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에 뒤통수 맞은 오바마

     

  •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미국은 지난 2월 대북 영양지원을 대가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유예를 약속받은 '2·29 북·미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 발표(3월 16일)로 합의문은 보름 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조선일보 기사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관료가 북의 미사일 발사 직전에 평양엘 갔어도 그걸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북의 실체를 배워가고 있는 것 같은 한 편의 코미디다. 그게 북이다. 북은 약속 따위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한 두 번 보았나? 러시아 볼셰비키 이래 공산주의자들은 ‘약속(일보 후퇴)과 약속파기(이보 전진)’를 무한히 되풀이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그들의 상대방은 늘 속는다. 정상회담 쇼 한 번 있었다고 “평화가 왔다, 냉전은 끝났다, 화해협력 시대가 왔다, 북도 변했다” 어쩌고 하며 제풀에 흥분하곤 한다. 개중에는 정말 속아서 그러는 얼간이들도 있고, 또 개중에는 속내가 그쪽으로 쏠려서 그러는 부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기들이 배운 쥐꼬리 만한 지식의 도식(圖式)에 갇혀 그러는 ‘학삐리’들도 있고, 업적주의에 연연한 정권 관리자들의 경우도 있다.

     북의 경우는 이런 공산주의자 일반의 ‘공식’ 말고도, 여기서 뒷걸음치면 낭떠러지다 하는 위기의식이 겹쳐있다. 호랑이 잔등에 올라탄 이상에는 중단은 곧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핵 폐기, 미사일 개발 중단 운운은 북의 마음속 사전에는 없는 단어들이다. “그것 덕택에 그래도 미국이 우리를 이만큼 중요시 하는데,,,” 하는 게 북의 손익계산일 것이다.

     이래서 공산주의자들과 북은 ‘안달하는 입장에서’ 사정, 사정하는 방식으론 관리가 되지 않는다. 세게 보이는 x한테는 위장 유화책, 기(氣)싸움에서 피곤해진 듯한 x한테는 밀어붙이기인 것이다. 오바마도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인가? 아마 그런 것 같다.

     오바마는 한국의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하는 짓거리만 잘 살펴봐도 무엇이 보일 것이다.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의 원칙, 여기서 뒷걸음치면 낭떠러지다 하는 위기의식, 때로는 잠복, 은폐, 위장, 때로는 ‘평화, 자주’ 어쩌고 하는 여론 몰이, 때로는 정면 돌파, 때로는 폭력... 그들의 전술은 강경책과 온건책, 합법과 비합법, 속임수와 정공법을 배합하며 그 부동의 원칙을 일관되게 밀고나간다. 이 패턴을 북에 적용하면 오바마는 북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다. 새로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와, 미국까지도 계속 대를 이어 속아 넘어가니...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