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만주를 함께 아우르기

    세기적 변화가 다가오는 동북아 정세를 지혜롭게 이용하면,
    북한만 아니라 만주도 아우를 수 있다.

    최성재     
     
     세상의 평화와 안정과 풍요는 정의와 힘과 지혜의 선물이다.
    20세기에 이 세 선물을 동시에 갖고도 처음에는 자신이 가진 줄도 모르던 나라가 있었다.
    그것은 링컨의 나라 미국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는 해로서 자신들이 여전히 이를 다 가진 줄 알았지만,
    식민지를 한 뼘도 내줄 생각이 없었다는 점에서 정의가 부족했고,
    힘도 경제력이든 군사력이든 국민단합이든 이미 신흥강국 독일에 밀리기 시작했다.
    19세기의 두 초강대국은 이제 세계 패권은커녕 유럽 패권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혜는 더 부족했다.
    후발 주자로서 독일이 어떻게 나올지 그들은 뻔히 보고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영국과 프랑스는 대서양 서쪽에서 해가 떠오르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지구는 둥글어 유럽의 서쪽이 아시아의 동쪽이고 태양은 이제 유럽의 서쪽, 아시아의 동쪽에서 떠오르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1,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정의와 힘과 지혜를 동시에 갖춘 청년 국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에 평화와 안정과 풍요를 가져왔다.
    시대의 흐름을 가장 정확히 파악한 사람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수상이었다.

    ‘불난 이웃에 호스를 빌려 준’(Roosevelt, one neighbor's lending another a garden hose to put out a fire) 무기대여법(Lend-Lease Act 1941)은 '가장 이타적인 조약(Churchill, the most unsordid act)'이었다.
    501억 달러(현재 가치로는 6470억 달러)의 원조는 영국과 프랑스만 살렸을 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도 살렸다. 100여 개의 독립국도 탄생시켰다.
    미국의 친구 영국과 프랑스도 식민지를 더 이상 경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20세기의 정의였으니까! 미국의 시대적 명령이었으니까!

    제2, 제3의 악의 제국은 어제의 미국 친구 소련과 중국이었다.
    이들은 잠재적인 악의 제국이었지만 당시는 힘도 약했거니와, 정의의 나라로선 당면한 악의 제국을 물리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각각 북극해와 태평양의 하늘을 통해 내려오는 은덕을 크게 입었다.

    ‘민주의 병기창’(Roosevelt, Arsenal of Democracy, 1940)은 영국에게 가장 많은 314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소련에게도 두 번째 많은 113억 달러를 지원했던 것이다.
    프랑스에게 지원한 32억 달러의 절반인 16억 달러를 중국에게도 주었던 것이다.

    스탈린이 유럽의 승세를 몰아 2배의 군대와 5배의 무기로 만주의 일본 관동군을 여반장으로 무장해제 시킬 수 있었던 것(80만 명 중 66만 포로)은 미국이 홀로 태평양에서 일본과 싸운 것 외에 미국으로부터 전쟁물자를 아낌없이 지원 받은 덕분이었다.

    미국 군사 고문단 5만 명과 미국의 전쟁물자는 장개석이든 모택동이든 아시아의 전쟁 기계 일본과 싸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종자돈이자 외계인 수준의 초현대식 무기였던 것이다. 통일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제2의 악의 제국은 21세기를 10년 앞두고 반세기 동안, 경제력과 국민단합이란 큰 힘은 무시하고 군사력이란 작은 힘만 믿고, 불의를 정의라 선전하고 궤변을 지혜라 자랑하며 정의와 힘과 지혜의 나라와 맞서다가 스스로 무너졌다.
    덕분에 서유럽 제국주의 식민지보다 혹독했던 공산 소련의 식민 사슬에서 벗어나 수십 개의 자유민주 독립국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제 제3의 악의 제국이 남았다.
    개혁개방으로 악의 제국이 아닌 척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공산일당 독재국이며 전체주의 불량국가(totalitarian rogue state)에 대한 시대착오적 종주권 주장으로 간접적으로 스스로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스탈린의 소비에트나 히틀러의 제3 제국보다 악독한 북한에게 집안의 아버지보다 높은 뒷골목의 큰형으로서 중국은 입으로만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외친다.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그때마다 슬그머니 뒷문을 따놓는다.
    유소작위(有所作爲)라나, 대미 흑자 3천억 달러를 믿고 그토록 증오하던 일제(日帝)가 주장하던 대동아공영권을 중국판 21세기의 정의로 내세운다.

