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쿠바의 독립 매체들이 쿠바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를 잇따라 소개해 눈길을 끈다.

    25일(현지시간) 쿠바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쿠바넷(Cubanet)은 최근 '한류의 시각'이라는 칼럼에서 쿠바가 북한보다 한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쿠바넷은 쿠바와 북한이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한 통치, 권력 신화화, 중앙집권적인 경제 등을 공유해 피델 카스트로 시대에 한국과의 관계는 거의 없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고 표현했다.

    쿠바의 남북한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쿠바 문화예술공연단의 한국 방문을 쿠바TV가 상세하게 보도한 것은 '남한에 대해서는 무시한다'는 북한과의 행동 원칙과 상반된다고 설명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던 카스트로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카스트로나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등 강경 지도자들은 정치 일선에서 사라졌다고 쿠바넷은 지적했다.

    쿠바에서 불법 무기를 싣고 간 것으로 알려진 북한 선박의 파나마 억류 사건 등을 감안하면 북한과 쿠바의 관계는 유지되고 있지만,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한류 붐이 쿠바에도 예외는 될 수 없다고 쿠바넷은 부연했다.

    실제 한국과 비수교국인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는 지난 4월부터 방영된 '내조의 여왕', '아가씨를 부탁해' 등 한국 드라마가 주부는 물론 청소년과 노년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쿠바넷은 카스트로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동생 라울 카스트로는 '예측이 어려운 김일성 손자의 꽁무니를 쫓아다니지 않기로 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또는 세계적으로 무대를 확장하는 한국에 대한 접근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쿠바 내의 강경론자들이 라울 카스트로 의장에게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해도 쿠바인들은 지향해야 할 바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쿠바넷은 덧붙였다.

    쿠바 내의 또 다른 독립매체인 아바나타임스도 지난 11일 서울에서 개최된 공연을 계기로 쿠바와 한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쿠바TV가 예술단의 공연 내용과 함께 한국의 높은 경제 수준, 서울의 발전상 등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고 아바나타임스는 설명했다.

    쿠바TV는 한국이 정치·문화적으로 다른 국가에 대해 존경스러운 태도와 애정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한국인의 친절과 근면성을 묘사했다.

    이는 쿠바 공산당의 국영TV가 한국의 경제와 문화를 공식적으로 칭찬한 첫 번째 사례라고 아바나타임스는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 선박의 파나마 억류로 알 수 있는 쿠바와 북한과의 우호 관계는 적어도 쿠바가 남한과 문화적인 교류를 촉진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아바나타임스는 내다봤다.

    아바나타임스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이 사건이 오히려 쿠바의 남북한에 대한 정책 변화의 구실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한류 등을 앞세운 쿠바와의 문화 교류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측은 쿠바 내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반영해 앞서 방영된 '내조의 여왕' 등의 후속으로 '시크릿 가든'을 방영할 계획이다.

    '시크릿 가든'은 아바나를 포함한 수도권 또는 전국에 방송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