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시에는 장애인이 없다"
    서영석 기자
                                   
                                     

  • ▲ 사진작가 최민식氏 작품
    ▲ 사진작가 최민식氏 작품

    뉴포커스가 만난 동경화(43. 가명) 씨는 가족 중 한 명이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고향인 평양에서 쫓겨났다. 평양에서 평범하게 살던 동씨 가족은 어느 날 동생이 질병에 걸려 장애인이 되자, '장애인은 평양에서 추방하라'는 김정일의 지시 때문에 함경북도로 추방당했다고 한다.

    동 씨는 함경도로 추방된 후 먹고 살기 위해 수산물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장사 자체가 비사회주의 행위라며 3차례나 단속원에게 물건을 압수당하고 그 충격 탓에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게 되었다. 마침내 자신도 장애인이 될 것이란 두려움에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에서 장애인은 사회적 보호가 아니라 마치 도시미화를 훼손하는 잡초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대부분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북한에는 외국인과 접촉할 때를 대비한 교육용 " 평양시민 참고자료"가 있다, 탈북자에 의해 입수되어 한 때 남한에서도 소개된 책이다. 그 책의 내용 중 이런 대목이 있다. 만약 외국인이 평양시의 장애인 문제를 언급할 경우 "장군님이 계신 평양시에는 장애인이 없다"고 대답하도록 기술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일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스스로 만든 이 법안에 갇혀 반신불수가 된 자신의 불편한 모습을 오랫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동 씨의 동생처럼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어 추방되는 것보다 선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는 더욱 끔찍하다. 태어난 아이가 장애인일 경우 북한은 보호자에게 '아이를 포기하고  평양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자식과 같이 지방으로 갈 것인가?'고 선택권을 주지만, 그것은 부모들의 자식사랑을 감안한 형식적 제안일 뿐이다.

    탈북자 박은아(37. 가명) 씨의 증언에 따르면 아이를 포기하고 평양에서 산다고 해도 어차피 장애아를 낳은 부모 또한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여 지방으로 강제이주  당하게 된다고 한다, 함북도나 양강도에는 장애아들만 모여사는 마을들이 많은데, 이는 북한 정권이 나라에서 책임지고 치료해준다는 명목으로 집단이주시킨 결과라고 한다. 그 안에서 장애인들끼리 결혼하여 선천적 불행과 고통을 또 다시 대물림한다고 한다.

    그런 북한이어서 세상에 없는 인사카드도 있다고 한다. 북한 노동당이 발급하는 '간부이력서'(인사문건)를 보면 가족사항 내용 중에 "가족, 직계 중에 희귀병, 또는 질병을 앓는 환자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다는 것이다. 뉴포커스는 이 같은 증언을 확인하기 위해 당 간부 출신 탈북자 5인에게 전화해보았는데 그들도 역시나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래선지 하나원을 금방 나온 탈북자들이 서울시내 구경 중,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가 장애시설에 대해서라고 한다. 장애인들을 위한 필수시설이라고 대답해주면 한국을 교통지옥 국가라고 선전하는 북한의 세뇌 때문인지 처음에는 '한국의 많은 국민들이 장애인이구나'라고 오해하는 탈북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극소수 장애인들을 위한 혜택이고 우대정책의 결과라고 말해주면 몹시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그들의 감동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정부나 대북지원단체들이 북한의 장애인들을 위한 의약품이나 휄체어, 보조기구 같은 것들을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국내최초 탈북자 신문 '뉴포커스'www.newfoc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