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당의원 체면살리기+야당 공세 차단' 등 이중고
  •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 파장이 정치권의 핵으로 떠오른 가운데 8일 박희태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한 자리에 모였으나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말 그대로 '밥만 먹고 헤어져' 정국 해결책이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이뤄진 오찬 회동은 당초 예산 심의를 앞두고 박 의장이 양당 원내대표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나, 청목회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수사 의제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돌았다.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긴급 현안질의를 위해 하루 동안 본회의를 소집하자"고 요구했고,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여러 현안들이 있으니 이를 일괄 타결하자"고 말했다고 한종태 국회대변인이 전했다.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오찬 회동에서 김 원내대표는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관련법 중 하나인 유통법의 분리 처리를 야당에 거듭 요구했으나, 유통법의 직권 상정을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의장은 "모든 문제는 국회에서 수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논란이 청와대 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일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 입장을 표명했던 박 의장은 다시 한번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야4당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대변인은 "당일에 입장 표명을 했던 것도 입법 수장 입장에서는 상당히 강한 수준의 유감 표명이었다"며 야당의 공격태세에 선을 그었다.

  • ▲ 박희태 국회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박 의장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았으나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맨 왼쪽)는 외면해 한때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박희태 국회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박 의장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았으나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맨 왼쪽)는 외면해 한때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여당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검찰의 청목회 압수수색을 계기로 이날 야권이 대대적인 공조에 나선 데 반해 여권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여당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야당처럼 대놓고 비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자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불필요한 비난을 받지 않도록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진행해서 마무리하기 바란다"(안상수 대표.8일)는 정도의 원론적 유감표명과 당부성 발언을 내놓는 정도에 그쳤다.

    또 압수수색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분열양상을 보이며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갈지(之)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압수 수색에 자당 의원 5명도 속한 상황에서 '의원 체면 차려주기'와 '야당 공세 차단' 등 이중고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최근 기자와 만난 한나라당 당직자 입에선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당장 새해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2일)이 다가온데다, 4대강과 친서민 정책 관련 등 이명박 정부의 하반기 정국 주요 과제를 해결해가야 하는 여권으로선 더욱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에 당 지도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을 대표와 대변인을 통해서만 언급하기로 했다는 후문은 여당이 처한 '진퇴양난'(進退兩難)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