    한편 아시아의 프랑스나 독일로 부상할 잠재력이 있는 한국은 정의든 힘이든 북한을 압도하지만 지혜가 태부족하다. 어느 모로나 상대도 되지 않는 북한의 속임수에 잘도 넘어간다.

    아니, 넘어가 준다. 왜? 스스로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국민단합이 사라지면서, 코 꿰인 황소 신세가 되면서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또는 편집증 환자처럼 국가적, 국제적 사고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건 또, 왜? 친북친중(親北親中) 세력이 지난 20년간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공간으로 정치, 문화, 사법, 경제, 교육, 군사 등 모든 분야에 철옹성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애국친미(愛國親美) 세력에게 적반하장의 삿대질을 화살처럼 퍼부으며 정의의 깃발을 빼앗아 들고 처음에는 간접적으로 이제는 노골적으로 북한의 노동당 또는 중국의 공산당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주장을 언론의 자유를 빙자하여 쉴 새 없이 쏟아냄으로써 국민의 귀와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자유통일의 기회가 오건만, 한국은 스스로 분열하여 청맹과니가 되었다.

    핵무기란 죽을 꾀를 내고 희희낙락하는 북한을 향해 그래, 잘 됐다며, 대참에 평양에 정의의 깃발을 꽂을 천재일우의 기회가 오건만, 한국은 영구분단이나 적화통일 또는 북한의 제2 티베트화를 시대적 사명이라 착각하는 자들의 연막에 갇혀 있다.

    100년에 한 명 죽을까 말까, 하는 확률에는 100일간 날마다 100만 명이 촛불 들고 설치던 자들이 단추 한 번 누르면 100만 명이 즉사할 확률에는 촛불 하나 들지 않는다.
    2008년의 상대는 미국이었지만, 2013년의 상대는 북한이니까! 

    1945년 태평양전쟁에 몰두하느라 트루먼은 미처 한반도를 돌볼 틈이 없었다.
    원폭 투하로 일본의 전쟁의지가 꺾인 걸 보고, 호시탐탐 어부지리만 노리던 스탈린은 만주와 한반도를 접수하러 온다. 전광석화!

    트루먼은 깜짝 놀라 스탈린에게 비밀 편지를 보낸다.
    스탈린은 38선은 좋지만, 대신 동해에서 태평양까지 선을 그어 일본의 북해도를 내놓으라고 역제의한다. 태평양전쟁에 북소리 한 번 안 울린 스탈린에게 트루먼이 호락호락 넘어갈 리 없다.

    1949년 중국을 통일한 모택동이 스탈린의 생일을 축하하러 모스크바로 간다.
    가장 큰 목적은 장개석이 스탈린에게 떼어주기로 약속한 만주를 되돌려 받는 것이다.
    170만 붉은 대군으로 80만 관동군을 몰아내고 얻은 만주를 스탈린이 내 줄 리 없다.
    이때 원자탄을 개발한 유일한 강대국의 국가원수 트루먼이 스탈린에게 압력을 가한다.
    영국의 애틀리와 인도의 네루도 중국의 통일 축하 선물로 만주를 되돌려 주라고 권한다.
    이렇게 하여 고구려가 망한 지 1281년 만에 만주는 한족(漢族)의 땅이 된다.

    其实当时,苏联军队已经进入朝鲜了。美国发现如果自己再不出面,整个朝鲜就要被苏联占了。于是,杜鲁门给斯大林写了一封信,问能不能以三八线为界,朝鲜一人一半。斯大林接受了这个提议,但是在后来给杜鲁门的信中说,他认可三八线是有条件的,三八线不能只划在朝鲜半岛,还应该向东延伸。三八线向东就把北海道划了进去,也就是说,苏联红军要在日本本土登陆。所以,交换南朝鲜的条件就是美国把北海道让给苏联。美国当然不会接受了。(沈志华)

