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미사일 줄 발사가 무력시위?
    김정은에게 물어봤나?


    한 발에 수십억 드는 미사일 발사가 시위용?
    말 안 돼. 군사적 행동은 군사적 해석을…최악 상황 상정해야.

    박휘락(국민대 교수)    
      
    최근 북한이 동해안으로 계속하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2월 21일과 27일에 발사한 데 이어 3월 3일에도 발사하였다. 특히 2월 27일에는 스커드 B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4발을 200km가 넘는 사거리까지, 3월 3일에는 스커드-C나 스커드-ER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2발을 500km가 넘은 사거리까지 발사하여 한국과 미국을 놀라게 하고,
    유엔결의안 위반 여부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론의 분석은 매우 평온하다.
    언론에 나온 북한문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미연합의 키 리졸브 연습이나 독수리 연습에 대한 무력시위 또는 반발로 판단한다. 북한의 김정은이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대화와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의 다양한 카드를 선보이면서 한국에 5.24 조치 해제와 같은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고 김정은의 의도까지 정확하게 진단한다. 심지어는 동북 방향으로 발사한 것을 들어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도 진단한다.
      
      그들은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김정은에게 물어봤거나 김정은의 주변에 정보원이 있다는 것인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렇게 판단해냈다면 정말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그들의 판단이 맞을까?
      

  •   북한에 대한 우리의 추리는 너무 안일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그들의 시각과 잣대로 북한을 분석한다. 그들이 김정은이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시각이다. 어떤 때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에 맞추기도 한다. 국민들이 수긍하는 해석을 내놓을 때 그들에 대한 신뢰나 인기가 높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로 보면 우리 남한 국민들의 시각으로 추리할 정도로 합리적인 것이 절대로 아니다. 아무런 명확한 이유없이 개성공단의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가 결국 수개월 후 원래 상태대로 환원시킨 것을 어떻게 합리적인 잣대로 추리할 수 있겠는가?
      
      2013년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철석같이 약속하고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은 상태에서 나흘 전에 일방적으로 상봉을 연기하였다가, 이번 2월에는 한국이 한미연합 훈련을 실시하는 도중임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한 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내용은 유사하다. 남북한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남남갈등을 유발한다든지 내부적인 결속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도 추가된다. 이 네 가지로 설명하지 못할 북한의 행동은 없다. 정말 그러할까?
      
      북한의 모든 행동이 김정은의 원모심려(遠謀深慮)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부터가 오류의 가능성이 크다. 이제 갓 30이 넘은 김정은이 어떻게 그렇게 전략적인 모든 문제를 그렇게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참모들에게 조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어떻게 세계정세가 변화하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북한의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계산된 것인가?
      
      북한이 어떤 도발적인 행동을 해도 국민들은 별로 불안할 것이 없다.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그다지 심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수의 국민들은 한편으로는 의아해하면서도 그러한 견해를 믿고 싶을 것이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은 물론이고, 이전에도 수 차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였지만, 이것을 심각하게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냥 남한과 미국을 떠보려는 시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의주시’하거나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으름장만 반복된다.
      
      북한의 군사행동은 군사적으로 봐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은 군사무기다. 당연히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것도 군사적인 고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두 가지 성격을 고려해볼 수 있다. 무기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제대로 발사되는 지를 평가해보는 것이거나 아니면 성능을 개량한 부분을 시험해보는 것이다. 한국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도 그렇지 않은가?
      
      북한의 입장에서 미사일이 제대로 발사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할 수 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가 개인적으로 그것을 알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발에 수십억원이 되는 미사일을 이러한 목적으로 다수 발사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성능의 개량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국방부에서는 2월 21일 발사체의 경우에는 300mm 구경의 방사포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고, 일단은 KN-09이라는 명칭을 붙인 상태이다.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 또는 방사체일 것이라는 것이다. 2013년 5월 18-20일 사이에 북한이 다섯 발 정도를 발사하였을 때도 동일한 분석이 있었다. 이것은 논리적인 분석이고, 앞으로 계속하여 추적하여 해답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2월 27일과 3월 3일에 발사된 미사일이다. 국방부에서는 분명히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가졌다고 발표하였고, 거리를 기준으로 판단하였을 때 2월 27일에는 스커드-B, 3월 3일에는 그보다 사거리가 긴 스커드-C나 사거리를 더욱 늘린 스커드-ER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스커드 미사일은 2009년 이후에는 시험발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스커드 미사일의 경우 1980년대 중반부터 배치된 미사일로서 자체의 성능 개선 필요성은 적다.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해상에 사격해서는 그를 위한 정확한 자료를 획득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추정할 수 있는 것은 핵무기 탑재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다. 북한은 지난 해 2월에 이미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ㆍ경량화했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북한이 이에 성공하였을지에 대하여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북한의 과학적 인프라가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면, 북한은 대체적으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한계 중량이라고 할 수 있는 1톤에 조금 못미치는 정도의 크기로 소형화ㆍ경량화하는 데 성공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이 그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은 스커드-B다. 미사일의 경우에는 거리가 길수록 탑재중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스커드-B는 300km 사거리에 불과하여 탑재중량이 1톤 정도로 제일 크기 때문이다. 스커드-C가 800kg 정도를 탑재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핵무기와 유사한 모형을 만들어서 스커드-B와 C에 탑재하여 발사하였을 수 있다.
      
