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중 노다 총리 이 대통령에 먼저 인사 건네한-중-러 협력분위기에 긴장? 어색한 분위기 탈피하려 애써
  • APEC 정상회의차 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당초 우리나라는 이번 방문에서 일본과 정상회담 일정을 미리 잡지 않았다. 최근 독도 문제로 우리 측의 심기를 건드린 일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결국 이날 먼저 말을 건 쪽은 노다 총리였다.

    노다 총리는 정상회의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오는 이대통령에게 노다 총리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4∼5분 정도 선 채로 진행됐던 대화에서 양국 정상은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양국이 협력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 ▲ 제20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내 APEC특별회의장에 열린 제2차 정상회의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제20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내 APEC특별회의장에 열린 제2차 정상회의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색한 분위기.

    사실 노다 총리가 먼저 말을 건넨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왕사과 요구까지 일본의 감정은 극도로 좋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어색한 분위기는 일본에게 결코 유리한 국면이 아니다.

    이유는 하나.

    우리나라와 중국-러시아간의 분위기가 비교적 화기애애했기 때문. 자칫 혼자 골을 내고 있다가는 소위 ‘왕따’가 될 수도 있는 상황.

    실제로 이 대통령은 전날인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확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한-러 가스관 사업 협력까지 약속했다.

    중국과도 마찬가지다. 한-러 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공식적인 양자회담은 아니었지만, APEC 제1차 회의에 앞서 대기하던 중 양 정상이 반갑게 ‘포옹’까지 하는 장면은 대외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과시한 것으로 비쳐졌다.

    여기에 9일 오전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과도 따로 만나 한-미 동맹 강화를 주제로 의기투합하자 일본은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 ▲ 8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내 APEC특별회의장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뉴데일리
    ▲ 8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내 APEC특별회의장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뉴데일리

    반면 노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별다른 외교적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은 상황에 후진타오 주석과의 만남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러시아와도 ‘비공식 회동’을 이끌어냈지만, 서로의 영토 분쟁에 대한 입장만 확인했을 뿐 특별한 성과를 거두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노다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악수를 건넨 것은 우연히 만나 반가움을 표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의도가 숨어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괜히 한-중-러 삼국에 불편한 인상을 줘 ‘공공의 적’으로 몰리지 않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지지율이 떨어진 노다 정부가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총선을 의식하면서 국제 외교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의도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