    新中国成立后,1949年12月,毛泽东访问莫斯科为斯大林祝寿。毛泽东与斯大林见面要达到的主要目的,就是通过签订同盟条约的形式,把两国关系固定下来。在这里,中苏之间需要解决涉及国家主权和利益的两个问';;064:在形式上,是维持1945年的中苏同盟条约还是重新签订一个新条约;在内容上,如何处理中国的长春铁路(中长铁路)、大连和旅';;034港的问';;064,甚至包括外蒙古独立的问';;064。1945年苏联和蒋介石政府签订的《中苏友好同盟条约》规定,中长铁路归苏联所有、由中苏两国共同经营,苏联租借大连和旅';;034港30年,并在旅';;034港';;547兵30年。这些条款严重损害了中国的国家利益。该条约还强迫中国承认外蒙古独立。中长铁路,大连和旅';;034港是苏联在远东的战略利益所在,因此斯大林开始对毛泽东的要求毫不理睬。 但是很快有消息说英国,印度和其他一些国家可能要承认中华人民共和国的合法地位,美国也释放出了对中共的友好信号,这些迫使斯大林改变态度。最终斯大林同意签订新的条约,在几年后将中长铁路,大连和旅';;034港还给中国。(沈志华)

    이상에서 본 것처럼 국경은 약소국이 민족적 자존심으로 정하는 게 아니다.
    전쟁에 승리한 강대국이 주라면 주고, 받으라면 받는다.

    늦어도 20년, 빠르면 5년이나 10년 안에 자유민주의 보루 미국은 자유민주가 뿌리내린 일본과 인도와 손을 잡고 중국을 재편할 것이다.
    핵무기만 있으면 독재권력을 영구화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북한과 이란을 좌우에 거느리고 8천만 공산당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중국을 재편할 것이다.

    그것은 20세기에 미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계질서를 개편하게 된 것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중국이 내부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정의가 넘치는 나라로 개혁하는 게 아니라, 죽을 꾀를 내어 북한과 이란을 전초전의 선봉으로 내보낼 것이니까.

    북한은 정의가 없다.
    있다면 300만 노동당 중에서도 1%에 해당하는 김씨왕조와 그 신하들만의 정의가 있을 뿐이다. 친북좌파가 이를 가는 1970년대 한국의 긴급조치법을 모두 합해도 김일성의 현지 지도 헛소리 한 마디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도 정의가 없다.
    있다면 8천만 중국 공산당만의 정의가 있을 뿐이다.
    권력만이 아니라 부도 그들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1960년대 자유중국 정도의 자유민주도 그들은 공산당의 천부인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영원무궁 대를 이어 마땅할 기득권의 박탈로 보고 원천봉쇄한다.

    북한은 힘도 없다.
    있다면 독재권력의 기반인 군사력뿐이다.
    민족 공멸의 군사력뿐이다.
    경제력은 세계 최악이다.
    국민단합은 겉모습뿐이다.
    북중 국경이 열리고 휴전선이 뚫리면 하루나 이틀이면 2천만이 달아난다.

    중국도 국민단합 면에선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만만찮지만, 하루 2달러 이하로 사는 가난뱅이가 아직도 6억 명이 넘으면서, 분배정의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내란 직전 수준인 0.6을 넘으면서, 부정부패가 역대 왕조말기와 비슷해지면서, 국민단합은 가혹한 언론통제의 장막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북한은 지혜도 없다. 죽을 꾀밖에 없다.
    2천만 주민을 노예로 부리다가 끝내 정권도 망할 죽을 꾀밖에 없다.
    중국도 공산당 일당독재의 독선적 조직을 스스로 해체하고 인권과 법치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제2의 정의와 힘과 지혜의 나라를 만드는 것임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어쭙잖게 아시아 시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친북친중을 아등바등 내세울 것인가.
    자명한 듯하겠지만, 정의(正義)와 불의(不義) 두 편으로 쫙 갈라진 한국으로선 쉽지 않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는 믿을 만하다.
    박다르크는 친북좌파에 맞서, 386김일성만세파에 맞서,
    6.15공동선언의 고삐에 스스로 코를 꿴 김대중/노무현당에 맞서,
    적대적인 방송과 인터넷과 신문과 교과서에 맞서,
    15년을 싸워 마침내 승리했기 때문이다.

    제일 어려운 싸움은 역시 친북좌파가 장악하고 있는 문화권력과 벌일 싸움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터를 잘 닦아 놓으면, 그 다음 정부는 미국의 다음 정부와 손잡고
    잘하면 북한만이 아니라 만주도 아우를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