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데일리> <미디어워치> 공동 주최 토론회“친노 탈 쓴 종북 좌파 제1야당 집어 삼킨다”
  • “종북 세력이 몰려오고 있다.”

    22일 한 토론회에서 김경재 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부르짖은 외침이다. 시쳇말로 극우 혹은 수구 세력 인사의 입에서 나올 법한 김 전 최고위원의 말에 민주당 지역위원장들로 구성된 토론회 참석자들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진통 끝에 이뤄낸 통합이 갈등의 원인이다. 친노세력인 시민통합당(혁신과통합)과의 합당은 결국 합리적 진보라는 민주당 본연의 정체성을 잃게 됐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에 모인 민주당 사수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실제로 이번 통합 이후 민주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지지율로 기대감을 보였던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내년 2번의 거대 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은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등이 주축이 된 통합진보당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탈 지역(호남)주의’라는 거창한 명분은 내세웠지만, 중도적 입지를 버리고 표를 쫓아 더욱 좌클릭하는 모습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 민주당 정통성,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김정일이 죽었다. 그런데 남한은 종북 세력들이 판을 치고 있고 노무현의 이름을 팔아 민주당을 집어 삼키려 하고 있다.”

    22일 오후 3시 여의도 국민일보 1층에서 ‘민주당 정통성,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를 묻는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와 <주간 미디어워치>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제자로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박종덕 뉴데일리 호남본부장, 이현주 민주당 대구 북구갑 위원장, 박성현 시사평론가가 토론자로 참석했고 박세일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 박찬종 전 국회의원 등 중도성향의 인사들이 참석해 지지를 보냈다.

    박 상임의장은 축사에서 “정치의 주체인 정당이 해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국정을 운영하는 이념을 버리고 표만 쫓다보니 정체성을 잃어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전 대표로 뭉치는 한나라당과는 달리 민주당은 종북 세력들로 무참히 해체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들의 행사에 이색적으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은 “이념으로 뭉친 정당이 해체되는 과정은 미래사회로 나아가는 수순일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분단된 우리나라는 통일과 선진 사회라는 과업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정당의 필요성은 강조되어야 한다”고 했다.

  • ▲ 통합을 이뤄낸 민주당이 오히려 진통이 극심해지고 있다. 민노당 등 좌파세력과의 연합은 민주당 본연의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민주진보세력과의 통합이 진통 끝에 의결되자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 연합뉴스
    ▲ 통합을 이뤄낸 민주당이 오히려 진통이 극심해지고 있다. 민노당 등 좌파세력과의 연합은 민주당 본연의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민주진보세력과의 통합이 진통 끝에 의결되자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 연합뉴스

    ◆ 노무현은 ‘좌파’가 아니었다

    “하늘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기가 찰 노릇.” 발제자로 나선 김 전 최고위원은 지금의 시민통합당 그리고 친노세력은 노무현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가 아는 노무현은 결코 좌파가 아니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떠드는 이들처럼 나서기 좋아하고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것을 극히 경계해 왔다”고 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한미 FTA를 예로 들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개혁과 개방으로 IMF 금융 위기를 극복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것이 한미 FTA였고, 이를 과감하게 추진한 것이 노무현 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FTA는 보수우파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추진한 개혁과 개방 정책의 산물”이라고 했다. 이를 한나라당의 부자를 위한 정책으로 치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더욱 좌클릭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목소리에는 더욱 힘을 줬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사건 이후 민주당은 민주노동당과 종북 좌파세력에 이끌려 거리로 나가는 운동권 세력으로 변질됐고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국정 운영은 뒤로 하고 거리투쟁에 끌려 나가자 진짜 거리투쟁세력인 민주노동당과 좌파시민사회세력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이동했다는 말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촛불투쟁을 통해 민주당은 민노당과 좌파 시민사회에 주도권을 뺏겼고 결국 민주당은 소멸단계로 들어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국민이 진정 바라는 것은 ‘중도’

    합리적 진보, 중도 좌파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오히려 좌클릭에 매진하는 것은 결국 공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21세기 경제학연구소 최용식 소장은 “민노당과 함께 하면 1%의 지지율을 얻을지는 몰라도 잃을 표는 20%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최 소장은 야권통합을 이루고도 2010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서의 패배를 예로 들었다. 한명숙-유시민이라는 대중적 스타를 내세우고도 한나라당에 이기지 못한 것은 야권통합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최 소장은 “반면 기초단체장의 경우 서울-인천-경기 모두 휩쓸다시피 한 것은 결코 그들이 내세우는 인물이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는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투표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오히려 극좌파와의 연합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을 잃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안철수 신드롬을 통해 본 여론은 결국 ‘중도’라는 분석은 큰 공감을 얻었다. 안 원장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낸 동력은 건전한 벤처기업을 만들어 낸 실사구시의 능력과 청렴한 이미지이지, 이념적 색깔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경재 전 최고위원은 “안철수 신드롬은 각 정치세력에게 실천력과 청렴성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당리당략이 아닌 오직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국민적 명령”이라고 말했다.

  • ▲ 민주통합당의 주요 인사들. 문재인, 이해찬 등 옛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복귀로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의 주요 인사들. 문재인, 이해찬 등 옛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복귀로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 연합뉴스

    ◆ 통합 가처분 신청 기각…민주당 희망 없다

    이날 오후 5시30분 서울남부지법 51민사부는 지난 11일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 의결한 통합결의에 대해 민주당 사수파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당의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고 합당 같은 중대한 문제 역시 정치적이고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당무위원회가 의결정족수에 문제가 없다고 한 점, 출석한 대의원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점 등을 보면 시급히 통합결의의 효력을 정지시킬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이 나온 뒤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작은 걸림돌까지 사라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이들의 소송을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한가닥 기대를 걸던 사수파에게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실망감은 극도에 달했다.

    한 참석자는 “민주당은 이제 희망이 없다. 회복할 토양 자체를 잃었다. 통합의 허울을 버리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분개했다.

    한편에서는 이날 참석한 박세일 상임이사가 준비 중인 중도신당과의 통합이 거론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종북 좌파에 먹힌 민주당은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합리적 중도를 추구하는 전통적 민주당들이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개혁보다는 새로 태어나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