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기 사태]와 민주당의 책임!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현대사)



  • 민주당은 정말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는가?

    블랙코메디를 보고 싶은가?
    당장 유튜브에 들어가
    작년 총선기간 중 통합진보당의 방송광고를 보라.

    http://www.youtube.com/watch?v=fjJsKuJeG7E

    이정희대표가 양갈래 머리를 딴 여고생,
    김재연의원이 빨강머리 날라리 아가씨,
    강기갑 전의원이 해적 등으로 분하고 출연했다.
    온갖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여러분께 웃음을 안겨드리겠습니다”라는 등 듣기 좋은 말로
    통진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 달라 애원한다.

    보면 정말로 헛웃음이 나오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아찔한 얘기였다.
    아마 본인들도 이 광고동영상을 다시 보면,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특히 이 광고에
    엘비스 프레슬리로 분장한 노회찬 의원과
    제비족으로 분한 유시민 전의원의
    의견을 듣고 싶어진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 천군만마가 된 것은 민주당이었다.
    지역구를 양보하는 등 온갖 연대를 통해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중 압권은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민주당에 입당하고 나서
    “허벅지 살을 베어내는 심정"으로
    야권연대에 ”큰형인 민주당이 더 큰 양보를 해야 국민들이 감동“할 것이며
    "지금 통합진보당이 원하는 것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니냐.
    비례대표도 좀 있을 수 있으니까 그 정도를 고려해서
    민주당에서 좀 양보를 했으면 좋겠다 ..
    저 나름대로는 연대에 힘을 보태고 있는 중”이라며
    화끈한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시장은 이런 발언들에 대해 무어라 변명하겠는가.

    총선 이후 내부갈등으로
    통진당에서 갈라져 나온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는
    “[내란음모] 의혹 사건에 대해 저희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밝혔다.
    정의당 사람들이
    그 때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종북세력과 연대를 거부했었다면,
    현 상황에서 대안으로 힘차게 뻗어나갔을 것이다.

    민주당 김영환의원도
    통렬하게 민주당책임론을 주장했고,
    조경태 최고위원은
    6일에 있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당을 원내에 불러들인 민주당도 책임을 느끼고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신경민 최고위원은
    ”연대의 대상이 다르고 이(석기)의원이 비례대표로 된 점을 망각하고 있다“
    엉뚱한 발언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더 문제 발언은 우원식 최고위원에게서 나왔다.

    "진보의 이름으로 끼어든 이상한 세력을 구분하지 못한
    우리 시대 모두의 한계와 오류가 있었다....
    국정원이 5년 전부터 수사하면서

    어찌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도록 방치했는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마도 역대 궤변 리스트 톱텐에 속할 걸작이다.

    국정원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 이 사건을 공개했으면
    국내외 모든 종북친북세력들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정치탄압”이니 ”조작“이니
    온갖 비난을 퍼부었을 것 아닌가.

    이미 통진당세력이 “이상한 세력”임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걸 몰랐던지 눈 감았던 것은,
    민주당과 친북좀비세력들 뿐이었다.

    몰랐다면 바보인 것이고,
    알았다면 정계에서 영원히 은퇴해야 할 악독한 은폐행위였다.
    둘 중 어느 것인가?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이석기-김재연의원의 국회의원 제명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민주당의 야합을 비판했을 때,
    민주당 의원석에서도 고성이 튀어나왔음을 잊었는가?

    우원식 의원은
    지난 6월 7일에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해 빈축을 샀다.
    자꾸 이런 실없는 발언들이 계속되면,
    정치인으로서의 신뢰성이 손상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미 여러 번,
    민주당이
    “대한민국 정통야당으로 돌아갈 것”(조선일보 아침논단 2013.1.17)을 주문했고
    “전면적 노선 전환과 내적 숙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결국 그것은 마이동풍으로 끝났다.

    이석기 사태를 맞이하고도
    민주당은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의원들만큼이나 당료의 힘이 강한 정당이다.
    정당구조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문제는 이 당료들의 성향이 통진당과 비슷하다는 데 있다고 한다.

    민주당이 살기 위해선 특단의 결단이 필요하다.
    “허벅지 살을 베어내는” 결단력은 지금 필요한 덕목이다.
    과거에 대한 통절한 참회와 함께 대대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 휩쓸려 나갈 것이
    눈 앞에 보이지 않는가.

    [필자가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