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광화문 복원 현장 ⓒ 뉴데일리
    ▲ 서울 광화문 복원 현장 ⓒ 뉴데일리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복원 현장. 후두둑 소리를 내며 급작스레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여념치 않고 공사 현장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광화문 앞 길의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주)아름다운길 신재규 씨는 “궃은 날씨 때문에 힘들지만, 15일 행사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공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 ▲ 서울 광화문 복원 현장 ⓒ 뉴데일리
    ▲ 서울 광화문 복원 현장 ⓒ 뉴데일리

    지난 4년간 복원을 거친 광화문(光化門)이 제65주년 광복절 모습을 드러낸다. 문화재청은 15일 광화문 복원공사를 마무리 짓고, 오전 9시 현판식과 함께 광화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광화문이 건립된 지 장장 615년의 대역사(大役事)가 흘렀다.

    광화문은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ㆍ임금이 있는 궁궐)인 경복궁의 정문으로 조선 건국 직후인 1395년(태조 4년) 건립됐다. 당시 이름은 사정문(四正門)이었으나 이후 1425년(세종7년)에 광화문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왕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의미다.

    그러나, 광화문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 속에서 수많은 수모를 겪었다. 두 번이나 불에 타고 자리도 옮겨졌다. 1592년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사라진 후 270여 년 동안 복구되지 못하고 방치됐다. 이후, 1865년 흥선대원군 주도로 경복궁과 함께 중건됐으나 일제강점기 때 계획적으로 훼손됐다. 1926년 일제는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으면서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광화문을 경복궁 건춘문 북쪽,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자리로 옮겨놓았다.

  • ▲ 지난 9대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경축아치가 내걸린 광화문 모습 ⓒ 연합뉴스
    ▲ 지난 9대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경축아치가 내걸린 광화문 모습 ⓒ 연합뉴스

    광화문은 이후, 6ㆍ25전쟁 때 폭격을 맞아 또 다시 석축만 남고 부서진다.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철근 콘크리트로 다시 지어졌지만, '복원이 아닌 모조'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년 전 시작된 경복궁 복원 사업에 광화문의 재복원이 결정됐다.

    이번에 복원 된 광화문은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중건된 1865년 모습이다. 왕이 다니던 길인 어도(御道), 궁궐 담장, 광화문과 흥례문 사이에 있던 부속건물도 모두 복원됐다.

    광화문 공사현장을 바라보던 김상수(73) 씨는 “이제 곧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라며 기대감과 함께 “앞으로 잘 보존돼야 할 텐데”라며 애틋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7살 딸 아이의 손을 잡고 광화문 광장을 걷던 김미숙(38) 씨는 “완성되면 꼭 둘러 볼 생각이다”라며 “서울 한복판에 한국을 대표하는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고 들뜬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하는 해에 우리 역사와 전통을 원 모습대로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광화문.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점검해 본다.

     

    ◇ 근정전-근정문-흥례문과 완전한 직선 축…위치‧각도 바로잡아 = 1968년 복원된 광화문은 원 위치보다 북쪽으로 11.2m, 동쪽으로 13.5m 떨어진 곳에 세웠으며 각도도 경복궁 중심축 기준으로 3.75도 어긋난 방향이었다. 그러나, 이번 복원 사업을 토대로 다시 제 모습을 찾게 됐다.

  • ▲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 본 광화문 ⓒ 뉴데일리
    ▲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 본 광화문 ⓒ 뉴데일리

    지난 2006년 12월 4일 문화제청은 '제 모습 찾기' 사업 선포식을 개최하고 광화문 용마루 취두 철거를 진행, 9월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이 조사에서 광화문이 근정전-근정문-흥례문으로 이어지는 경복궁의 주요 전각ㆍ문의 남북 방향 직선 축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제 위치를 찾게 됨에 따라 이들은 완전한 직선 축을 이루게 됐다.

    반면, 광화문 광장과 남대문 시장을 일직선으로 하던 입구의 각도는 틀어졌다. 이는 왜구의 침입을 견제한 옛 조상들의 지혜다. 외부에서 쉽게 궁 안의 모습이 들여다 보여지지 않은 위치로 밖에서는 산이 지키고 풍수리지 설의 명당이기도 하다.

