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홍보-경제-정책-외교-대북-사회-문화 등 분야별 7~8명까지 특보 인선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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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정국구상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정국구상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는 청와대 인적쇄신론.

    이를 돌파할 수습책은 특별보좌관(특보)단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보단 신설' 방침을 밝히면서 이 기구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어떻게 구성될지 여부가 정치권 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보단 신설'은 여론의 인적쇄신 요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유일한 구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발표할 수는 없고 마련 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향후 특보단 구성안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와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관심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청와대 안팎에선 특보단 구성을 포함한 조직개편과 맞물려 비서실장의 교체가 이뤄지거나, 개편 직후 적절한 시기에 김기춘 실장이 예우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사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가지 당면한 현안들을 수습하고 김기춘 실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측근 비서관 3인방의 거취에 대해선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곧바로 특보단 신설을 언급했다. 이는 곧 청와대 비서실 내부의 권력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칫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는 위기국면이다. 하지만 십수년 간 자신을 보필하며 수족 역할을 하는 측근 비서관 3인을 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복잡한 방정식 속의 변수를 고려, 특보단이라는 카드를 제시해 '문고리 권력'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겠다는 복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 ▲ 지난 2010년 2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시대정신·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북한의 군사적 공격에 대한 시민·사회원로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대북 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이상훈 전 국방장관,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 노재봉 전 국무총리, 류근일 뉴데일리 주필. ⓒ조선일보 DB
    ▲ 지난 2010년 2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시대정신·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북한의 군사적 공격에 대한 시민·사회원로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대북 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이상훈 전 국방장관,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 노재봉 전 국무총리, 류근일 뉴데일리 주필. ⓒ조선일보 DB

    #. 특보단이란?

    특보단은 말 그대로 대통령을 '특별하게' 보좌하는 이들이다. 국정수행을 보좌한다는 큰 틀에서의 역할은 같지만 청와대 비서실이나 국가안보실의 비서관 등 정식 참모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박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70년 미국 백악관의 특별보좌관제도를 본떠 처음 만든 데서 시작됐다.

    현행 '대통령 비서실 직제'(대통령령)에는 대통령 특보나 자문위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둘 수 있는 규정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전 대통령들도 경제, 사정, 정치, 외교, 국방, 사회, 공보 등 다양한 분야에 특보를 둔 바 있다.

    대표적인 특보로는 서울대 교수 출신인 노재봉 전 국무총리를 꼽을 수 있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1988년 민정당 초청 모임에서 "광주사태는 김대중 총재가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정치기술'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발언해 한바탕 회오리가 일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노태우 대통령 정치특보로 기용된 이후 비서실장을 거쳐 국무총리에 올랐다.

    지난 MB 정부도 특보단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해당 수석실과 갈등관계가 형성되는 등 일부 부작용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측근들을 대거 특보로 임명해 '위인설관(爲人設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MB는 집권 2년차이던 2009년 8월 말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과 맹형규 전 정무수석을 각각 경제와 정무특보로 임명하고, 2010년 말엔 이동관 전 홍보수석, 박형준 전 정무수석을 각각 언론 및 사회특보로 발탁했었다.

    #. 특보단 신설 배경은?

    '특보단 신설' 아이디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9일 친박(親朴) 핵심 의원들과 가진 청와대 만찬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이들은 정무장관 신설을 촉구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측근들의 주문을 우회적으로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장관직을 추가하기보다는 청와대 조직 관련 시행령을 고치면 만들 수 있는 특보 신설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불통(不通)' 논란 탓에 정무-홍보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여권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상태다. 이를 염두했는지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특보단이 청와대 각 수석비서관실과 연계해 당청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하도록 하고, 또 대국민 홍보에 관한 기능을 일정 부분 분담케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통령 특보는 정무 및 홍보 담당이 우선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박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는 내달 25일 전후가 유력시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신중한 인사 스타일로 미뤄볼 때 특보단 인선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우측 앞자리)과 수석비서관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KTV 국민방송
    ▲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우측 앞자리)과 수석비서관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KTV 국민방송


     
    #. 특보단 역할-구성 고민 중인 朴대통령의 심중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특보단의 역할이다. 특보단이 명함만 들고 다니는 허울 좋은 소통관 역할을 하게 될지, 아니면 '문고리 권력'을 견제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맡게 될지 여부가 핵심이다.

    만약 명분만 전제된 특보단이 구성될 경우,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인적쇄신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원책 변호사는 "청와대 시스템을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셔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특보단의 역할이 대국민-대언론 소통은 물론, 청와대 내부 소통까지 연결될 경우의 얘기는 달라진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대통령이 당면 과제를 풀기 위해 특보단 잘 활용한다면 여론을 설득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보단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어긋난 언론과의 관계에서 촉발되는 '제2의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특보단이 가질 파워와 기존 수석들과의 권력적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다. '실세 특보'라는 자리가 불러올 파장까지 고려해 내부 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보단이 청와대의 어떤 회의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는지, 회의에 참석한다면 어떻게 자리를 배치해야 하는지, 기밀과 정보에는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 등 권력과 관련한 세세한 절차와 정리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향후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특보단은 몇 명이? 누가 자리잡을까

    특보단이 몇 명으로 구성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단 정무와 홍보 담당 특보 선임이 유력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구상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경제, 정책, 외교, 대북, 사회, 문화 분야에 대한 의견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그래도 필요한 자리에는 다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소 인원은 3~5명을, 많게는 7~8명까지 내다본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보단 신설 구상을 밝히자 여권 내부에선 전직 의원들과 친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하마평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조, 이성헌, 현기환 전 의원 등이 정무 담당 후보로, 홍보 분야 특보로는 현 정부의 초대 방통위원장을 지낸 이경재 전 의원과 조선일보 출신 안병훈 기파랑 대표가 거론된다.

    또한 김상률 교문문화수석처럼 보수 정권과 정반대 편에 서 있는 인사들이 외교-대북-사회-문화 분야 특보로 깜짝 등용될 지 여부와, 김기춘 실장이 특보단 구성에 있어 일정 부분 롤을 맡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교체가 확정된 김기춘 실장이 특보단 인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경우 자칫 '내 사람 심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김기춘 실장이 "나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한 상황에서 특보단 인선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