 핵심인데, 지금이야말로 효과적인 상황 장악이 결정적이다.
사퇴압박 받는 유승민 곱게 물러날 리 없어
유념해야 할 것은 대통령은 영(令) 안 서고, 마치 항명하는 듯한 유승민은 피해자로 포장되는 지금의 분위기다. 본질을 짚지 못한 신문방송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정치야담 기사’들도 이런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여권의 내분이 친박과 비박 사이에 세 대결 조짐을 보이니 막장이라는 개탄까지 곁들이는 판이니 정치혐오만을 키울 뿐이다. 배신의 정치론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신문-방송이 떠들어대는 이런 경마장식 보도와 달리 대통령의 의중은 웰빙정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 지도부 전체를 향한 사자후(獅子吼)로 읽어야 옳다.
그게 맞다면 이념집단에서 한참 먼 원내대표 유승민과 대표 김무성을 포함한 새누리를 기회에 환골탈태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한국정치의 끔찍한 퇴행 현상과 사회혼란의 뿌리는 새누리당의 배신과 탈선 그리고 야합 때문이 아닌가.
집권세력(새누리)과 체제수호 세력(대한민국 세력)이 일치하지 않으며 때론 갈등관계라는 그게 퇴행과 혼란의 뿌리였다. 그래서 대한민국 선진화라는 목표, 그리고 북한 핵 제거를 통한 한반도 평화 등의 진짜 이슈는 언제가 가려져왔다. 눈앞의 노동-연금-공기업-역사교과서 등 개혁문제도 탄력을 받지 못해 왔다.
때문에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의미있는 돌파구였으나 미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배신의 정치란 용어가 주는 대중적 효과에 힘입어 판 흔들기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새 판 만들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보다 크게 치고 나가면서, 크고 감동적인 ‘가치의 깃발’을 치켜드는 모양새를 취했더라면, 임팩트는 더 컸을 것이다. 그랬을 경우 유승민과 새누리 지도부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국민 에너지에 불을 붙이는 썩 좋은 계기였을 것이다. 여론 또한 호의적이었을텐데, 아직 늦지 않았다.
방식은 친박계의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포함한 박 대통령과 가치를 공유하는 의원들의 지도부 압박 등 지원활동이 결정적이다. 왜 배신의 정치 발언이 진정한 ‘대통령의 정치’ 복원을 위한 최선의 카드인가를 당내 투쟁과 함께 여론에 호소해야 옳다. 적절한 기회에 대통령이 한 번 더 국민을 대상으로 사자후를 터트릴 필요성도 있다. 이런 톤이어야 한다.
“배신에 야합과 탈선의 정치를 일삼는 당신들이 문제다. 그런 철학의 빈곤을 바꾸지 않으면 장차 벌어질 한국정치의 창조적 파괴과정에서 당신들은 탈락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못한 정치인들은 국민이 심판해달라”
이쯤 되어야 국가의 운영원리를 바꾸는 법률개정을, 여야가 주권자인 국민들을 따돌리고 밀실에서 야합하는 행위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저들 귀에 들릴 것이다. 여야의 야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간 30조 원의 추가부담을지우는 국민연금 지급률 10% 포인트 인상안도 그래서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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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지금의 새누리 체질은 야합과 탈선의 정치세력
이런 야합의 중심에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유승민이 있다. 그는 지난 4월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좌파적 경제론을 펼쳐 우리를 경악케 했다. 세상을 가진 자, 기득권 세력, 대기업 대(對)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으로 나누는 계급적 관점이야말로 편 가르기와 이분법의 극치였다.
그는 대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길 서슴치 않았다. 그러면서도 경제발전의 암적 존재이자 개혁의 대상인 노동귀족이나 강성노조에 대하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 당의 가치를 배신한 장본인이다.
반복하지만, 지금 상황은 유동적이다. 주춤하거나 뒤로 밀리는 건 최악이다. 유감스럽게도 언론이 우호적이지 않고 주변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의 반복되는 지적대로 그동안 가치동맹군 혹은 가치의 동지들을 키워놓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을 정면돌파해야 한다. 큰 정치에 대한 기대는 그 때문인데, 궁극적으론 애국신당을 통한 정계개편밖에 길이 없지 않을까? 타이밍은 내년 4월 총선 이전이다. 박근혜라고 하는 브랜드를 앞세울 경우 안정적인 원내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야당 내 일부 건전세력의 흡수도 가능하다면, 거의 최상의 카드가 아닐까? 그리고 박근혜 정부로선 먼저 카드를 뽑지 않으면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늘 유념하길 바란다. 상식이지만 여의도 국회독재 권력을 쥔 이들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 체제수호의 큰 그림을 그릴 줄도 모른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난해부터 내각제 개헌(改憲) 카드로 청와대를 압박해왔다.
원하던 개헌이 어려우니 국회법안 통해 국회독재로 가려던 게 그들이다.
그런 ‘작은 정치’즉 배신과 탈선 그리고 야합의 정치를 기회에 잠재워야 한다.
위기 때 빛을 발하던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미디어펜 칼럼=뉴데일리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