     

    ◇ 논란의 중심 현판 교체…원형대로 복원 = 복원 작업 중 가장 논란이 됐던 사안은 현판 교체. 1968년 복원된 광화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로 된 한글 현판을 달고 있었지만, 문화재청이 지난 2005년 1월 교체를 추진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 ▲ 광복절 일반 공개 전까지 흰색 천으로 가려져 있는 복원 된 광화문 현판 ⓒ 뉴데일리
    ▲ 광복절 일반 공개 전까지 흰색 천으로 가려져 있는 복원 된 광화문 현판 ⓒ 뉴데일리

    정조의 어필(御筆)이나 추사 김정희, 석봉 한호의 글씨를 집자(集字)한 한자 현판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한글 관련 단체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한글로 하거나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보존해야 한다는 등의 반론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1916년 촬영된 것으로 추청되는 고종 중건 당시 훈령대장 겸 영건도감제조 임태영(任泰瑛)의 글씨가 드러나 이를 유리원판으로 원형대로 복원할 수 있게 됐다. 현판 복원 작업에는 각자장 오옥진 선생과 단청장 양용호 선생이 참여했다.

    복원된 현판은 단청 작업을 끝으로 지난 8일 문루에 설치됐으며, 15일 일반 공개 전까지 흰색 천으로 싸여 있게 된다.

     

    ◇ 콘크리트 허물고, 금강송 목조 건물로 위엄 되찾아 = 1968년 복원 당시 마땅한 목재를 찾지 못해 콘크리트 구조물로 세워졌던 광화문이 화강석과 금강송을 사용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 ▲ 복원 된 광화문의 모습 ⓒ 뉴데일리
    ▲ 복원 된 광화문의 모습 ⓒ 뉴데일리

    광화문 축조 작업은 도편수인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74호) 신응수 선생이 지휘했다. 높이 7m의 기단부 석축공사는 고종 때와 같이 화강석을 사용하되, 당시 썼던 인왕산 돌과 석질이 가장 유사한 경기 포천산 돌을 썼다.

    목조 부분 건축에는 가장 튼튼하고 오래 보존되는 것으로 알려진 금강송이 사용됐다. 적송(赤松)이라고도 하는 금강송은 조선시대 때부터 궁궐 건축에 유일하게 쓰였던 소나무다. 적송은 짜임새가 있고 나이테가 촘촘하며, 혹시 갈라지거나 쪼개져도 송진이 있어 튼튼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창방 기둥(기둥머리를 좌우로 연결하는 부재)과 서까래 비례가 맞지 않는 문제 역시 해결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경복궁 2단계 복원 사업에 들어간다. 모두 6차례로 나눠 침전 생활공간과 궐내각사 등을 복원할 예정이다. 이로써 1865년 중건 당시 건물의 75%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화려한 오색 단청과 단단한 화강암의 위엄, 날렵한 곡선을 이루는 처마선. 한국의 역사를 품고, 전통을 고스란히 살려내며 새롭게 복원된 광화문은 한층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한국의 ‘거대한 뿌리’이자 ‘얼굴’로 돌아온 광화문은 광복절 그 모습을 드러내 더욱 큰 의미를 전해 줄 예정이다.

     

    ◇ 광화문 연혁 =▲1395년(조선 태조 4) = 경복궁 정문으로 건립 ▲1592년 = 임진왜란으로 소실 ▲1865년(조선 고종 2) =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을 때 중건 ▲1926년 = 일제의 조선총독부 청사 신축으로 경복궁 건춘문 북쪽으로 이건 ▲1950년 = 6·25 동란으로 육축 상부 문루(목조부) 소실 ▲1968년 = 당시 중앙청 축에 맞추어 건립(원 위치에서 11.2m 뒤, 13.5m 동측, 3.75도 반시계 방향으로 틀어서 목조 구조 대신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건립) ▲2006년 12월4일 = '광화문 제모습 찾기' 선포식 개최 및 용마루 취두 철거 ▲2007년 5월 = 추 철근콘크리트 광화문 철거  ▲2007년 11월 = 원래 위치와 규모 확인 등을 위한 발굴조사를 완료(광화문 선대 유구 및 어구 수문 등 발굴) ▲2007년 11월29일 = 산림청 관할 국유림 내에서 광화문 복원용 목재 수급을 위한 위령제 개최 및 벌채 시작 ▲2007년 12월24일 = 강익중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광화에 뜬 달'을 전면 가림막으로 설치 ▲2008년 1월 = 광화문 기초구조공법 선정. 선대유구 보존과 지하철 영향 등을 고려해 철근콘크리트로 선정 ▲2008년 3월 = 광화문 기초공사 완료 ▲2008년 4월~2009년 7월 = 광화문 석조 육축 축조 ▲2009년 11월 = 광화문 상량식  ▲2010년 3월 = 광화문 문루 목공사 완료. ▲2010년 6월 = 광화문 문루 지붕공사 완료. ▲2010년 7월 = 광화문 문루 단청공사 완료 및 가설덧집 철거 완료 ▲2010년 8월8일 = 광화문 현판 설치 ▲2010년 8월15일 = 제모습 찾은 광화문 개방(예정) ▲2010년 12월 = 동십자각 주변의 궁장설치, 하수암거 이설 공사 완료(예정)