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큰 비난을 받은 일인 줄 몰랐다."

    이는 정두언 체포 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새누리당 의원이 한 말이다. 4.11 총선 이후 국회가 처음 개회된 시점에서 나온 말이라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민심을 안다고 떠들며 당선된 자들이 민심을 깔아 뭉겠으니, 얼마 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며 1,000만원에 가까운 6월 세비를 반납했던 진정성은 다 어디에다 버렸단 말인가!

    솔로몬 저축은행으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로 영장실질 심사를 앞두고 있던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 국회 부결처리로, 정두언은 '너(새누리당, 박근혜)죽고 나(정두언) 살자'는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장실질 심사 후 구속여부 결정기간 동안 인치해야 한다는 것과 국회법상 국회회기 기간 중에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빚어진 촌극이다. 국회의원이 그동안 당연히 누리던 각종 특권들이 이제는 이 나라를 망가뜨리는 흉물이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두언의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자들은 구체적 혐의도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체포는 부당하다는 논리로 그랬다는 것인데, 시대의 흐름을 하수구에 오물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자기변명이 아닐 수 없다.

    찬성 148표 반대(기권,무효포함) 123표로 박주선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찬성 74표 반대(기권,무효포함) 197표로 정두언의원 체포동의안 부결......가결 원칙은, 본회의 참석 인원 276명(새누리137,민주116,통진당13,선진당5,무소속5) 중 실제 표결에 참석한 271명의 과반 찬성 이다.

    그럼 보자. 새누리당이 정두언을 검찰로 보내기 위해서는 실제 표결 참석인원 271명 중 최소 136명의 찬성표가 필요했는데 실제 찬성은 74명 정도고 반대(기권무효포함)는 197명에 달했다. 체포동의안 찬성 74표가 전원 새누리당에서 나왔다고 보면 참석의원 137명 중 최소 63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떤가?

    민주당을 제외한 전체 참석의원(137+13+5+5)이 160명이기 때문에 이 전부가 반대(기권,무효포함)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실제 반대(기권,무효포함) 197명에서 37명이 모자라기 때문에 최소 37명의 민주당 의원이 정두언 구하기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철면피 표결결과는 새누리당(남경필과 김용태가 주도하고 윤상현,조해진,김태흠,김성태 등 소위 쇄신파들이 동조)과 더러운 꼼수를 철저히 숨긴 민주당의 합작품이었다.  다시말해, 민심을 쉽게 생각하고 이 정도면 됐다는 자의로 자신들을 우물안 개구리로 가둔 새누리당의 반대자들과 박지원 구하기를 염두에 두고 연쇄반응을 통해 새누리당(특히 박근혜)에 정치적 타격을 날리겠다는 민주당의 꼼수가 버무려진 반죽이 정두언 구하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정두언 사건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원동참이 있었다면 가결이 가능했지만, 민주당도 어떻하든 역선택의 효과를 내기 위해 말도 안되는 정두언 구하기에 동참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대의 원칙보단 정치적 이해득실에 여전히 치우쳐 있다는 반증으로서, 민주당이 갖춘 상식 수준도 심히 우려스럽다.

    반응속도가 마음에 든 민주당의 논평이 걸작(?)이다.

    "특권포기를 외친 새누리당이 과거의 기득권 이미지로 돌아갔다."고 하는 비판은 괜찮다 할만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있었다"는 식의 도저히 있기 힘든 말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웃지 못할 촌극이다. 박근혜가 무슨 이유로 정두언 구하기를 원했단 말인가? 하나의 특권이라도 없애 표 만들기에 힘써야 할 시점에서 말이다.

    구속여부 없이 체포동의안부터 요구한다는 부당성을 들며 반대표를 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민주당의 반대표는 꼼수가 있기에 제쳐두고..)은 그 법을 탓하기 전에 진정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나 있는지 한심할 뿐이다. 그 파장을 예기치 못했다면 유치원생보다 못한 자들이 분명하다. 이런 자들을 뽑은 국민의 치욕은 뭔가?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정두언이 뱉은 변에는 이런 말이 들어 있다.

    "저의 진정성......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들께 감사 .....성찰의 계기......"

    한마디로 꼴값이다.

    정두언이 성찰하는 길은, 집에서 편안히 생각하는게 아니라, 국회의원직에서 영원히 떠나는 것이다. 검찰도 국회회기가 끝나더라도 영장 청구는 더 이상 안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국회 부결취지 존중이라나 뭐라나......

    정두언은 참회하며 떠나고, 박지원은 떳떳하게 수사를 받는게 역사를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다.

    정치의 속물! 이제는 훤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