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에 보내는 편지>

  • ▲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MB의 멘토 최시중,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렸던 천하 권세가(權勢家) 최시중. 오늘 오전 10시37분 검찰 청사 앞에 나타나는 저 처참한 모습. 추적추적 봄비가 내린다. 웃지만 처량한 신세임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검찰 출두 장면과 교차하면서 권력 무상을 실감하게 한다. 김대중 정권 말기 권력 무상의 눈물을 뿌리며 쇠고랑을 찼던 최고실세 권노갑을 떠올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봄비에 화려한 만개를 마감하고 길바닥으로 나뒹구는 꽃잎들이 더 측은하게 눈 안에 들어온다. 저렇게 쇠고랑으로 인생 마감하려고 정권 잡았는지.

    최시중의 몰락은 MB 정권이 레임덕의 격랑에 본격적으로 휩쓸려가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 권력의 힘으로 더 이상 검찰이라는 맨홀 뚜껑을 눌러댈 수 없게 된 것! 맨홀 뚜껑이 마침내 열리면? 한여름 날 공중을 향해 뻥뻥 치솟는 가스기둥처럼 ‘연쇄 폭발’이 벌어질 것! 무소불위였던 대통령 친형 ‘이상득의 문제’? 아직 시작도 안한 것 같다.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의 또 다른 배후로 등장하고 있는 왕차관 박영준. 20년 전 서울 수서 택지 개발 비리 사건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 비리 사건만 터지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박영준. 꼬리가 아무리 짧아도 밟히고야 말 것. 올 것은 오고야 마는 법.

    ‘파이’시티? MB 정권은 안 그래도 ‘파이정권’! 권력을 잡았다 해서 끼리 끼리 모여 파이 나눠먹듯이, 굶주린 이리떼처럼 허구한 날 돌려막기 인사, 회전문 인사. 그토록 파이 나눠먹기하지 말라고 비판하고 경고했건만.

    MB 정권이 앞으로 남은 10개월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낼 것인지 예고하는 신호탄!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은 대통령 임기가 5년이 되면서 옛말이 됐다. 이젠 권불사년(權不四年)에 불과하다. 대통령 임기의 5년차 한해는 대통령 측근 비리를 놓고 푸닥거리 하는 시간들로 아예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5년 단임제가 시작됐던 노태우에서부터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예외 없이 MB 정권에도 먹구름을 뿌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적으로 너무 불행하다. 퇴임 후에까지 계속되는 대통령의 수난, 그런 처참한 몰락을 빼놓지 않고 지켜봐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 한숨이 나온다.

    최시중이 하는 말? “돈을 받은 건 사실이고 대선 때 여론조사하는 데 썼다.” 이 말이 사실일 것. 최시중은 하루만에 이 말을 번복했지만. 측근들이 남의 돈 받지 않고 호주머니 털어 대선 후보 경선 치르고, 대선까지 치렀다? 대선 자금 쪽으로 불이 붙거나 다른 비리들이 터져 나오면 비리 시리즈가 가스통 터지듯, 고구마 줄기 뽑혀 나오 듯 할 것!

    그런 상황이 연속적으로 현실화하면 12월 대선에선 국민들이 이번엔 진짜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동조해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을 막고야 말 것! 투표장 기표소 속에서 꾹꾹 야당을 찍게 될 것!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 좋아하고 있네, 비웃으며.

    MB는 ‘최시중 정국’이 던지는 불길한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 직시! MB 정권의 몰락과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실패를 땡땡땡 알리는 예고편이다. 예고편!

    MB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 앞으로 남은 임기 10개월 동안 어떤 처신을 해야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인가? 세종로 1번지 청와대로 편지 한 장이라도 써서 보내고 싶다. 진정한 충정에서.

    MB, 전면에 나서라! 국민에게 최시중 문제를 포함해 측근·친인척 비리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직접 확실히 밝히는 게 정도(正道)! 최시중은 어쨌든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 아닌가? 자신의 멘토라는 정권 최대실세가 돈 받은 사실에 대해 난 모른다? 몰랐으니 책임 없다?

    최시중 문제를 MB가 뒤집어 써야한다는 논리가 아니다. 최고실세의 문제에 대해 난 모른다고 방관하는 건 여러 면에서 옳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 자칫 최시중 문제에 남은 임기가 휩쓸려 내려 갈 수 있다. 최고측근의 비리를 체크하지 못했거나, 안한 것 만해도 MB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청와대 대변인이 MB의 말을 간접화법으로 전언(傳言)하는 식으로 할 게 아니라 국민 앞에 직접 나타나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철저한 수사를 거듭 약속하라! 또 앞으로 친인척, 측근 비리에 대해선 정권의 명운을 걸고 일벌백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라!

    그러하지 않고 상황 다 끝난 뒤 뒷북치는 언급으로 이 위기를 넘기려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못 본척하려 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MB가 직접 국민 앞에 나타나 백배 사과해도 지금 국민의 분노가 풀릴까 말까하는 상황임을 통감해야 한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