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미래를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려면

    봉건적인 청와대 하드웨어,

    시급히 바꿔야

     

    얼마전 지인들과 함께 청와대 나들이에 나섰다.
    옛날로 따지면 임금님이 계신 곳을 탐방한다는 소리에 귀가 쫑긋해서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이 가지 않으면 언제 또 기회를 만들랴 싶었다.

    보안을 위해 한달도 전부터 인적사항과 주민등록 번호를 불러주는 등 준비를 한 끝에 드디어 청와대를 방문하는 날이 왔다.
    토요일 오전 청와대 방문객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경복궁 동측 주차장은
    청와대를 방문하는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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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보다 청와대 가는 길은 쉽고 간단했다.
    경복궁 동측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차비는 무료이다) 경복궁 돌담길을 끼고 죽 들어가면 된다. 

    입구에서 다시 10여분 정도 기다린 다음,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방문객들은 동영상을 상영하는 곳으로 간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동영상 안에서 청와대를 방문객을 환영하는 인사를 한다. 대통령에게 인사를 받다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 동영상을 본 다음 지나간 헬기 착륙장엔 하얀 눈이 가득 내렸다.
    그 옆으로 기자실 격인 춘추관 건물이 눈에 띄었다.

    다음 코스는 김윤옥 여사가 가장 좋아한다는 상춘재였다.
    한옥으로 고풍스럽게 지은 상춘재는 귀빈 중 귀빈들만 초대하는 곳이라고 한다.
    상춘재 앞 넓은 뜰에도 눈이 함박 가득했다. 사슴 서너마리가 커다란 나무 아래 노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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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호원들은 여기서는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하자, 방문객들은 인증샷을 남기려고 너도나도 짝을 지으며 카메라와 스마트 폰을 들고 시간가는 줄을 몰라했다.

    상춘재 구경을 마치면 뒷동산과 같은 아주 야트막한 야산을 지나 진짜 청와대로 간다.
    텔레비전을 켤 때 항상 등장하는 그 멋진 푸른기와집 말이다.

    청와대는 실제로 보면 꽤 커보였다.
    멀찌감치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그 앞에 넓은 뜰이 있었고, 청와대 양쪽으로는 각각 한 동씩 역시 푸른 기와집이 한 채씩 서 있다.
    한 쪽 건물은 충무관이고, 다른쪽 건물은 세종관이라고 한다.


  • 이곳에서도 방문객들은 인증샷을 남기려고 짧은 시간을 아껴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카메라 각도를 잡는다.
    다음 방문지는 손님들과 식사를 하는 영빈관이다.
    이 역시 영빈관 앞에 매우 큰 뜰이 자리잡고 있다.
    영빈관에 대해서 안내하는 여성 경호원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빈관은 2층 건물이지만, 실제로는 5층 건물 높이에 해당한다.
    영빈관 전면에는 문이 세개 있다.
    가운데 문은 대통령만 이용할 수 있다.

    손님들은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 왼쪽 문으로 나온다.
    영빈관 1층엔 150평짜리 카페트가 깔려있는데 이게 단 한장으로 된 진품이다."

    역시나 영빈관을 뒷 배경으로 하고 방문객들은 너도 나도 인증샷을 찍었다.
    그리고 영빈관을 마지막으로 청와대 구경은 한시간만에 끝이 났다.

    영빈관을 나와 보니 경호원들과 직원들을 위한 체육시설 건물이 눈에 띄었다.


  • 단체 관람객들을 위한 청와대 방문코스에는 보좌관이나 비서진들이 일하는 위민관 같은 건물은 볼 수 없다.
    도대체 사람들이 어디서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한시간짜리 간단한 방문이었지만,  청와대 방문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런 곳에서 대통령이 일하는구나~ 관심이 저절로 생겼다.
    100마디 국정 홍보보다, 한 번 청와대 구경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업무를 생각하면 전혀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한다는 것이지?
    그동안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말하기를,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홀로 외톨이가 된다는 말이 정말 공감이 되네! "


    청와대는 하루빨리 고쳐야 할 것 같다.

    1월 18일자 <동아일보> 1면을 보니까 청와대 공중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 나왔다.
    그 기사를 보고서야 비서진과 보좌진들이 일하는 곳이 어디인지 한 눈에 들어왔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보좌진과 비서진들이 일하는 위민관은 청와대 본관과 무려 500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걸어가는데 10분 넘게 걸린다. 차를 타고도 5분 걸린다고 한다. 

     

  • 무슨 옛날의 구중궁궐도 아니고 저런 곳에 틀혀 박히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이 조금 이상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금 청와대의 전체적인 건물배치나 동선은 일하는데 매우 불편한 구시대적인 구조이다.
    옛날의 무슨 임금이 사는 곳도 아니고, 제3세계 절대권력자도 아니고 저렇게 넓은 공간에 대통령 집무실이 별도로 덩그러니 떨어져 있으니, 어떻게 전세계를 상대로 외교를 논의하고 국정을 고민할 수 있는지 진짜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청와대 하드웨어는 창조적인 파괴가 절실히 필요하다.
    업무공간은 최대한 밀집해서 대통령과 보좌진 그리고 비서진들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 본관은 대통령 집무실이라기 보다는 쇼윈도같이 보였다.
    진짜로 저 안에 대통령이 들어가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경복궁이나 덕수궁에 가면 근정전 뭐 이런 건물이 멋있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이다.
    청와대 본관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이 그와 유사했다.
    푸른 기와로 지은 저 멋진 건물 안에 아무도 없고 그냥 텔레비전 배경화면을 위해서 지어놓은 세트 같은 느낌이었다.

    청와대는 가만히 보면 경복궁과 붙어 있다.
    그런데 굳이 경복궁과 청와대를 분리해놓은 것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경복궁 뒷담을 헐어서 관광객들이 청와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뉴스에서 보는 외국 정상들의 집무실은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게 되어있다.
    미국 백악관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 찍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해있다.
    프랑스의 엘리제궁이나 영국 런던의 총리 집무실 다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각속에 미국 백악관과 파리 엘리제궁, 영국 총리관저가 대한민국의 청와대 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면 지나친 비유가 될까?

    1. 청와대 경내 면적은 지나치게 넓어 보인다.
    제왕이나 왕족들이 사는 곳도 아닌데 그렇게 넓은 곳을 차지하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2. 청와대 본관과 위민관 등 업무공간을 밀집시켜서 업무효율을 높여야 한다.
    보좌진과 수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논의해야 한다.
    심도있게 논의해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일들이 아주 많다.

    3.경복궁 뒷담을 헐어서 청와대와 연결시켜야 한다.
    국민들이 쉽게 청와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4.청와대를 바꾸거나 아예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자주 나왔다.

    박근혜 당선인이 일 할 시간은 5년밖에 안된다.
    5년이란 짧은 시간에 그래도 대한민국이 발전하는데 필요한 '미래창조'를 지향한다면, 청와대 하드웨어는 반드시 손을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