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에게 공산독재국가 '쿠바'에 대한 환상 심어주는 조선일보

    반미(反美)-반(反)자본주의, 쿠바 공산체제에 대한 긍정 평가,
    조선일보는 전교조의 친북(親北)교육 비판할 자격 있나?


     3월22일자(字) 조선일보를 보다가 기겁을 했다. 신문을 통한 어린이 교육을 표방하는 '신문은 선생님'(A28면)'코너에 실린 '세계역사-문화탐방 -혁명과 정열의 나라, 쿠바'라는 기사 때문이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페이지지만,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도대체 어린이들에게 쿠바라는 나라를 어떻게 소개했나?" 싶었다.
     
     한 마디로 '이게 조선일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황당한 기사였다. 박소영이라는 사람이 쓴 이 기사의 몇 대목을 보자.
     
     <1898년 벌어진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에서 미국이 이겨 비로소 쿠바가 독립하게 됐거든. 그런데 독립 이후에도 미군이 쿠바에 머물면서 정치에 깊이 간섭하고 미국 기업도 쿠바의 경제를 손 안에 쥐어 문제가 됐지. 게다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정권을 잡은 쿠바 지도자들이 부정부패와 비리를 일삼고 독재정치를 하자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이 총칼을 들고 정부에 맞서 싸웠어. 이들의 혁명이 1959년 성공해 지금의 쿠바 정부가 세워졌지. 쿠바 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는 쿠바인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세상을 떠난 지금도 쿠바인의 친구로 남아 있어.>
     
     <쿠바는 정당이 공산당 하나 뿐이고,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는 사회주의 국가야. 혁명 이후 미국과의 관계는 완전히 단절됐고,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뻔 했을 정도로 갈등이 심했어. 미국이 쿠바를 경제적으로 완전히 고립시키는 정책을 펼치자 쿠바는 물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어.>
     
     미국이나 親美독재정권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어디에도 쿠바에 공산정권이 벌어진 후 벌어진 학살과 탄압, 독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카스트로의 공산독재가 그가 타도한 바티스타정권보다 훨씬 엄혹한 것인데도 말이다. 물론 피델과 라울 카스트로 형제의 권력세습에 대한 언급도 없다.
     
     미국과 쿠바 간에 전쟁이 일어날 뻔 했던 게, 쿠바가 소련의 미사일을 들여왔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없다.
     
     쿠바의 경제난에 대한 언급도 균형을 잃었다. 쿠바의 경제난이 어디 미국의 봉쇄정책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인가? 중국도, 베트남도 하는 개혁개방을 완강하게 거부하다가 이제야 개혁개방 시늉에 나선 쿠바 공산정권의 책임은 없나?
     
     소련 붕괴 이후 쿠바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 다음은 더 가관이다.
     <그래도 국가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 굶어죽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드물대.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거저 받을 수 있는 것도 쿠바의 자랑거리야. 특히 쿠바의 의료수준은 세계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쿠바 국민들에게서 가난에 찌든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워.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일까?...그래도 돈이 아닌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모습, 그것이 쿠바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이 글대로라면 쿠바는 조금 가난하기는 해도 국민들이 安分自足하면서 사는 낙원이다. 과연 그런가?
     쿠바의 무상교육, 무상의료 시스템이 과연 그 이름에 값하는 질적 수준이 담보되는 것인가? 정말 쿠바의 의료수준이 그렇게 세계적인가?
     그렇게 쿠바가 살기 좋은 나라라면, 왜 국민들은 기회만 되면 쪽배나 고무튜브에 몸을 의지해 미국행을 도모하는 것일까?
     이 기사는 쿠바 '보트피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가난 때문에 몇 푼에 관광객들에게 몸을 파는 10대 쿠바 소녀들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는다.
     '돈이 아닌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운운하는 대목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은근한 비판의식도 엿보인다.
     
     이 글은 從北지식인들의 북한방문기를 연상케 한다. 문제는 이 글이 실린 신문이 <한겨레>가 아니라 <조선일보>라는 데 있다.
     그것도 아직은 판단력이 부족한,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신문은 선생님'이라는 코너에 실린 글이다. 과연 <조선일보>는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지면을 통해 이런 잘못된 교육을 하면서 <조선일보>는 전교조의 左편향 교육을 무슨 논리로 비판하려는 지 모르겠다. 전교조의 親北교육의 논리는 오늘 아침 <조선일보>가 '신문은 선생님'에서 쿠바에 긍정적으로 평가한 논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