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약상 과장" 對 "야당탄압 등 문제 호도술책"
  •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자신이 매니저로 일하는 호텔로 피신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된 '호텔 르완다'의 실재 인물이 미국의 한 단체로부터 인권상을 받자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17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르완다 대학살 생존자 단체인 이부카(IBUKA)는 영화의 실재 인물인 폴 루세사바지나가 최근 미국의 인권단체 란토스 재단으로부터 인권·정의 상을 받자 루세사바지나의 활약상이 과장됐다며 비난했다.

    IBUKA는 당시 다수 부족인 후투족에 의해 소수 부족인 투치족과 온건 후투족 등 80만 명이 희생된 대학살을 종식하고 현재까지 정권을 이끄는 폴 카가메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카가메 대통령은 투치족 출신이다.

    후투족 출신인 루세사바지나는 현재 국외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으며, 르완다 현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제작된 영화 '호텔 르완다'는 후투족 출신으로 투치족 여성과 결혼한 중산층 출신의 루세사바지나가 그의 영향력과 뇌물을 이용해 학살을 피해 수도 키갈리의 언덕에 있는 '밀 콜린' 호텔에 피신한 주민 1천 200명을 폭도들로부터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다.

    IBUKA의 실무책임자인 장비에 포롱고는 루세사바지나의 수상 소식에 "문제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다. 사실이 아닌 영화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며 "(루세사바지나는) 호텔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비용을 청구했다"고 개탄했다.

    란토스 재단의 카트리나 란토스 스웨트 이사장은 그러나 오늘날 르완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그의 결단력이 없었다면 폭정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웨트 이사장은 루세사바지나가 사건 이후에도 민주주의의 부재, 언론자유의 억압, 정적의 구속 등 르완다 현 정권의 정치적 압제를 폭로하는 '지속적인 용기'를 발휘한 것도 인정받아 수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온갖 의문과 근거 없는 모함은 영화가 상영되고 나서 제기된 것이 아니고, 그가 세상을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루세사바지나는 그가 콩고민주공화국에 근거지를 둔 르완다 출신 후투족 반군에 자금 등을 지원한다는 IBUKA 등 다른 생존자 그룹의 주장에 대해 "야당 탄압 등 르완다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국제사회의 관심 밖으로 돌리려는 시도"라며 일축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 엘리 위젤 등이 과거 란토스 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