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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자들 중에서 내 돈 안 먹은 기자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라는 말을 한 때 유행시켰던 박지원이라는 사람은 아마도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 처세술에서는 두 번 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일 것입니다.
남로당 활동을 하다가 경찰에 사살당한 아버지와 큰아버지, 6.25때 빨갱이 짓을 한 연유로 수복이 되자 동네 사람들한테 맞아죽은 고모와 삼촌 등 가족들의 비명횡사로 인해서 박지원은 청소년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고 합니다. 고종사촌형의 도움으로 성장하여 가발회사에 취직해서 뉴욕지사로 건너가 근무하다 그보다 먼저 미국으로 이민 가서 자리를 잡은 형의 도움으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가발 도매상을 하여 상당한 재력을 모읍니다. 박지원은 이때부터 정치에 뜻을 두고는 서울에서 뉴욕에 오는 한국 정치인들을 따라다니며 얼굴 익히기에 분주하고 한편으로는 호남 이민자들이 많은 이점을 이용, 뉴욕 한인회 회장에 출마하여 당선이 됐다고 합니다.
1980년 5.18 광주항쟁이 발생하고 전두환이 권력자로 등장하자 KBS-TV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는 전두환 장군 같은 결단의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며 12.12와 5.18은 영웅적인 결단 이었다. 광주 진압 작전은 정당한 행사였다”고 극구 찬양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81년 1월 전두환 대통령이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키 위해 LA에 도착하자 호남 향우회 사람들이 관을 메고 전두환 미국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전두환 일행은 무척 당황했겠지요. 그 다음 행선지인 뉴욕에서는 전경환이 박지원을 만나고 나서 전두환 대통령 뉴욕 방문 환영 위원장을 맡은 박지원의 공로로 전두환 대통령의 뉴욕 방문은 큰 반대 데모 없이 잘 치러졌습니다. 그 공로로 박지원은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국민 훈장 동백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민정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려고 노력 하다가 집안 식구 4명이 극렬한 공산주의자들이라는 기록 때문에 좌절당했다고 합니다. 그 후 박지원은 1981년 12월 김대중의 미국 망명 후 김경재의 소개로 워싱턴을 방문하여 김대중을 만나 매월 생활비를 제공합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김대중이 한국으로 귀국 할 때 함께 귀국하여 평민당에 입당, 야당의 대변인이 되고 김대중이 정권을 잡은 후에는 탄탄대로를 걸으며 문화체육부장관에 비서실장까지 하게 됩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으로 부터는 각별한 신임을 얻어 김대중의 오랜 가신들 가운데에서도 좌장격인 권노갑, 한화갑을 가볍게 누르고 최측근이 됩니다. 김대중의 복심이란 별칭도 얻은 박지원은 불법 송금을 해서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데 앞장섬으로써 대통령(代統領)이란 소릴 듣기도 했습니다.박지원을 김대중에게 소개 시켜주어 오늘날의 박지원이를 있게 한 김경재 전의원은 당시 누구 보다 앞장서 박지원을 비난하며 퇴진 운동에 열심이었다고 합니다. 김의원은 “내 평생 가장 큰 실수는 박지원을 DJ에게 추천 한 것이다. 박지원 때문에 김대중 정권이 궁지에 빠졌으며 국민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됐다”며 크게 후회를 했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권들어 박지원은 검찰총장 등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에서 내부의 도움 없이는 알 수 없는 고급정보를 입수, 대상자를 낙마시키는 혁혁한 전과를 세웁니다. 이는 아직도 정부 요직과 국정원, 검찰 내에 자리 잡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의 절대적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대북불법송금 당시 현대로부터 150억 비자금을 세탁해서 전달했다고 하는 무기중계상 김영완이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이 시작되자 몰래 출국을 했다가 지난해 연말 국내에 들어와 올해 초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당시 법원에서는 해외에서 보내온 김영완의 진술서는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는데, 그 당사자인 김영완이 직접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하니 이번에는 신빙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지요?
박지원이란 인물에 대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그가 어떠한 인품을 가졌고 어떤 처세술의 달인인가를 가늠해보고자 함입니다.
이번에 있었던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에서 박지원 의원의 역할이 컸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합니다.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새누리당에서는 이상득 정두언이 구속됨으로 해서 이명박정권과의 선을 긋고 국민들 정서도 달래려고 했었는데, 정두언 다음엔 박지원 구속이란 공식이 성립되는 것의 맥을 끊기 위해 중간에서 술수를 부린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에서는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하는 등 뒤늦게 땅을 치며 한탄을 하지만, 이미 전략부재라는 멍에를 안게 되자 정두언 의원에게 탈당하고 검찰로 찾아가서 스스로 포승줄을 받으라며 마치 어린애 떼 쓰는 것 같은 촌극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의원이 상대방을 어린애 다루듯 능수능란하게 새누리당의 대권 로드맵에 일격을 가한 셈입니다.
정두언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순진한 것인지 모자라는 것인지 부터 묻고 싶습니다. 박지원이란 사람을 얕봐도 너무 얕본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입니다. 대선이라는 커다란 시험을 앞두고 예방주사 한방 쎄게 맞았다고 자위하며, 다가올 대선에서도 주특기를 살려 크게 한 건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지원에 대해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란 생각입니다.
새누리당이 연말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박지원이라는 큰 산을 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을 거란 것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깨달게 되길 바랍니다.
정파와 이념을 탈피한 능력위주의 정치를 추구한다고 했던 이명박 정권에게도 할 말이 있습니다.아무리 싫용을 추구한 정권이라 할지라도 5년 동안 쌓아놓은 정보와 인맥과 가신 그룹이 있을 것입니다. 흔히들 하는 말이 현직 대통령이 누구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당선되지 못하게 할 정도의 힘은 있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그렇다기 보다는 정보와 권력이 청와대라는 한 곳으로 모이는 우리나라 대통령제하에서의 막강한 현직 대통령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얘기일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친박계 인사들은 정두언 체포동의안에 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정두언 의원 스스로 당을 떠나 자기 손으로 자기 목에 포승줄을 묶으라고 요구하기 전에 자신들의 행태도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지난 4.11총선에서도 친이계 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박근혜계가 독식을 차지하다시피 했었는데, 틈만 나면 현 정부를 나쁜 정권으로 몰아 탈출구조차도 막아버린 것은 아닌가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같은 당 출신 현직 대통령을 멸시하다가 대선에서 낭패를 본 이회창과 정동영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과거의 나쁜 것은 끊고 새롭게 나가야 하겠지만, 정략적 차원에서 단순히 차별화를 해야 연말 대선에서 유리해진다는 이유로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과거와의 단절은 이번 정두언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처럼 상대방에서 조금만 건드려주면 전혀 예기치 못했던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