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여성들, "남편 필요 없다"

    최다미 기자 /뉴포커스

    가부장적 사회제도를 유지하며 남성의 권위가 우월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남성의 권위가 점차 하락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경제개혁 조치로 인해 주민들이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또 다시 장마당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

     자주 끊기는 배급,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배급되는 곡식도 탈북자들의 표현처럼 '쥐꼬리만큼' 주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다시 장사에 뛰어들었다. 그래야 가족들을 먹여살릴 음식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여성이 대부분인 북한 장마당 모습.
    ▲ 여성이 대부분인 북한 장마당 모습.


     그런데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장사를 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간부들은 체제에 세뇌되어 장마당 자체를 자본주의적 상술로,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비사회주의적인 행위로 본다. 북한 정권이 내적으로 시장에 적응하는 사람들을 충성주의에서 물질주의로 변질된 사람, 즉 사상적 동향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의심하면서 장마당에 대한 거부의식이 크다.

     체제 특성상 간부는 남자가 대부분이다보니 간부를 남편으로 둔 여성들은 장마당에 나갈 수도 없고 나가지 않을 수도 없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있다.

     함흥 출신 탈북자는 "남편이 필요 없던 생활"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세포비서였던 남편은 부인이 장마당에 가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겼고,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장마당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부인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그녀는 "굶어죽는 것은 조국에 충성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고난의 행군 때 배웠다"면서 "나는 살아남아서라도 조국에 충성하기 위해 가족들을 먹여살려주는 장마당으로 나서야 한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에는 "남편"을 또 다르게 부르는 유행어가 있다. 쓸모 없는 "낮전등", 집만 지키는 "멍멍이"라고도 한다. 정권에 충성하는 남편과 그 정권에 반하는 시장의 아내, 이런 부부생활을 더는 견디지 못해 이혼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