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마지막 농림장관, 사돈과 광주일고 동문함바비리 브로커 "40억원 줬다" 주장, 검찰 출국금지 부산저축銀 특혜인출 혐의로 최근 다시 검찰 수사
  • 13일 오전 8시 경 고향 선산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故임상규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장관·62)은 건설현장식당(함바) 비리 사건에서 자신이 ‘몸통’으로 몰리는 분위기에 더해 사돈 기업인 부산저축은행 비리 논란에까지 휘말리자 그 부담을 이기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임 총장은 13일 오전 8시10분께 순천시 서면 동산리 선산 앞에 주차된 소나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 총장의 자살 현장에서는 A4용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안타깝고 슬프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하다. 그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또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고통이 심하다. 얄팍한 나의 자존심과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대학의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떠난다’면서 자살 이유가 연이은 검찰 수사로 인한 극심한 심적 압박 때문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임 총장은 건설현장식당 비리의 브로커인 유상봉(65·구속)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 동부지검(형사 6부)에서 수사를 받아 왔으며, 3일에는 동부지검의 요청으로 출국이 금지됐다.

    또 같은 날 부산저측은행 비리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임 총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만기가 9개월이나 남은 정기예금 5,000만 원을 영업정지 전에 인출한 사실에 대해 확인했다.

    임 총장 자살에 대해 대검 중수부는 “지난 3일 소환은 1월 15일부터 2월 16일 사이 중도인출한 사람들에 대한 사실 확인 차원이었다”며 “혐의점이 없어 2시간 가량 관련 사항을 물은 뒤 귀가시켰고 추가 소환계획도 없었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나 임 총장을 몇 달 째 괴롭힌 건설현장식당(함바) 비리는 양상이 달랐다. 서울 동부지검은 임 총장이 2010년 경북의 한 대형 공사현장 식당 운영권을 얻을 수 있도록 관련 공무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브로커 유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지검은 또한 임 총장이 2005년과 2007년 건설업자인 동생 명의의 계좌로 유씨로부터 모두 1억5,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뒤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이었다. 임 총장은 이 돈에 대해 ‘유씨와 알고 지내면서 아파트 구입 자금을 마련하려 빌린 돈’이었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임 총장이 유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함바리리 관련 인물들을 소개해 줬다는 심증을 굳히고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브로커 유씨는 4일 “내가 장관에게 40억 원을 줬다”며 임 총장을 ‘몸통’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사돈기업'인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돼 특혜인출 의혹까지 불거지자 심적 부담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임 총장의 아들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딸과 결혼했다. 한편 임 총장은 박 회장과 고교(광주일고) 동문이기도 하다.

    임 총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광주일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17회)로 공직에 들어선 임 총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과학기술부 차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농림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는 예산과 농림 분야에 정통한 행정 전문가였다. 부하 직원에게 권한을 많이 위임하는 편이었지만, 중요 사안은 사무관보다 더 꼼꼼하게 챙겨 '임한샘'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탁월한 조직 장악력으로 선후배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기도 했다.

    2008년 6월 순천대 웰빙자원학과 교수에 임용돼 재직하다 지난해 7월 총장에 취임했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물러난 후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