      이것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단순한 추리에 불과하다. 맞을 확률보다는 틀릴 확률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렇다면 어떻게 되는가? 북한은 한국에 대한 핵무기 공격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것이 되고, 따라서 한국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핵 대비태세는 너무 미흡하지 않은가?
      

  •   국가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보험과 같다. 암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확률은 낮지만 발병하면 큰 일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암보험을 체결하는 것이다. 아무도 감기에 대한 보험을 들지 않는 것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만 일어나도 위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12일 이전에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되자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도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경주하였다. 3차 핵실험을 통하여 북한은 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하였고, 그러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발표하였다.
      
      제3차 핵실험 이전의 자세였다면 그 이후에 한국에서는 북한 핵에 대한 방어방책이 대대적으로 토론되어야 했었다.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하여 한국을 공격할 능력을 구비하게 될 경우 한국은 그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지 못한 상태이고, 따라서 무방비로 북한의 핵공격에 노출되는 상황에 직면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이 성공하였다고 발표하고, 지진파 분석 결과도 그렇게 나왔지만, 한국의 핵 대비 태세가 크게 달라지거나 절박해진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북한이 소형화․경량화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평화를 원하면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
      
      너무 과도할 경우에는 문제가 있지만, 이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 습성을 갖자. 대비가 지나칠 경우에는 국력이 다소 낭비되는 데 국한되지만, 그러한 낭비가 두려워 대비하지 않다가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전 세계로부터 영세중립국으로 공인받고 있는 국가이지만 핵무기가 자신의 국토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전 국가적 차원에서 광범한 대피소를 구축해두고 있다. 1960년대부터 법으로 모든 건축물 구축 시에 대피소를 완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30만개 정도의 핵대피소가 구축되어 있으며, 공공대피소도 5000개가 넘는다. 모든 국민들을 대피시키고도 남은 용량이다.
      
      대표적인 루체른(Lucerne)의 소넨베르그 터널(Sonnenberg Tunnel)은 2만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고, 출입문의 두께도 1.5미터가 넘으며, 자체 급수시설과 발전시설을 구비하고 있고, 2주간을 견딜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북유럽의 스웨덴도 80%, 핀랜드도 70%의 국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한국은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거나 위협할 상황에 대한 대비는 물론이고, 그러한 상황과 대비책에 대한 논의조차 적극적이지 않다. 모두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거나 거론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비하자
      
      제발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자. 그들이 미사일을 발사하였으면 그 자체로 봐서 그에 대하여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분석하자. 그들의 의도를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들 도출해 내는 데 사용하자.
      
      북한의 핵미사일이 사용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국가의 전반적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무엇을 최우선적으로 개선 및 보강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장·단기 계획을 세워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자. 'kill chain'이나 'KAMD'와 같은 영어용어만을 되뇌일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하는 ‘명백한 징후’가 발견되었을 경우 그 위치를 어떻게 파악하여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을 실시하여 파괴시킬 것인지에 관한 실질적인 사항들을 토론하자.
      
      북한의 핵미사일이 발사되었을 경우 공중에서 어떻게 요격시킬 것인지를 검토하고, 미흡하다면 단기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를 논의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에 도달하여 폭발하였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어떤 조치를 사전에 강구해야할 것인지를 토론하고, 필요한 과제를 도출하여 실천하자.
      
      북한이 미사일 등을 발사하여 시험하는 것은 한편으로 우리에게 경고해주는 이점이 있다. 심각성을 인식하여 대비하면 나름대로 대비방안이 강구되거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고를 경고로 보지 않고, 그냥 흘러버린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국가안보나 국방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인구가 8백만 정도에 불과한 스위스가 젊은 남자를 의무적으로 군복무시키고, 60세까지 민방위대에 편성하며, 비용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핵대피호를 유지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전란을 당한 경험이 많은 것이 우리 민족이라면 의도적으로라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